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 “생명의 근원”
창조 시대부터 피는 생명과 동일시되어 왔습니다. “피”를 뜻하는 그리스어는 “하이마”는 성경에서 다른 낱말들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하이마는 혈액이 쉽게 응고되지 않는 질병인 “혈우병,” 피가 몸 밖으로 지속적으로 흘러 생명을 위협하는 “출혈,” 피가 몸에 범벅이 된 “피투성이,” 피의 활동이 멈춘 “죽은 자”와 “시체,” 등으로 번역됩니다.
성경의 저자들은 인간 존재를 위한 피의 물리적 필요성뿐만 아니라, 더 구체적으로는 그 영적인 의미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성경은 시작부터 인간이 피를 흘리는 것은 죄라고 선언합니다. 왜냐하면 피에는 생명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고기를 그 생명 되는 피째 먹지 말 것이니라 내가 반드시 너희의 피 곧 너희의 생명의 피를 찾으리니 짐승이면 그 짐승에게서, 사람이나 사람의 형제면 그에게서 그의 생명을 찾으리라 다른 사람의 피를 흘리면 그 사람의 피도 흘릴 것이니 이는 하나님이 자기 형상대로 사람을 지으셨음이니라.” 물론, 성경에서 하이마의 주된 강조점은 그리스도의 피입니다. 피는 곧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죽음을 통해 흘리는 피를 뜻합니다.
신약성경에는 인간의 피에 대한 언급이 여러 번 나옵니다. 예수님께서 기적을 행하러 가시던 중 군중에게 둘러싸여 계셨을 때, 한 여인이 그분을 만졌습니다. 그녀는 예수님의 옷자락을 믿고 만졌기 때문에 혈루증이 즉시 나았습니다. 그녀의 피는 문자 그대로 말라 버렸습니다. 베드로의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라는 대답을 들으신 예수님께서 피에 대하여 언급니다. “이를 네게 알게 하신 이는 혈육 (하이마)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라.” 혈육이라는 이 구절은 신약 성경의 다른 곳에서 인간의 삶을 묘사하는 데 사용됩니다. 인간의 피에 대한 또 다른 특이한 언급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나옵니다. 그곳에서 예수님은 깊은 고뇌 속에서 “힘쓰고 애써 더욱 간절히”기도하셨습니다. 성경은 그 때 그분의 “땀이 땅에 떨어지니 핏방울 같았다”고 기록합니다.이곳에 사용된 고뇌와 핏방울과 같은 단어들은 인간의 죄를 짊어지시기 위해 예수님께서 당하실 고통의 극치와 죽음을 상징합니다.
신약 성경의 여러 구절에서 피는 인간 생명의 본질로 선포됩니다. 누가는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메시지를 전했던 선지자들의 순교를 소개하면서 피를 언급합니다. “창세 이후로 흘린 모든 선지자의 피를 이 세대가 담당하되 곧 아벨의 피로부터 제단과 성전 사이에서 죽임을 당한 사가랴의 피까지 하리라.” 이 말씀은 피의 역사는 히브리 성경의 첫번째 책인 창세기에서부터시작하여, 히브리 성경의 마지막인 역대하까지, 즉 성경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바울은 아테네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할 때 피가 생명의 근원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교도들에게 창조주 하나님께서 땅의 모든 족속을 한 혈통으로 만드셨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이는 인류는 그리스도 안에 하나의 혈통인 사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이 가르침은 스스로 선민이라고 자부했던 유대인이나, 인종적으로 다른 어떤 민족보다 자신들이 더 우월하다고 믿었던 헬라인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신약성경에서 피에 대한 가장 중요한 언급은 분명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기록됩니다. 그분은 우리를 위한 대속물로 자신의 생명의 피를 희생하셨습니다. 히브리서 저자는 이 사실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하지 아니하고 오직 자기의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느니라 염소와 황소의 피와 및 암송아지의 재를 부정한 자에게 뿌려 그 육체를 정결하게 하여 거룩하게 하거든 하물며 영원하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흠 없는 자기를 하나님께 드린 그리스도의 피가 어찌 너희 양심을 죽은 행실에서 깨끗하게 하고 살아 계신 하나님을 섬기게 하지 못하겠느냐 이로 말미암아 그는 새 언약의 중보자시니 이는 첫 언약 때에 범한 죄에서 속량하려고 죽으사 부르심을 입은 자로 하여금 영원한 기업의 약속을 얻게 하려하심이라.” 이 구절들은 죄의 속량에 있어서 그리스도의 피의 실제적인 효력과 구약의 동물 제사의 상대적인 무능함을 대조하여 보여줍니다. 동물의 피는 일시적이었고 무효과 였지만, 그리스도의 죽음은 영구적 이었으므로 완전히 유효한 것입니다. 또 동물의 피는 그리스도가 흘릴 피의 모형이였습니다.
그리스도의 피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하나의 연합체임을 보증합니다. 베드로는 신앙인이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게 된 것은 “오직 흠 없고 점 없는 어린 양 같은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로 된 것이니라”고 밝힙니다. 모든 믿는 자들을 이 피 뿌림을 얻은 자들이기 때문에, 이제 그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교제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울도 에베소 교회가 그리스도의 피로 사신 바 되었다고 묘사했습니다. 이제, 그리스도의 희생의 무한한 가치는 그분의 교회에 무한한 가치를 부여해 줍니다.
그리스도의 피의 핵심적 중요성은 성찬식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으시기 전에 잔을 새 언약의 상징으로 바꾸셨습니다. “또 잔을 가지사 감사 기도 하시고 그들에게 주시며 이르시되 너희가 다 이것을 마시라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 포도주 잔은 예수님의 피를 상징하지만, 실제 피로 변화된 것은 아닙니다. 이는 특히 바울이 고린도 교인들에게 성찬식을 소개할 때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식후에 또한 그와 같이 잔을 가지시고 이르시되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니 이것을 행하여 마실 때마다 나를 기념하라.” 옛 구약의 제물의 피와는 달리 예수님의 보혈은 그분을 믿는 모든 사람들의 죄를 분명하게 제거하셨습니다. 이제 다시 희생제사를 반복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희생 제사로 죄를 씻었던 옛 언약은 예수님의 피흘리심으로 완성되었습니다.
해리 아이언사이드는 그리스도의 피에 관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거룩한 행보, 즉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헌신적인 삶은 죄를 없앨 수 없었습니다. 우리 영혼을 구원한 것은 죽음으로 흘려진 생명의 피 였습니다. 그분의 죽음이 아니었더라면, 그분의 생명은 우리의 극심한 죄성을 선명하게 드러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위해 흘리신 그분의 피는 우리가 영원히 살 수 있도록 죽음으로 흘러내어 주신 생명이었습니다.” 찬송 작가 로버트 로리는 예수님의 죽음을 이렇게 노래 했습니다. “무엇이 내 죄를 씻어 줄 수 있을까? 오직 예수의 피뿐이다. 무엇이 나를 다시 온전하게 할 수 있을까? 오직 예수의 피뿐이다. 오, 나를 눈처럼 하얗게 하는 그 샘은 귀하도다. 내가 아는 다른 샘은 없고 오직 예수의 피뿐이로다.” 생명의 근원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이남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