Home칼럼박창수 목사의 희년이야기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

[칼럼: 희년 이야기]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

누가복음 13장 서두에서 예수님은 회개하라고 두 번이나 말씀하셨다. 회개를 강조하신 것이다.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눅 13:3, 5). 그런데 그 회개는 마음의 변화에 국한되지 않고 삶의 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왜냐하면 ‘열매’를 강조하셨기 때문이다(눅 13:6-9).

하나님이 지금 우리 교회를 향해 회개의 열매를 기다리고 계시며, 만일 그 열매를 맺지 못할 경우 나무를 찍어버리듯이 우리 교회를 심판하실 것이라는 말씀으로 읽힌다. 그래서 두렵고 떨림으로 이 말씀 앞에 서게 된다.

그럼 이 본문을 통해 예수님이 말씀하시려는 회개와 그 열매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그것은 문맥을 통해 알 수 있다. 

그 바로 앞의 누가복음 12장에 의하면 회개란 탐심에 물든 마음,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두려는 마음에서 돌이켜서, 탐심을 물리치고 이웃을 위하여 재물을 쓰려는 마음을 갖추는 것이다(눅 12:15-21). 예수님은 하나님이 우리의 모든 필요를 아실뿐만 아니라 먹이시고 입히시는 우리 아버지시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먹고 입는 문제를 염려하지 말라고 강조하신다(눅 12:22-30). 

그리고 이어서 소유를 팔아 구제하라고 명하신다(눅 12:31-34).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한 사람은 마음을 하늘에 두고 보물을 하늘에 쌓는 사람이다. 그런데 보물을 하늘에 쌓는다는 것은 바로 구제한다는 뜻이다. “너희 소유를 팔아 구제하여”(눅 12:33). 

그럼 여기서 팔아야 하는 소유는 무엇인가? 돈은 아니다. 왜냐하면 돈은 가난한 사람을 구제할 때 그냥 주면 되지 팔아서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곡식도 가능성이 낮다. 왜냐하면 곡식 역시 그냥 주면 되지 그것을 굳이 팔아서 돈으로 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 팔아서 줄 수 있는 소유는 무엇인가? 대표적인 것이 바로 땅이다. 이것은 그 앞의 본문에 나오는 어리석은 부자가 ‘큰 땅’을 소유한 대지주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 분명해진다. 부자의 ‘밭’에 사용된 헬라어는 ‘코라’인데(눅 12:16), 이 단어는 예컨대 산이나 강을 경계로 하는 대토지를 의미한다. 그런데 그 부자는 희년 토지법을 어긴 채 가난한 사람들에게 땅을 돌려주지 않음으로써 대지주가 된 것이다. 

그럼 이처럼 하나님의 법을 어긴 채 불법적으로 대지주가 된 부자들에게 예수님이 요구하시는 회개의 열매는 무엇일까? 그것은 당연히 불법에서 돌이켜 하나님의 법을 지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원래 몫이었던 땅을 돌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대토지소유제를 등장시킨 부패한 관습이 이스라엘에서 수백 년 동안 지속되는 사이에 가난한 사람들은 자기 가족 몫의 땅이 원래 어디였는지도 알 수 없게 되었고, 또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토지문서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면, 물리적인 땅을 돌려주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그럼 기술적으로 가능한 방식은 그 부자가 그 큰 땅을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이다. 

더구나 당시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걸인이나 마찬가지인 비참한 상태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땅 자체를 돌려주더라도 그들은 파종해서 수확하기까지 버틸 여력이 없이 당장 먹을 것이 필요했으므로 그 땅을 헐값에 다시 다른 부자에게 팔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사정을 염두에 두면, 땅 자체를 나눠주는 방식이 아니라 땅을 팔아서 그 값을 나눠주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었을 것이다.

요컨대 회개란 하나님 아버지를 불신하여 먹고 입는 문제를 염려하는 마음에서 돌이켜, 하나님이 우리의 모든 필요를 아실뿐만 아니라 그 필요를 채우시는 우리 아버지시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하나님 아버지를 신뢰하는 것이다. 그리고 회개의 열매란 하나님의 법을 어긴 채 불법적으로 대지주가 된 부자들이 그 대지주의 삶에서 돌이켜서, 그 큰 땅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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