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칼럼이상열 선교사의 원주민 이해하기 카누에서 만난 사람 – 윌슨

[칼럼:원주민이해하기] 카누에서 만난 사람 – 윌슨

카누에서 만난 사람 – 윌슨

카누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500명 이상의 20-30개 부족에서 참석한 모임이다보니 다양한 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들 대부분 자부족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했고, 과거 자기 부족에게 있었던 영광스러운 장면을 말해주곤 했다.

하루는 이른 아침부터 부슬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야산에서 야영을 하고 있던 터라 몸을 따뜻하게 해줄 만한 것이 없었다. 나무도 비에 젖었기에 아무리 불을 붙여도 제대로 타지 않고 매캐한 연기만 올라왔다. 시간이 지나니 어느 정도 작은 모닥불이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시장기도 돌았다.

나는 챙겨갔던 여행용 커피도구를 꺼내어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렸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한 모금 마시고 싶어 했다. 준비해간 커피가 얼마되지 않아 충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최대한 나눠서 다들 맛을 보도록 했다. 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야산에서 마시는 커피가 얼마나 향기롭고 맛있었는지 모른다. 사람들이 내게 나눠 줘서 고맙다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뭐라도 나눌 수 있었음에 감사했고, 베이스 캠프에서 더 많이 가져오지 못한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카누에 실을 수 있는 무게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었기에 어쩔 수는 없었다.

카누 여정이 끝날 무렵에 다른 부족의 리더인 윌슨이 나를 찾아왔다. 이전 산에서 야영하던 날 아침에 자신도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셔서 너무 고마웠노라고 하더니, 가방에서 무언가 주섬주섬 꺼냈다. 나무로 만든 토킹스틱이었다.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인데 떠나기전에 나에게 꼭 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야영날 아침에 자신도 너무나 추워서 어쩌할 줄 몰라 쩔쩔매고 있었는데, 웬 커피향이나서 거기에 이끌려 가다보니 내가 보였고, 조그만한 커피도구로 최선을 다해 내린 커피를 자신에게도 선뜻 건네주는 것을 보면서 감동했다는 것이다. 

커피 양이 부족한 걸 알면서도 홀리듯 홀짝 다 마셔버린 자기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며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그날 빗속에서 마신 커피의 맛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면서, 이번 여행 중 꼭 줘야 할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챙겨온 토킹 스틱이 있는데 바로 나를 위해 준비된 거 같다고 했다. 그 토킹스틱에는 그의 싸인이 새겨 있었다. 그는 언제든 이 토킹스틱을 가지고 자기 부족을 찾아오라고 했다. 어려울 때 기꺼이 나눠주었으니 나를 그의 가족으로 받아주겠다는 것이었다. 

원주민은 누군가 호의를 베풀면 반드시 갚아주기를 원하는데, 똑같은 가치의 물건을 주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더 큰 선물이 있다. 그것이 바로 가족으로 받아들여주는 것이다. 가족은 약속을 잡지 않아도 언제든 그 집을 방문하여 함께 지낼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윌슨은 내가 건넨 한 잔의 커피를 가족이 되는 영광으로 되돌려 주었다.

spot_img

최신 뉴스

인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