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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얼굴_이진종 목사

얼굴

필자가 갖고 있던 어릴 적 사진이 몇 장 되지 않는다. 그 사진들을 유심히 보노라면, 모두 찡그린 얼굴이다. 세상의 모든 고통을 담고 있는 얼굴로 보인다. “왜, 표정이 밝지 못했을까?” “왜찡그렸을까?” 아직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굳이 이유를 찾아보자면, 어린 시절에는 그다지 행복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살아가는 이유 말이다.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었고, 모든 일에 자신감이 없었다. 말도 더듬거렸다. 아무도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누구에게도 인정받지도 못했다. 한마디로 존재감이 없었다. 그야말로 나는 투명 인간이었다.

언제부터인가터인가 나의 얼굴이 바뀌기 시작했다. 고등입학 후부터인듯하다. 예전에는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염세주의가까웠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비뚤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소중한 만남을 통해 계기가 되었다. 첫째는 신앙, 둘째는 독서, 셋째는 친구와의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안에서는 독서, 밖에서는 목사님 설교를 통하여 차츰 시각이 달라졌다. 수필, 철학, 문학 등 책을 많이 접했다. 특히 키르케고르, 안병욱, 로버트 슐러 등 책이 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좋은 선생님이나 친구들을 만난 것이 복이었다. 그러자 비뚤어진 나의 세계관이 긍정적이고,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각으로 바뀌었다. 점차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자 가는 곳마다 리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미국. 미국 캐나다 동부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미국 사우쓰 다코다 주, 러시모아 타운을 방문했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네 명의 얼굴 조각을 새겨놓은 곳으로, 미국에서는 “큰 바위 얼굴” 하면”하면 보통 이곳을 지칭한다. 초대 대통령 워싱턴을 비롯하여 제퍼슨, 루즈벨트까지 미국 역사에 기초를 놓고 발전시킨 대통령 얼굴이 새겨져 있다. 그 조각상은 약 14년 동안 작업이 이루어졌고,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완성했다. 지금은 전 미국에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나다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이라는 단편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주인공 어니스트는 ‘마을의 전설”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우리 마을에서 진짜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생각해 보았다.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한 사람들, 그들이 진짜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일 거로 생각했다. 그것은 착각이었다. 돈, 권력 그리고 명예를 갖고 있었던 그들은 존경받지 못하고, 따뜻하진 못한 마음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마지막에 시인을 만나 보았지만 역시 아니었다. 세월이 지나자 어니스트는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다. 알고 보니, ‘어니스트’ 자신이 곧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요즘 “나이 사십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사람은 모두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물론 기질도 성품도 다르다. 중요한 것은 미모가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체득하고 깨닫는 과정을 통하여 얼굴과 마음에도 묻어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마음이 예뻐야지 여자지”라는 노랫말도 있다. 세월이 지나면, 강가의 돌멩이도 깎이고 또 깎여서 모난 돌이 예쁜 조약돌로 바뀐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태어날 때는 가난하고 환경이 좋지 않았어도 본인이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사람들을들을 처음 만나게 되면, “어디를 가장 먼저 보게 될까? 눈, 코, 입 아니면 신체의 다른 부위일까? 보통은 얼굴을 먼저 보게 된다. 얼굴이 곧 그 사람을 나타내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대화할 때도에도 눈과 눈을 마주 본다. 눈과 얼굴에서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흔히들 나이 육십이 넘으면 모든 게 평준화 된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외모보다는 내면의 미가 더 중요하다. 아름다운 내면을 잘 가꾸어 온 사람은 그 사람의 말 한마디나 행동에서 그 진가가 드러난다. 바른 인격을 갖춘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이 아닐까.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그러한 아름다운 품성을 보고 싶다. 나 또한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무엇을 조각할 것인가?

인암 이진종 (시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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