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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하늘향한책읽기] 신들과 함께_이상환

하늘향한책읽기, 이상환, [신들과 함께], 도서출판 학영, 2023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이 책을 읽기 전과 읽고 난 후의 구약성경에 대한 관점이 확연하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흐릿한 안개 속과 같이 알 듯 모를 듯한 전체 구약성경의 기록목적이 한 줄로 정리가 되면서 더 명확해지고 분명해진다. 구약성경에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지, 또한 그런 이야기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 지를 저자의 필체로 녹여 내었다. 

저자인 이상환 목사는 차세대 성경학자이면서 특히 고대근동의 역사와 신화에 대한 대가임에 틀림없다. 현재는 달라스에 위치한 미드웨스턴신학교에서 조교수이기도 한 저자는 [Re: 성경을 읽다]라는 책을 같은 해인 2023년에 출판하는 저력을 과시한다. 그동안 담아두었던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봇물 터지듯 세상을 향하여 쏟아내고 있다. 앞으로도 이어나올 책들이 여러 권 있다고 한다. 

이런 저술이 가능한 이유는 저자의 오랜 노력과 정성을 다한 꾸준한 공부에서 나온 뒷심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저자는 학문적인 재능 뿐만 아니라 학자적인 호기심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근성 또한 작용하였다. 더욱이 이렇게 치밀하게 추적해 온 결과가 자신의 지식의 방대함과 선험적 경험을 자랑함이 아니라 어떻게 유일하신 하나님을 믿고 섬길 수 있는 지를 고민하고 애쓴 흔적이었음을 책장을 넘기다 보면 행간에서 볼 수 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제시하는 내용이 구태의연하지 않아서 더 매력적이다. 성경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학자적 양심뿐만 아니라 말씀에 견고한 신앙을 바탕으로 고집스럽게 찾아 헤매고 얻은 보화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저자는 최근 연구에도 일가견이 있어서 현대의 신학적인 사조와 해석학적 지혜를 얻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장 어려운 것이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것일텐데, 저자는 그 부분에 있어서도 탁월한 능력을 소유한 것 같다. 

저자는 이 책 [신들과 함께]의 부제를 ‘고대 근동의 눈으로 구약의 하나님 보기’라고 하였다. 고대 근동의 신화들을 쓰레기라고 치부하지 않으면서 신화들과의 비교 분석 가운데 구약성경이 어떠한 신화들보다, 야훼 하나님이 어떤 신들보다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넛지(Nudge)를 제시한다. 고대 근동의 신화들 속의 신들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일상의 언약 백성들에게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탁월한 방식으로 하나님을 계시하신 사건이 바로 구약성경이라는 것이다.  

신지식인이라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구약성경은 ‘주변 고대 근동 신화들을 짜깁기한 묶음’이라는 사고가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고대 근동 신화들이 구약성경보다 오래되었다는 것도 그런 생각을 지지하지만 이  둘 사이에 유사점도 많이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 유사점이 오히려 차이점을 더 부각시키는 구약성경의 독특한 방법이었다고 역설한다. 

이런 뚜렷한 차이점은 결국 유사한 것들로부터의 독보적인 자리매김을 가능하게 하였다.  고대 근동의 신화들이 보여주는 생각을 구약성경의 독특성과 특별성이라는 관점으로 전복시킨다. 저자가 이 책의 제목을 [신들과 함께]라고 한 이유가 분명하다. 지역을 관장하는 신들과 그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적 신들의 세상에서, 엄연하고 혁혁히 다른 야훼 하나님의 놀라움을 비교하고 있다. 이 비교를 통해 하나님은 이방인들에게도 베푸신 일반은총적 계시를 어떻게 해서라도 그 이방인들에게 자신을 드러내시는 (특별계시)의 모습이 구약성경에 고스란히 담겨있음을 저자는 조명해준다. 

저자는 구약성경 전체의 관점을 바꾸려 노력하는데 평범하지 않은 전개와 이해시키려 탁월한 접근법과 예화를 들어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한다. 조명을 어떻게 비추느냐에 따라 사물은 전혀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어떻게 조명하느냐에 따라 풍성한 이해가 가능해진다. 저자의 이 책을 통한 조명을 통해 야훼 하나님은 철저히 높이며, 이방신들은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일련의 작업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수긍하고 적극적으로 동조하게 한다. 

우리는 종교와 문화의 진공상태에서 살지 않는다. 무역, 전쟁, 결혼 등이야말로 접촉을 발생시켰으며, 이 접촉을 통해 늘 영향을 받는 존재들이 우리들이다. 신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는 다다익선의 신앙의 유혹으로부터 언약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꾸준히 그리고 자세히 보여준다.  

저자의 말대로, ‘하나님을 얕게 이해하는 자들은 하나님께 얕은 예배를 드린다. 하나님을 깊이 이해하는 자들은, 하나님께 깊은 예배를 드린다.’ 구약성경을 통해 좌충우돌, 갈팡질팡하는 신앙인이 아니라 오직-삼위일체-신앙으로 하나님을 더 깊이 이해하는 시야를 갖기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신윤희 목사(하늘향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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