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년 이야기] 룻과 보아스의 기업 무르기(8)
룻 3:8-9, “8.밤중에 그가 놀라 몸을 돌이켜 본즉 한 여인이 자기 발치에 누워 있는지라 9.이르되 네가 누구냐 하니 대답하되 나는 당신의 여종 룻이오니 당신의 옷자락을 펴 당신의 여종을 덮으소서 이는 당신이 기업을 무를 자가 됨이니이다 하니.”
9절에서, “당신의 옷자락을 펴 당신의 여종을 덮으소서”는 청혼하는 뜻의 말이다. 그런데 룻이 보아스에게 청혼하면서 그 이유로 “이는 당신이 기업을 무를 자가 됨이니이다”라고 말한다. 보아스가 기업을 무를 자가 되기 때문에 보아스에게 청혼한다는 것이다. 룻의 이 말은 “엘리멜렉 가문의 토지를 물러 주세요. 또 저와 결혼해서 아들을 낳으면 그 첫아들을 남자가 모두 죽은 엘리멜렉 가문의 양자로 입적시켜 그 아들이 엘리멜렉 가문의 토지를 모두 상속받을 수 있게 해 주세요.”라는 뜻이다. 룻이 보아스에게 엘리멜렉 가문의 토지를 물러 달라고만 요청하지 않고, 자신과 결혼해 달라고 요청한 이유는, 보아스가 엘리멜렉 가문의 토지를 물러 준다고 하더라도 엘리멜렉 가문에는 그 토지를 상속할 자손이 없으므로, 보아스의 엘리멜렉 가문을 위한 ‘기업 무르기’가 아무 효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룻 3:10, “그가 이르되 내 딸아 여호와께서 네게 복 주시기를 원하노라 네가 가난하건 부하건 젊은 자를 따르지 아니하였으니 네가 베푼 인애가 처음보다 나중이 더하도다.”
여기서 ‘인애’는 바로 ‘언약에 신실한 사랑’을 뜻하는 ‘헤세드’이다. 그리고 “네가 베푼 인애가 처음보다 나중이 더하도다.”라는 말씀에서, 룻이 인애를 베푼 대상은 보아스가 아니다. 곧 보아스가 룻에게 다른 젊은 남자들도 있는데 늙은 자신과 결혼해 주는 인애를 베풀어 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여기서 룻이 인애를 베푼 대상은 바로 엘리멜렉 가문과 시어머니 나오미이다. 이 말에서 룻이 처음에 베푼 인애란 룻이 엘리멜렉 가문을 떠나지 않고 시어머니 나오미를 따라 유대 베들레헴까지 함께 와서 이삭을 주워 나오미를 섬긴 것을 말한다. 그리고 룻이 나중에 베푼 인애란 룻이 다른 친족 집단의 젊은 남자와 재혼하지 않고 대가 끊어지고 토지도 이미 팔아버려 없는 엘리멜렉 가문을 위해 그 대를 잇게 하고 토지도 무를 수 있게 하려고, 엘리멜렉 가문의 가까운 친족인 보아스에게 청혼한 것을 말한다.
룻 3:11-13, “11.그리고 이제 내 딸아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네 말대로 네게 다 행하리라 네가 현숙한 여자인 줄을 나의 성읍 백성이 다 아느니라 12.참으로 나는 기업을 무를 자이나 기업 무를 자로서 나보다 더 가까운 사람이 있으니 13.이 밤에 여기서 머무르라 아침에 그가 기업 무를 자의 책임을 네게 이행하려 하면 좋으니 그가 그 기업 무를 자의 책임을 행할 것이니라 만일 그가 기업 무를 자의 책임을 네게 이행하기를 기뻐하지 아니하면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내가 기업 무를 자의 책임을 네게 이행하리라 아침까지 누워 있을지니라 하는지라.”
11절에서, 보아스는 룻의 말대로 다 행하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룻기 4장에서 그대로 다 행한다. 보아스는 엘리멜렉 가문을 위해 땅 무르기를 해줄 뿐만 아니라 그 땅 무르기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엘리멜렉의 며느리인 룻과 결혼한다. 엘리멜렉 가문은 자손이 없이 대가 끊겼기 때문에, 보아스가 땅을 물러서 엘리멜렉의 미망인인 나오미에게 돌려준다 하더라도, 늙은 나오미마저 죽고 젊은 룻이 다른 친족 집단의 남자에게 시집을 가면 엘리멜렉 가족의 땅을 보유할 주체가 모두 사라져 버리게 되어, 기업 무르기가 실효 없게 되고 만다.
보아스는 자손이 끊기고 땅을 영원히 잃을 위기에 처한 엘리멜렉 가족이 자손과 땅을 모두 얻도록 해 준다. 그런데 이것은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주시고 또 지키신 언약과 일맥상통한다. 하나님은 자손과 땅이 모두 없는 아브라함에게 자손과 땅을 주시겠다고 언약하셨고 그 언약을 지키셨다. 보아스는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하신 것과 같은 역할을 엘리멜렉 가문을 위해 수행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