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본것같은성지순례] 거라사 (Kursi)

거라사 (Kursi)

예수께서 바다 건너편 거라사인의 지방에 이르러 배에서 나오시매 곧 더러운 귀신 들린 사람이 무덤 사이에서 나와 예수를 만나다 (막 5:1-2)

광풍을 뚫고 예수님과 12명의 제자들이 도착한 장소는 거라사인의 지방이었고, 배에서 나오자마자 만난 사람은 더러운 귀신 들린 사람이었다.  이스라엘 현지에서는 누가복음 8장 26절 갈릴리 맞은편 거라사인의 땅, 갈릴리 바다 동쪽 중간의 이곳을 성경의 거라사(Gergesa), 현재는 쿠르시(Kursi)라고 부르고 있으며, 예수님께서 광인을 고쳐주신 장소로 이곳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후 갈릴리 바다 동쪽의 골란 고원을 이스라엘이 점령한 후 이스라엘 정부는 1970년 새로 차지한 땅 골란고원의 서쪽 갈릴리 바다 해변가를 따라 도로공사에 착수했다. 많은 인부들의 소리와 굉음을 내뿜는 불도저가 길을 내고 있던 중 쿠르시 근방에서 비잔틴 시대의 토기가 발견되어 1300년동안 잊혀졌던 거라사의 위치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곳에서 갈릴리 바다 인근 4세기에 지어진 교회들 중 가장 큰 예배당의 흔적이 발견되었고, 2003년에는 고고학자들의 발굴 작업 중 서기 614년 페르시아 군대의 침입으로 기독교 순례자들이 순교 당한 증거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곳을 방문하면 쿠르시 국립공원 안에 있는 비잔틴 교인들이 건축한 교회를 방문하고 산중턱에 돌무더기가 쌓여진 곳으로 올라가 본다. 교회에서 동쪽으로 거라사 광인이 살던 무덤으로 올라가보면 비잔틴 시대의 교회 모자이크를 볼 수 있다. 이곳에서 갈릴리 바다를 바라보면 멀리 티베리아스 항구도시와 막달라, 타브가, 가버나움, 벳세다까지 한눈에 보인다. 이곳이 거라사 광인이 살던 무덤이고, 비록 군대 귀신 들린 자였지만 그는 광풍을 헤치고 자신을 향해서 다가오는 예수님과 제자들이 탄 배를 보고 예수님께 나아갔다.

그가 멀리서 예수를 보고 달려와 절하며 큰 소리로 부르짖어 가로되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여 나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원컨대 하나님 앞에 맹세하고 나를 괴롭게 마옵소서 하니 (막 5:6-7)

유대인들은 선민의식으로 가득찬 사람들이며, 그들은 하나님과 특별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신 7:6). 그래서 그들은 정결례법을 지키지 않는 이방인들이 부정하다고 생각하여 식사도 같이 하지 않는 것이다. 베드로가 안디옥에서 이방인과 식사를 자연스럽게 하다가 야고보가 보낸 유대인들을 두려워하여 그 자리를 피했으며, 사도바울은 베드로를 책망한 사건이 있다(갈2:11-14). 특히 현대 극정통파 종교인들은 버스를 타도 부정해 진다고 자신의 아내 이외에 다른 여자가 옆자리에 앉으려고 하면 화를 내고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기도 한다. 이천년 전이나 현대나 율법에 충실한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정결함을 유지하는 것은 큰 관심거리인 것이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선한 사마리인의 비유에서 보면, 예루살렘을 떠난 어떤 사람이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나 그 옷이 벗겨지고 매를 맞아 거의 죽은 것과 같이 되었지만 제사장이나 레위인은 그냥 지나갔다(눅10:25-37). 유대 종교지도자급인 제사장과 레위인에게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보다는 죽은 자를 만져서 자신이 부정하게 되는 것을 더 걱정했던 것이다.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광풍을 뚫고 이방인의 땅 거라사에 당도하셨을 때 그 지역 출신의 벌거벗은 광인을 만나셨다. 하지만 그는 죽은 시체와 뼈가 가득한 무덤에 거하는 자였고, 군대 귀신 들린 자였다. 유대 종교 지도자라고 자처하는 열두 명의 제자들이 볼 때, 거라사 광인은 세상에서 가장 부정한 자 중에 부정한 자였던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그 사람에게서 귀신들이 나오도록 명령하셨고, 그들은 돼지들에게로 들어갔다.

허락하신대 더러운 귀신들이 나와서 돼지에게로 들어가니 거의 이천 마리 되는 떼가 바다를 향하여 비탈로 내리달아 바다에서 몰사하거늘 (막 5:13)

해저 210 미터에 위치한 갈릴리 바다의 동쪽은 해발 1100미터의 골란 고원과 접해 있다. 즉 골란 고원에서 갈릴리 바다는 가파른 비탈길이라고 볼 수 있고, 돼지떼가 산에서 먹고 있다가 갈릴리 바다의 비탈길로 내달려 다 죽어버렸던 것이다. 성경시대부터 지금까지 유대인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돼지는 되새김질 하지 않는 동물이기 때문에 부정하다고 레위기 11장 7절에서 말한다.  심지어 유대인들의 반려견도 한국사람들이 공원에서 삼겹살 바비큐를 할 때 던져주는 삼겹살을 먹지 않는다.  기원전 167년 유대 독립왕조의 시작 마카비 혁명이 일어난 이유 중의 하나가 돼지피로 더렵혀진 예루살렘 성전의 회복에 있기도 했던 것이다. 거라사 지방은 이방인들이었던 헬라인들이 살던 데카볼리 지역의 도시였고, 부정하고 불쌍한 거라사의 이방인을 구원하기 위해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위험한 광풍을 헤치고 거라사에 오셨던 것이다. 왔던 길을 다시 가기위해 배에 타신 예수님은 귀신들렸던 사람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집으로 돌아가 주께서 네게 어떻게 큰 일을 행하사 너를 불쌍히 여기신 것을 네 친속에게 고하라 하신대 그가 가서 예수께서 자기에게 어떻게 큰 일 행하신 것을 데가볼리에 전파하니 … (막 5:19-20)

갈릴리 바다 동쪽 거라사의 발굴은 이곳이 거룩한 땅을 방문하는 초창기 순례자들에게 매우 인기있는 장소였음을 알 수 있다. 많은 믿는 자들이 예수님께서 사역하신 갈릴리 주변으로 순례를 왔고, 그들은 전쟁의 소문가운데서도 이 장소를 방문했다. 서기 614 페르시아의 침공으로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 근방에서 순교를 당한 증거에서도 알 수 있다. 초대교회의 이방 기독교인들이 이곳을 중요하게 여겼던 이유는 그리스도가 아니었으면 그들은 멸망할 수 밖에 없는 부정함과 죄악이 가득했던 거라사 광인과 같은 존재임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은 그야말로 은혜와 감격의 장소인 것이다. 그렇기에 갈릴리 바닷가 주변에서 가장 큰 교회당이 건축되었고 지금까지 그 흔적이 남아 우리에게 살아있는 말씀의 장소가 된 것이다.

글, 사진_ 이호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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