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칼럼이상열 선교사의 원주민 이해하기 카누여정 – 욕심을 버리는 것

[칼럼:원주민 이해하기] 카누여정 – 욕심을 버리는 것

카누여정 – 욕심을 버리는 것

10여일간 카누를 타는 동안 과연 사람들은 어디서 자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카누가 지나는 지역을 따라 여러 부족들이 생활하는데, 각 부족이 차례로 카누 일행들을 손님으로 받아준다. 대부분 부족 지역 내 공원이나 운동장에서 텐트를 치고 밤을 보내게 한다. 카누 여정 중 하루 정도는 반드시 부족의 캠프장을 떠나 최소한의 장비만 가지고 하룻밤을 지내야 하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카누에 이틀치 식수와 식량, 텐트와 침낭, 각종 비상장비 등 평소에 싣지 않던 물건들을 가득 챙겨가야 한다.

그래서 출발 하는 날 아침이면 평소보다 더 분주하게 움직인다. 대장은 챙겨야 할 목록을 불러주고 대원들은 개인 짐을 챙기거나 공동 짐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출발 직전에 대장이 개인 짐을 점검하더니 조금이라도 불필요한 물건은 빼도록 했다. 이리도 엄격하게 점검하고 확인하는 모습을 보니 과거 한국의 군대 생활이 떠올라 조금은 마음이 심란했다.

그런데 막상 1박 2일 여정을 위해 카누에 올라보니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카누라는 한정된 공간만으로 물 위에 떠있으려면 견딜수 있는 최소한의 무게가 있다. 평소 물건이 없을땐 대원들이 카누안에서도 가끔 자리를 바꾸면서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짐이 가득 찬 상황에서는 이동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평소보다 무거운 무게 때문에 노 젓기가 훨씬 더 힘들었다.

우리 개인짐과 공동체 짐을 가득 실었더니 카누가 평소보다 무거워 잔뜩 물속에 짓눌리고 노를 젓기도 훨씬 힘들게 되자, 우리 카누 대장은 또 다시 개인짐을 점검하게 했고 정말 필요한 짐 외에는 싣지 말도록 했고, 서로 나눌 수 있는 물건은 한사람만 짐에 넣고 가서 나눠 쓰라고 했다. 이에 모두들 일어나 다시 짐을 점검하고 싸기 시작했다. 무게를 줄이지 않으면 카누는 출발할 수 없었다.

나도 정말 필요한 비상 물건들을 외에는 모두 포기해야 했다. 포기 여부를 결정하기 위헤 가방 속 물건들을 죄다 꺼내 하나씩 살펴 보면서 그 의미와 필요성을 곰곰해 생각했다. 그리고 각자 가지고 가는 물건이 무엇인지 그리고 중복된 물건은 없는지 다른 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점검하다보니 그들의 생활과 생각, 가치관과 알 수 있었다. 내 무거운 가방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항상 비상사태를 대비하듯 살 필요는 없겠지만 이 가방 안에는 삶에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더 많을 뿐 아니라 오히려 삶을 짓누르는 짐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저녁 야산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은 뒤 다 같이 모여 하루를 나누고 각자 배운 것을 이야기하는 모임을 했다. 카누 대장은 이렇게 고백했다. “대다수 대원들이 불필요한 물건을 죄다 가방에 챙겨 넣는 것을 보면서, 서로 필요한 짐을 나눠지지 않으면 결국 카누는 무게를 견디지 못할 것이고 우리 모두는 침몰할 거라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자 부족 족장 네케이튼은 조상 대대로 카누여정의 삶을 살아왔던 해안가 원주민들이 자기가 잡은 물고기를 혼자 움켜쥐지 않고 공동체와 나눈 것은 함께 침몰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지헤였다고 했다.

카누 여정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서로의 짐을 지며 공존하는 연습을 하는 최고의 훈련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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