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용서함을 받고 깨달으라
요한 마가는 마가복음 4장에서 네 가지 비유(막 4:2b-34)와 갈릴리 호수를 잔잔하게 하시는 예수님의 능력(막 4:35-41)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큰 무리가 자신에게 모여듦으로 인하여 갈릴리 호수에 있는 배 위에 오르셔서 비유로 그들을 가르치셨습니다.
(막 4:1) 그(예수)가 다시 바닷가에서 가르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매우 큰 무리가 그(예수)에게 모여 들어서, 그 결과 그(예수)는 바다에 있는 배에 올라 앉으셨습니다. 그리고 무리는 모두 바다 주변 육지에 있었습니다. (2a) 그(예수)가 비유로 그들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치셨습니다. (Translated by YG Kim)
먼저 우리가 마가복음 4장에 기록되어 있는 네 가지 비유의 말씀을 생각해 보기 전에 비유에 관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비유(parabole: parable)란 청중들의 삶의 정황(Sitz im Leben)을 기초해서 하나님의 나라에 관하여 가르치시는 방법입니다. 예수님께서는 1세기 갈릴리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소재들을 활용해서 비유로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비유는 청중들의 삶 속에 있는 친근한 소재를 가지고 하나님의 나라에 관한 실질적인 의미가 무엇인가를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예수님께서는 청중들이 자신의 메시지를 깨닫지 못하자 청중들에게 조금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비유를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의 비밀과 진리를 가르치십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예수님께서 자신을 따르는 큰 무리에게 비유로 말씀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예수님께서는 마가복음 1장 15절에서 “때가 성취되었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라 그리고 복음을 믿으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복음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나라에 관하여 가르치시고 기적을 행하셨을 때 사람들은 마음의 완악암으로 복음을 믿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이미 마가복음 3장 5절의 말씀을 통하여 생각해 본 것처럼 마음의 ‘완악함’(porosis: hardness)이란 어떠한 상황에 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 결과 완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하나님의 생명으로부터 떠나(엡 4:18) 복음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지 못하고 있었을 때 예수님께서는 비유로 하나님의 나라를 가르치셨습니다.
마가복음 4장에 기록되어져 있는 첫 번째 비유는 씨 뿌리는 자의 비유입니다. 마가복음 4장 2b-20절에 기록되어 있는 씨 뿌리는 자의 비유는 다섯개의 구조로 구성되어 있는 교차 대구법(fivefold Chiastic Structure)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마가복음 4장 2b-20절의 말씀을 교차 대구법으로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A)예수님께서 씨 뿌리는 자의 비유로 말씀 하심(막 4:2b-9); (B) 비유에 관한 제자들의 질문(막 4:10); (C) 하나님의 나라의 비밀(막 4:11-12); (B´) 비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제자들을 책망하심(막 4:13); (A´) 예수님께서 씨 뿌리는 자의 비유를 해석해 주심(막 4:14-20).
이러한 교차 대구법을 통하여 예수님께서는 큰 무리와 제자들에게 비유를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의 비밀을 가르치십니다.
먼저 우리들은 예수님께 말씀하시는 씨 뿌리는 자의 비유(막 4:2b-9)와 그 해석의 의미(막 4:14-20)를 생각해 보기 이전에, 마가복음 4장 10-13절에 기록되어 있는 예수님께서 비유를 말씀하시는 목적을 먼저 생각해 보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씨 뿌리는 자의 비유를 말씀하시고 혼자 계실 때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씨 뿌리는 자의 비유에 관하여 질문하였습니다(막 4:10).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비유로 사람들을 가르치시는 목적을 언급하시고(막 4:11-12), 비유를 깨닫지 못하는 제자들을 책망하십니다(막 4:13).
(막 4:10) 그(예수)가 혼자 계실 때 그(예수)의 주변에 있었던 자들이 열두 제자와 함께 비유들을 그(예수)에게 질문하였습니다. (11) 그(예수)가 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들에게는 하나님의 나라의 비밀이 주어졌으나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비유들로 받는다. (12) 이것은 “그들이 보기는 보아도 인식하지 못하고, 듣기는 들어도 이해하지 못해서, 그들이 돌아와서 용서를 받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13) 그(예수)가 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이 비유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모든 비유들을 이해하겠는냐?” (Translated by YG Kim)
먼저 우리가 마가복음을 읽을 때 주목해야 하는 점은 예수님과 제자들이 사적인 공간에 있을 때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의 비밀에 관하여 가르치십니다(막 4:10-13; 7:17-23; 9:28-29, 35; 10:10-12, 32-34; 12:43-44). 이렇게 예수님의 주변에 있었던 자들과 열두 제자들이 예수님께 비유에 관하여 질문하였을 때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특별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예수님과 함께 있는 자들과 밖에 있는 사람들을 나누어 원근법으로 설명하십니다(막 4:11). 마가복음에서 예수님과 함께 있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나라의 비밀이 주어졌으나,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을 비유로만 주어졌습니다.
특별히 우리가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씨 뿌리는 자의 비유의 배경을 생각해 보면, 예수님과 함께 있는 자들은 하나님의 나라의 비밀이 주어져서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처럼 열매를 맺지만, 밖에 있는 사람들은 길가에 떨어진 씨앗이나, 돌 밭 위에 떨어진 씨앗이나, 가시덤불 속에 떨어진 씨앗처럼 열매를 맺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는 자들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가운데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나라의 비밀이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감추어져 있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마가복음 1장 14-15절의 말씀에서 하나님의 나라의 복음이 공개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 되었습니다. 그러나 완악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생명으로부터 떠나 있는 자들은 하나님의 나라의 비밀을 깨닫지 못합니다(막 3:5).
예수님께는 자신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나라의 비밀을 깨닫지 못하는 이유를 이사야서 6장 9-10절의 말씀을 인용해서 말씀하십니다(막 4:12).
예수님께서는 이사야서 6장 9-10절의 말씀을 인용해서 자신이 비유로 말씀하시는 목적을 설명하십니다. 이사야서 6장 9-10절의 말씀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사야 선지자가 하나님 앞에서 소명을 받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이사야 선지자가 하나님께 받은 소명은 언약의 백성들이 하나님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하는 사역입니다. 그 이유는 언약의 백성들이 회개하고 하나님께 돌아와서 고침을 받을까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사 6:9)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가서 이 백성에게 이르기를 너희가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할 것이요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리라 하여 (10) 이 백성의 마음을 둔하게 하며 그들의 귀가 막히고 그들의 눈이 감기게 하라 염려하건대 그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닫고 다시 돌아와 고침을 받을까 하노라 하시기로 (개역 개정)
만일 우리가 이 말씀을 문자적으로 이사야 선지자의 소명을 이해한다면, 하나님께서 이사야 선지자에게 요구하시는 소명은 언약의 백성들의 마음을 둔하게 하고 귀가 막히게 하고, 눈을 보지 못하도록 해서 회개하고 고침을 받지 못하도록 막는 사역입니다.
우리들은 본질적인 의미에서 이사야 선지자의 사명에 관하여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사야 선지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약의 백성들이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의 완악한 마음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완악한 마음으로 인하여 이사야 선지자의 메시지를 들은 백성들은 하나님으로부터 더욱 멀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돌이킬 것이며, 돌이킨 신실한 남은 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는 ‘거룩한 씨’가 되어 그루터기로 남을 것입니다(사 6:13; 10:20-21).
이러한 배경에서 우리는 마가복음 4장 12절의 말씀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막 4:12) 이것은 “그들이 보기는 보아도 인식하지 못하고, 듣기는 들어도 이해하지 못해서, 그들이 돌아와서 용서를 받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마가복음 4장 12절의 말씀을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12절 하반절에서 시작되는 접속사 ‘메포테’(mepote)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메포테’(mepote)라는 접속사는 부정적인 목적(negative purpose; that ~ not)을 표현합니다. 만일 우리가 12절 하반절의 말씀을 부정적인 목적으로 해석하면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시는 이유는 예수님 밖에 있는 사람들이 보아도 인식하지 못하고, 들어도 이해하지 못해서, 그 목적은 그들이 하나님께 돌아와서 용서함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예수님의 가르침과 반대됩니다. 마가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이 땅에 오신 목적을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기 위해서 오셨다고 말씀하십니다(막 1:38).
우리가 마가복음 4장 12절에서 ‘메포테’(mepote)의 내포적인 의미를 부정적인 목적(negative purpose)이 아니라 결과(result)로 해석하면 이사야서 6장 9-10절의 말씀과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의 비밀이 예수님과 함께 있는 자들에게는 주어졌지만,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비유로 주어졌다는 의미는 예수님 밖에 있는 자들이 돌아와서 회개하지 않는 한(unless[as is hoped]) 그들이 하나님의 나라를 보지만 인식하지 못하고, 듣지만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Robert H. Stein, Mark, Baker Academic, 2008, 211)
따라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비유의 의미를 깨닫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완악한 마음에서 회개하고 돌아서는 마음의 변화입니다. 이러한 마음의 변화는 그들이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비유를 보고 인식하게 하고, 듣고 이해하게 합니다.
<함께 나누기>
- 비유란 무엇입니까?
-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마가복음 4:2b-20절에 기록되어 있는 씨 뿌리는 자의 비유를 교차 대구법으로 설명해 보십시오. 다섯개의 구조로 된 교차 대구법에서 핵심적인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 예수님께서는 이사야서 6장 9-10절의 말씀을 인용해서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시는 이유를 설명하십니다. 이사야 선지자가 받은 소명의 내포적인 의미는 무엇입니까?
- 예수님께서 마가복음 4장 12절에 말씀하시는 내포적인 의미는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나라의 비밀을 깨닫는 자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복음에 빚진 자 김윤규 목사 (토론토 쉴만한물가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