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성경다음으로 많이 읽혔다는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읽고 있다. 성경공부, 정확히는 묵상나눔을 위한 것이지만, 오늘의 시대에도 여전히 동일한 신앙적 갈등과 문제들을 바라보고 다시 정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감사하다
책의 시작은 주인공 크리스천(Christian)은 자신이 사는 ‘멸망의 도시’가 하늘의 불로 심판받을 것이라는 예언을 읽고 깊은 두려움에 빠진다는 현실에서 시작된다. 그의 등에는 죄로 구겨진 거대한 ‘죄의 짐’이 지워져 있다. 가족과 이웃들의 비웃음과 만류를 뒤로한 채, 그는 전도자(Evangelist)의 지시에 따라 빛나는 ‘좁은 문’을 향해 홀로 길을 떠난다.
길을 가던 중 만난 고집쟁이는 그의 말을 거부하고 돌아가고, 변덕쟁이는 간다고 했지만 곧 어려움을 만나자 낙담하고 곁길로 도망간다. 그리고선 세속 현자의 유혹에 빠져 도덕과 율법으로 죄의 짐을 벗으려다 시내산의 불길에 두려움에 떨게 되었고, 다시 전도자의 도움으로 좁은 문에 도달한다.
좁은 문을 지나 해석자의 집에서 복음, 성령, 인내 등 복음의 비밀을 배운 크리스천은 마침내 십자가가 서 있는 언덕에 이른다. 그가 십자가 앞에 서는 순간 무거운 죄의 짐이 풀어져 무덤 속으로 굴러떨어진다. 빛나는 세 천사가 깨끗한 옷을 입히고, 인을 치며, 천성문에 낼 증서를 건낸다.
그후 고난의 언덕에서 영적 침체를 겪는다. 크리스천은 가파른 언덕을 기어오르다 정자에서 잠이 들어 증서를 분실한다. 영적 나태함의 대가로 눈물을 흘리며 되돌아가 증서를 간신히 찾아온다. 사자들의 위협을 뚫고 신앙, 경건, 분별이라는 자매들이 지키는 미궁에서 안식과 하나님의 전신갑주의 무장을 공급받는다.
그리곤 악한 마귀의 우두머리인 아볼루온이 나타나 치열한 백병전을 벌인 끝에 크리스천은 ‘성령의 검’으로 물리친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지옥의 불길과 덫이 가득한 골짜기를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의지하는 ‘기도’와 ‘믿음’만으로 통과한다.
계속 되는 여정에 믿음의 동역자 신실을 만나 동행한다. 이들이 도착한 허영의 시장은 세상의 부귀, 명예, 쾌락을 파는 곳인데,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진리만을 구하던 두 사람은 체포되었고, 신실은 잔인하게 재판을 받고 순교한다. 이때 신실은 곧바로 천성으로 들림 받으며, 이 모습을 본 소망(Hopeful)이 크리스천의 새로운 동역자가 된다.
또 크리스천과 소망은 걷기 편해 보이는 ‘샛길 초장’으로 접어들었다가 길을 잃고, 절망 거인에게 붙잡혀 의심의 성 지하 감옥에 갇힌다. 거인의 모진 매질과 자살 권유 속에서 고통받던 중, 크리스천은 자신의 품에 모든 성문을 열 수 있는 ‘약속’의 열쇠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감옥을 극적으로 탈출한다.
기쁨의 산에서 신실한 목자들의 안내로 천성의 영광을 멀리서 바라보며 소망을 새롭게 한다. 천성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다리가 없는 깊은 강(죽음)을 건너야 하는데 잠시 자신의 죄와 두려움 때문에 강물에 빠져 허우적거리지만, 소망이 건넨 그리스도의 위로와 말씀 덕분에 믿음으로 강을 건넌다.강 저편에서 기다리던 천사들의 인도에 따라, 크리스천과 소망은 진주와 황금으로 가득 찬 시온성에 입성하여 영원한 영광에 참여한다.
천로역정은 구원은 단회적 사건이나, 신앙은 ‘과정’임을 교훈한다. 또 오늘날 허영의 시작에 한복판에 사는 성도의 시선이 이땅이 아니라 천성에 있어야함을 강조한다. 때로 낙심과 절망이 있지만 오직 하나님의 약속으로 이길 수 있음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교이다. 성도가 세상을 이기는 믿음으로 살때 홀로 설수 없음도 교훈하며, 신실한 동역자, 길동무가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의 몸을 이룬 교회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순례가자가 되어야 함을 다시 각성케 한다.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하며 오늘도 깨어 말씀과 기도로 살아가는 성도의 삶이 중요함을 다시 확인한다. 세상이 전부가 하나님 나라가 있음을 마음에 새기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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