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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하늘향한책읽기] 애덤 맥휴_내향적인 그리스도인을 위한 교회 사용 설명서

하늘향한책읽기_애덤 맥휴, [내향적인 그리스도인을 위한 교회 사용 설명서], IVP, 2022.

MBTI 또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개인이 인식과 판단하는 과정에서 각자 선호하는 경향성이 드러나는 것을 설문 방법으로 진단하는 심리 검사이다. 요즘 상대방의 혈액형을 물어보는 것보다 MBTI 성향을 궁금해 하거나 맞춰보는 것이 더 유행이다. 이러한 경향성이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기에 실생활에서 자주 회자될 수밖에 없다. 이 MBTI 검사에서 인간의 성향을 나누는 첫 번째 기준이 바로 외향적(Extrovert)이냐, 내향적(Introvert)이냐 하는 것이다. 이는 각 개인이 에너지를 얻는 방법과 흘려보내는 방향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극명한 생활과 문화의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 교회 공동체가 그동안 다른 기준과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조목조목 지적한다. 그 이유는 교회 공동체의 문화가 내향성의 사람들보다는 외향성을 가진 사람에게 더욱 호의적이라는 것이다. 외향성을 가진 사람들이 이루어 낸 교회사의 위대한 업적들이 내향적인 사람들이 이루어낸 것보다 더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외향적인 사람이 소위 더 은혜를 많이 받은 사람들로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반면에 외향적이지 않으면 은혜를 덜 받았다고 평가되거나 성령 충만하지 않은 것으로 비춰지기도 하고 찌질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외향적인 분이셨을까? 내향적인 분이셨을까? 연구에서 97퍼센트가 예수님을 외향적인 분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외향성이 내향성보다 가치 있다고 평가하는 북미 문화권에서 예수님은 적어도 외향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작용한 탓이다. 목회사역도 외향적인 사람이 목회도 잘 한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이상적 목회자라고 말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하고 별 어려움없이 군중 사이를 돌아다니며 낯선 사람을 친구로 만드는 존재가 아닌가. 언제 누구와 무엇에 관해서든 담소를 나눌 수 있으며 인간 자석처럼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끌어 들이며, 자기를 흠모하는 교회 구성원들에게 둘러싸인 사람이어야 된다는 모종의 기대감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외향성을 은근히 치켜 세우거나 공공연하게 외향적인 특성을 지닌 지도자들을 교회에 세우려고 한다. 교인 수가 줄어들기라도 하면 더욱 교회는 더 큰 목소리로 메시지를 전하고 공격적인 전도 전략을 추구하는 목회자를 요청한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고독의 시간, 성찰의 시간, 개인 성경 공부가 즐거운 사람이었다. 아무리 좋은 사람과의 만남도 오히려 혼자 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즐겁지 않은 사람이다. 설교는 어찌 한다 해도 친교 시간에는 자신의 할 말 분량을 다 채웠기 때문에 말을 더듬기까지 하는 그런 성향의 사람이다. 교회에서 외향적인 사람이 대접을 받다보니, 내향적인 사람은 은혜 받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자기 본래의 성격보다 오버해서 행동을 보이려고까지 해야 한다. 

저자는 목회를 하면서 이상적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려고 했는데 이것은 특히 성향을 외향적으로 바꾸어 보려고 하는 노력이었단다. 그럼에도 교회가 요구하는 목회자상에서 자신이 너무나 멀어지는 것은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자신의 내향적인 기질 때문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런 요구는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교우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내향성을 지닌 교우들 가운데에서도 교회에 안 맞은 옷을 입고 온 것처럼 불편해하며 자신의 소양대로의 성도의 길을 걷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다.  결국 남의 시선이나 비위를 맞추어 보려하나 결국 쓸쓸이 교회 공동체로부터 멀어져 버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저자는 다양한 교회를 살펴보고, 특히 내향적인 그리스도인들과 많은 인터뷰를 통해서 교회의 문화가 너무나도 지나치게 외향성을 지향하는 공동체가 되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내향적인 사람이 교회에 적응하려면 자신의 기질부터 외향적으로 바꾸어야만 하는 것인가. 저자는 이 책의 부제에서 보여주듯이 “외향적 교회 문화에서 나 다운 모습으로 존재하기”의 방법을 제시한다. 즉 교회 문화 자체에서는 어쩔 수 없이 외향적인 모습으로 진행되어지고 표현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많음도 인정한다. 그러나 내향적인 사람들에게도 사역과 예수님의 몸 된 교회를 세우는 일에 폭넓게 공헌할 충분히 자질들이 있음도 강조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이 자신의 장점은 부각시키고 약점은 보완하면서 참으로 동역자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될 때 공동체가 어느 특정 성격에 매이거나 거기에 좌지우지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 안에서 외향적인 사람들은 내향적인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믿음이 없는 존재로 취급하지 않아야 함도 강조한다. 물론 수줍음이나 대인 관계에서의 불안 혹은 우울과 씨름하고 있는 현실도 실제로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향적인 사람들의 다소 느린 삶의 속도, 사려 깊은 태도, 영적, 지성적 깊이, 경청하는 능력이야말로 기독교 공동체의 예언자적 자질로서 수용하고 칭찬받아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는 점이다. 

과연 우리 교회의 예배와 친교시간과 주중 활동이 내향적인 사람들에게도 친밀감을 제공하고 있는가 돌아보게 된다. 너무 한쪽으로 편중된 날개만으로 날으려고 하여 결국 같은 자리만 빙글빙글 돌았던 모습은 아니었는 지도 숙고하게 된다. 저자는 교회 내 구성원들 가운데 내향적인 사람들의 능력을 활용할 때 우리를 둘러싼 문화의 피상성과 실용주의와 떠들썩한 행위들에 대한 해독제가 될 것임을 강조한다. 내향적인 사람들과 외향적인 사람들이 서로를 귀하게 여기게 될 때 교회 사역의 깊이와 교회의 증거의 폭이 분명하게 달라지게 될 것이다. 이런 달라진 경험을 하게 되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신윤희 목사(하늘향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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