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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늘향한책읽기] 욕망과 영성:르네 지라르, 성경, 기독교 영성

하늘향한책읽기, 이경희, [욕망과 영성:르네 지라르, 성경, 기독교 영성], 비아토르, 2023.

영성은 기독교 신앙에 있어서 중요한 단어이다. 그러다보니 영성이 훌륭하다고 하는 사람은 욕망 자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는 기본적인 욕망조차 없어 보이는 사람이 영적인 사람이라고 칭해지기도 한다. 물론 우리 인생에서 자신의 욕망에 끌려 다니지 않아야 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욕망을 잠재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그리스도인들은 쉼, 여행, 쇼핑 등을 할 때 갈등한다. 이렇게 쉬어도 되나? 이렇게 좋은 곳을 다녀도 되나? 이런 물건을 사도 되나? 라는 죄책감에 빠지기도 한다. 

물건을 사고 싶은 갈망, 인정받고 싶은 갈망, 성적 갈망 등을 없는 것처럼 살아가거나 생기는 대로 잘라버리려고 애쓰는 것만이 건강한 신앙인의 영성인가? 이런 차원에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욕망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하고 어떻게 건강한 영성을 가질 수 있는 지에 대해 알 기회를 제공한다. 건강한 신앙이야말로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다루어야 함을 저자는 강조하며 이 책을 저술하게 된 배경을 밝힌다. 

저자는 한인 성도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고 이름도 익숙하지 않은 학자인 르네 지라르(Rene Girard)를 소개한다. 프랑스 인류학자이며 철학자인 그를 소환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르네 지라르의 모방욕망 이론(Mimetic Desire Theory)을 통해 우리 안의 욕망과 영성 사이의 관계를 살피는 렌즈로 사용해 보라고 권면한다. 

모방욕망이 무엇인가? 모든 인간의 가슴에는 불덩이가 있다. 멈춰서 이 불덩이를 직면하고 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시간을 갖지 않으면 남의 것을 모방하고 그것이 자기 것인양 착각하기 쉽다. 예를 들어, 사당동 다세대 주택27평에 살면서 전혀 불편함이 없이 교통이 편리해서 좋았던 어떤 사람이 친한 친구 하나가 강남구 논현동 G 아파트 42평형으로 이사하자 스멀스멀 욕망이 올라오면서 ‘아, 나도 강남살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는데 이것이 친구의 욕망을 욕망한 모방욕망이라는 것이다. 

르네 지라르는 우리 욕망의 대부분은 남의 것을 모방하는 것이기에 늘 남과 비교하고 질투와 경쟁의 히스테리를 부린다고 한다. 정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를 묻지 않고 남의 것을 모방하려고만 하게 된다. 모방욕망은 자발적이거나 개인적인 욕망이라기 보다는 관계적이어서 남을 의식하고, 남과 비교하고, 남과 경쟁하는 지경으로 발전한다. 더 큰 문제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점검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이 욕망(desire)은 길들여지지 않은 망아지처럼 날뛰게 되어 모방 폭력(mimetic violence)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폭력성은 자신도 죽이고 남도 죽이는 무서운 감정이 되기에 이른다.

페이스북을 보다가 상대방에 대한 시기심이나 질투가 생기거나, 학교폭력 등으로 한 사람을 두고 집단 따돌림을 한다거나, 혐오를 조장하거나, 국가 간의 끊임없는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타자와 희생양으로 대비되는 모방폭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실존적인 모습은 두려움과 불안에 사로잡혀 살아가게 된다. 

이 모방폭력의 렌즈를 통해 자신의 욕망에서 누구는 ‘타자’가 되고 누구는 ‘희생양’이 된다. 타자란, 욕망을 모방하고 싶은 대상이며, 자신과 경쟁과 갈등을 초래하는 사람이다. 희생양이란, 이렇게 생긴 갈등과 폭력을 해소하기 위해 선택되는 제3자로서 자신의 공격을 받는 대상을 말한다. 자신에게 힘이 있다면 그 힘으로 남을 누르고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하며, 자신에게 힘이 없다면 남이 가진 것을 바라보면서 불평과 원망과 질투에 사로잡혀 감사가 없는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모방욕망이 모방폭력이 되고 희생양을 찾아가는 이 시스템을 쳐부술 방법을 제공한다. 1부에서는 자기 안전과 출세 욕망에 사로잡힌 롯과 같은 상황에서도 자기의 갈망을 다루면서 믿음의 길을 걸었던 아브라함을 소개한다. 2부에서는 이런 갈망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성경 속의 인물들을 보여준다. 가인처럼, 야곱과 에서처럼, 요셉과 그의 형들처럼, 다윗과 주변인들처럼, 예수님을 죽이려 했던 사람들을 반면교사로 삼게 한다. 3부에서는 밧세바를 범한 다윗 왕을 회개시킨 나단 선지자와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을 돌이키신 예수님의 이야기를 통해 모방욕망을 걷어 내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성경의 탁월성을 강조한다. 그저 경전으로 성경을 대하지 말고, 자신을 보는 거울로써 성경을 보라고 권면한다. 영혼의 거울인 성경 앞에서 “거울아, 거울아, 나는 누구니?”를 물어보라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를 영성훈련으로 제안한다. 자신의 갈망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게 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욕망을 선한 방향으로 승화시켜 이를 통해 거룩한 갈망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신윤희 목사(하늘향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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