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브런치칼럼] 인내의 리더십

2

인내의 리더십

1999년 교회에 새로 부임하신 전도사님을 통해 제게는 너무도 생소했던 ‘선교’라는 단어를 듣게 되었습니다. 얼마 후 전도사님의 권유로 청년들과 함께 ‘선교한국 2000’ 대회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 시간을 통해 선교에 대해 듣게 되었고 선교사들을 직접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청년의 때에 6개월 정도 단기 선교를 경험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마음을 품고 서원을 했습니다. 

대학교 4학년 여름 방학 때 진로를 놓고 금식하며 기도하던 중에 하나님께서는 너무나도 명확하게 저의 문제점들과 제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보여주시고 깨닫게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단지 호기심이 아닌 진지한 마음으로 결단하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그 해 가을 저는 선교 단체에 합류하게 되었고 그 단체를 통해 이슬람에 대해 접하게 되었습니다. 

선교 단체의 영국 본부에서 선교 훈련을 받던 2002년 5월의 어느 날,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기도하던 중에 하나님께서 저를 선교사로 택하여 부르셨고 사용하실 거라는 확신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너무도 잘 아는 저였기에 하나님의 부르심에 쉽게 순종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합리적인 이유로 하나님께 순종할 수 없는 변명을 했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런 저에게 한 가지 일화를 떠오르게 하시며 더욱 확신을 주셨습니다. 

1996년 2월. 군 입대 후 논산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을 때였습니다. 주일 예배에 참석해서 예배를 드리던 중 헌금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가진 돈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당시 훈련소에서는 현금 대신에 쿠폰을 사용하였었는데 제게 남은 쿠폰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보의 하얀 여백을 쿠폰의 크기와 똑같이 잘랐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적었습니다. ‘하나님 드리고 싶은데 제가 가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대신 제 젊음을 드립니다.’ 

그날 밤 하나님께서는 제게 그 일을 기억시켜 주시며 순수했던 저의 기도를 받으셨다는 것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오늘 브런치 칼럼은 요르단에서 아랍 무슬림 복음화를 위해 사역하고 있는 하산 선교사의 이야기로 시작을 했습니다. (선교사의 사역을 위해서 가명으로 소개합니다)

하산 선교사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인내의 리더십에 대해 몇 가지 나누고자 합니다.

첫 번째, 인내의 리더십은 상황과 환경을 이겨내게 합니다. 

하산 선교사는 2006년 레바논에서 ‘시아 무슬림’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던 중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전쟁이 발생하여 당시 베이루트의 헤즈볼라 본거지에서 살면서 사역을 했기에 지역민들과 함께 전쟁의 참상을 그대로 겪게 됩니다. 2008년 결혼 후 다시 레바논으로 돌아왔을 때는 레바논에 내전이 발생하여 함께 하는 팀과 철수를 하게 되었고, 선교사님 가정은 이집트로 사역지를 옮기게 됩니다. 카이로의 빈민가에서의 삶은 다른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고 그때를 회상합니다. 사는 것조차 힘에 겨울 정도로 고된 나날들이었지만 그럼에도 환경에 적응하며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며 전도의 기회를 찾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5개월 만에 함께 하던 미국 팀원이 추방을 당하게 되었고, 선교사님 가정 또한 더 이상 그 지역에서 사역을 할 수 없게 되어 다시 레바논으로 사역지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산 선교사 가정은 5개월 만에 레바논에서도 추방을 당하게 됩니다. 

이렇듯 아랍권 무슬림 선교가 정말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전쟁이 발생했던 2006년 레바논에서 사역을 할 때, 한 무슬림 청년을 만나게 되고 그가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면서 아랍 무슬림 선교의 희망을 보게 됩니다. 계속해서 무슬림 사역을 이어가면서 아랍 무슬림 전도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무슬림 일대일 전도를 위해 아랍어와 아랍 문화 그리고 이슬람에 대해 배우고 연구하는 것에 집중하게 되는데, 그때 중동 지역에서 오랜 사역 경험이 있는 미국인 선교사를 만나 큰 도움을 받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상황과 환경 속에서 인내할 수 있도록 하나님은 열매를 보게 하시고 돕는 사람들을 붙여 주십니다. 이로 인해 아무리 힘든 상황과 환경에 놓인다고 해도 감당할 힘을 얻게 됩니다.

두 번째, 인내의 리더십은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이겨내게 합니다.

하산 선교사는 아랍 무슬림 전도 사역을 계속 이어가던 중에 예수님을 믿은 무슬림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의 요구에 따라 함께 성경 공부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문화 센터’를 오픈해 지역 주민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시리아 난민들을 섬기는 사역도 하게 되었습니다. ‘문화 센터’ 사역을 통해 예수님을 믿는 무슬림들이 생겨났고 ‘성경 공부’ 모임도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하나님께서 이들을 위한 교회를 세우는 것에 대한 마음을 강하게 주셨고 이것이 ‘중동 아랍 무슬림 신자 공동체’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현지인 리더들 간에 시기, 질투가 생기기 시작했고 관계에 골이 깊어졌습니다.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현지인 리더들과 대화도 하고 질책도 해 봤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자신들끼리 싸우다가 결국에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서로 손잡고 하산 선교사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생각대로 선교사를 조종하지 못한 리더들은 자기들만의 교회를 시작하겠다며 모든 성도들을 데리고 떠나 버렸습니다. 아랍 문화는 집단 문화이기에 이런 일이 그리 어렵지 않게 일어난다고 합니다. 

텅 빈 교회를 보면서 하산 선교사의 마음은 무겁고 슬펐습니다. 지난 3년간의 수고가 수포로 돌아간 듯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하산 선교사, 수고했다. 그들과 함께 하는 너의 역할과 시간은 여기까지다.’ 라는 말씀으로 위로 하시고 ‘내가 새롭게 할 것이다.’라는 확신을 주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얼마 후 교회를 나간 이들 중에 한 청년이 돌아오고 그의 어머니도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정이 돌아왔습니다. 새롭게 하시겠다고 했는데 모인 사람들은 모두 예전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전 모임에서도 가장 섬김을 받지 못했고 인정받지 못했던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산 선교사는 그들을 하나님께서 보내신 이들이라 여기고, 잘 훈련시키고 양육해야 하는 것이 선교사의 역할이기에 다시금 그들의 신앙의 성장을 도우며 섬기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때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역에서 모든 관계가 무너지는 듯한 어려움을 경험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금 새롭게 세워지는 경험을 하게 하십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당신의 종들이 사람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세워 가시는 공동체를 경험하도록 이끄시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인내의 리더십이 값지고 소중한 것은 그러한 리더십의 영향이 양육 받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흘러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산 선교사는 오늘도 복음으로부터 가장 소외된 무슬림들을 위해 하나님을 예배하는 공동체를 세우고, 그 공동체를 통해 예배자와 전도자를 세움으로 이들에 의해 아랍 무슬림 복음화를 이루어가는 사역과 아랍 무슬림 복음화를 위해 헌신된 사역자들과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일을 위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따금 당신의 자녀들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과 환경 속에서 모든 관계가 무너지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하십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인내를 요구하십니다. 과연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요? 그 해답은 인내의 산에 올라 산마루에서 하나님의 세계를 마주하게 될 때 깨닫게 될 것입니다.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