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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다처제를 생각한다_에스와티니 기독의과대학교 양승훈 총장

일부다처제를 생각한다. 

에스와티니 기독의대(EMCU)는 사립대학이지만 정부의 보조금을 받고 있는 준정부 기관(parastatal)입니다. 그래서 학교의 여러 지도자들중 총장(VC)과 재무책임자(Bursar)는 정부의 동의와 임명을 받아야 하는데 이중 총장은 고위 공직자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총장은 대학이사회에서 결정을하고도 정부로부터 임명장을 받기까지 오랜, 그리고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임명을 받은 후에도 몇 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제가 어제 받은 공직자 재산신고서입니다. 

재산신고서는 어느 나라나 내용이 비슷합니다. 당연히 본인만이 아니라 배우자의 재산도 신고해야 합니다. 그런데 에스와티니 정부의 재산신고서에는 배우자의 재산 신고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항목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아래 그림과 같이 배우자 i)번부터 배우자 v)번까지가 있는 것입니다. 위 제목에 배우자(들)(SPOUSE/S)이라고 쓴 것을 보면 한 배우자가 가진 여러 재산목록을 적는 것이아니라 여러 배우자가 가진 재산을 적으라는 뜻이 분명합니다. 

이는 에스와티니에서 일상화된 일부다처제를 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에스와티니에는 왕부터 15명의 아내가 있고 수상, 부수상, 국회의장 등 많은 고위 공직자들이 여러 아내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일부다처를 부끄러워하지도, 숨기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공직자가 되는데 결격사유도 아닙니다. 얼마나 당당했으면 고위공직자 재산신고란에 다섯 명의 배우자까지 적는 난이 있을까요…

에스와티니에서 돈이 있는 남자들의 일부다처는 결국 돈 없는 남자들이 결혼하지 못하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공주와 결혼하려는 남자는 소 몇 백 마리를, 보통 가정의 딸들과 결혼할 때도 남자는 10-15마리 정도의 소를 여자 부모에게 지참금으로 주어야 합니다. 이 나라에서 소 한 마리는 한국 돈으로 약 70만원 정도 하기 때문에 보통 남자가 장가를 가려면 신부 부모에게 줄 700만-1000만원 정도의 지참금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이라면 큰 장애가 되지 않는 금액이라고 할지 모르나 국민소득이 한국의 10% 수준인 이 나라에서는 이 정도의 지참금이 많은 남자들의 결혼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일부다처제와 지참금의 문제는 남자들만 결혼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아니라 사실 여자들도 결혼하지 못하게 막습니다. 일부다처제를 통해 결혼하는 여자들의 숫자는 전체 여자들의 숫자에 비해 그렇게 많은 숫자가 아니니까요. 어느 인종이든 나이가 들어서 결혼할 나이가 되면 성욕이 왕성한데 제도적인 이유로 인해 결혼을 하지 못하게 되니 성범죄와 더불어 미혼모가 너무나 많습니다. 길거리에서는 중학생 정도의 엄마가 어린 아이를 안고 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교회에서도 그런 청소년 엄마들이 눈에 띕니다. 당연히 아이를 안고 학교에 오는 여대생들도 있습니다. 물론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성윤리가 바닥에 떨어지니 이 나라 국민들의 27%가 에이즈/HIV 보균자라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무슬림들이 에이즈를 “기독교 질병”(Christian Disease)이라고 비난하는 것을 반박하기가 어렵습니다. 실제로 아프리카에서는 기독교인 인구가 많을수록, 남부 아프리카로 내려올수록 에이즈 환자가 많다고 합니다. 아프리카 남쪽에 있는 에스와티니는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인구대비 에이즈 감염율이 최고인 나라입니다.

제가 에스와티니에와서 만난 여러 사람들 중에 부모가 한 번 정상적으로 결혼하여 자녀를 낳고, 그 자녀들이 부모의 울타리 속에서 독립할 때까지 사랑을 받으면서 자란, 소위 건강한 가정의 자녀들이 별로 없습니다. 제가 결혼 40주년을 지났다고 하면 사람들은 전설따라 삼백리에 나오는 얘기로 듣습니다.(참고로 이곳은 나라 길이가 삼백리에 불과함). 집안에 아버지는 없고 엄마와 (외)할머니가 아버지가 다른 여러 아이들을 기르는 가정이 드물지 않습니다. 이 나라가 모계사회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입니다. 

이렇게 가정이 엉망인데 문제는 이 나라 국민들의 90% 정도가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한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근 40% 이상이 전통종교와 혼합된 이단 기독교라지만… 성경이 가르치는 남녀관계, 결혼과 가정, 성윤리, 부부관계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지만 매주일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는 인구로 봐서는 에스와티니는 가히 기독교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를 믿는다고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수를 믿는 사람으로 사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예수를 믿는 사람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기독교 세계관 훈련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됩니다.

에스와티니 기독의과대학교 양승훈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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