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희년 이야기] 희년과 속죄일

희년과 속죄일

희년은 속죄일에 시작된다(레 25:9-10). 속죄일 율법(레 16:29-30)에 의하면, 본토인과 거류민을 막론하고 이스라엘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이 속죄일에 해야 할 두 가지 의무는 바로, 자기 영혼을 괴롭게 하는 ‘금식’과 어떤 일도 하지 않는 ‘안식’이다. 금식하고 안식하면서 속죄 제사를 드리는 이 속죄일에, 하나님은 “너희를 위하여 속죄하여 너희를 정결하게 하리니, 너희의 모든 죄에서 너희가 여호와 앞에 정결하리라.”고 말씀하셨다. 속죄를 통해 여호와 앞에 정결케 된다는 말씀은, 속죄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한다는 뜻이다. 

그럼 희년의 시작을 왜 속죄일로 삼았을까? 속죄일은 구약 음력 7월 10일이다. 구약 음력의 새해는 음력 1월 1일이다. 그리고 구약 시대의 농사는 가을에 주곡인 보리와 밀을 파종하고 봄에 수확하기 때문에, 구약 농사력에서는 새해가 가을이 시작되는 구약 음력 7월 1일 나팔절(레 23:23-25)에 시작된다. 그런데 희년의 시작을 구약 음력에서 새해가 시작되는 1월 1일도 아니고, 또 구약 농사력에서 새해가 시작되는 7월 1일 나팔절도 아니고, 왜 하필 7월 10일 속죄일로 삼았을까? 

여기에는 심오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희년의 세 가지 관계 회복 가운데, 속죄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다른 두 가지 관계를 회복하는 데 필수적인 가장 중요한 기초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면, 이웃과의 관계도 회복할 수 없고 땅과의 관계도 회복할 수 없다. 그런데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죄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결케 되지 못하므로 그 누구도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설 수 없다. 그래서 하나님은 희년에 이스라엘 백성이 세 가지 관계를 모두 회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우선으로 속죄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희년의 시작을 속죄일로 삼으신 것이다. 

희년에는 자기의 가족과 자기 가문의 기업 토지로 돌아간다. 그런데 희년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가족과 토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돌아가는 것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이스라엘이 돌아가야 할 가족보다 더 참된 가족이셨다. 또한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기업으로서, 이스라엘이 돌아가야 할 기업 토지보다 더 참된 기업이셨다. 그래서 하나님께로는 돌아가지 않은 채, 가족과 토지로만 돌아간다면, 그것은 온전한 희년이 아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희년에 이스라엘 백성이 온전한 희년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 먼저 속죄를 통해 하나님께 돌아갈 수 있도록, 희년의 시작을 속죄일로 삼으신 것이다. 

희년에는 모든 주민을 위하여 ‘자유’를 공포해야 한다. 그런데 이 희년의 자유는 세 가지 차원을 갖는다. 그것은 바로 종교적 차원의 자유, 정치적 차원의 자유, 경제적 차원의 자유이다. 이 세 가지 자유는 모두 ‘무엇으로부터 벗어나는 자유’(탈 脫, from…)와 ‘무엇으로 향하여 가는 자유’(향 向, to…)의 두 측면을 갖는다. 

먼저 종교적 차원의 자유는, 죄의 지배에서 해방되어, 하나님께 돌아가는 것이다. 다음으로 정치적 차원의 자유는, 머슴살이에서 해방되어, 자기 가족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차원의 자유는, 다시 머슴살이로 전락하지 않고 자립하는 데 필수적인 가문의 기업 토지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해방되어, 그 기업 토지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차원의 자유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자유는 바로 죄의 지배에서 해방되어 하나님께 돌아가는 것(종교적 차원의 자유)이다. 왜냐하면 끝까지 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으로써 하나님께 돌아가지 않게 되면, 하나님의 은혜로 잠시 회복한 다른 두 가지 자유, 곧 머슴살이 해방(정치적 차원의 자유)과 토지 회복(경제적 차원의 자유)을 바로 그 죄의 문제 때문에 다시 빼앗기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나님이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간 이스라엘 백성에게 은혜를 베푸시어 바사 왕 고레스를 세워, 포로 상태에서 해방시키고(정치적 차원의 자유), 고토로 돌려보내 토지를 회복하게 해 주시더라도(경제적 차원의 자유), 이스라엘 백성이 죄 가운데 계속 머물러 하나님께 돌아가지 않으면, 다시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나라가 멸망하여 다른 나라에 포로로 끌려가게 되고 토지도 빼앗기게 될 것이다. 이처럼 세 가지 차원의 자유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자유는 바로 죄의 지배에서 해방되어 하나님께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죄의 지배에서 해방되어 하나님께 돌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속죄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희년을 다름 아닌 속죄일에 선포하도록 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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