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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하늘향한책읽기] 윌리엄 윌리몬_부족한 것이 없는 사람에게 왜 복음이 필요한가?

윌리엄 윌리몬_부족한 것이 없는 사람에게 왜 복음이 필요한가?

근래에 들어 이렇게 긴 책 제목은 처음 본다. 굳이 긴 제목이 필요한 이유는 더 이상 짧게 줄일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제목을 통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놓치기 어려워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제목을 줄일 때 감흥이 반감되거나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저자는 특별히 문제없이 살고있다고 믿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향한 기독교의 메시지가 너무 한쪽으로 편중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보통 신앙간증을 듣게 되면, 가난하거나, 질병이나 사고로 어려움을 당하거나 갑작스러운 일로 말미암아 곤란을 겪을 때 하나님의 극적인 인도하심과 기적같은 역사가 있었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되면, 대다수의 극적인 체험이나 영적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복음과 구원이라는 것이 먼나라 이야기가 된다. 부족한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구미가 당길 일이 아니다. 극소수 몇 명의 종교 체험 정도로 치부되버린 구원(Salvation)은 그 어원인 연고(Salve)라는 뜻처럼 고난과 고통에 대한 일시적인 회복제 정도 밖에 안되는 것이다.

어떤 대학 기독교 동아리 캠퍼스 사역자는 학교에서 나약해 보이고 외로움을 느끼거나 우울해 하거나 어울리지 못하거나 겁내는 학생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동아리에 모은다고 한다. 인기가 많거나 똑똑해 보이는 학생들은 곧 떠날 수 있기에 다른 데 갈 곳이 없는 학생들에 촛점을 두고 모은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힘있고 능력있고 풍족한 이들에게는 복음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으며 힘없고 능력없고 부족한 자들에게만 기독교의 복음이 유일한 안식처가 된다고 하는 전제가 기본적으로 깔려있기 때문인가. 부족한 것이 없는 이들에게 복음과 구원은 없어도 되는 것인가.

저자는 복음을 전하는 방식에서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복음이 전해질 때 90%는 첫 번째로 당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이 그리스도가 그 문제를 해결할 답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 회개하고 구원을 받으라는 것이다. 이 패턴은 보수적인 근본주의자든, 아니면 자유주의적 사회활동가든지 상관없이 동일하다.

이런 방식의 문제는 전도자나 설교자가 가학적인 내용을 전달하게 되며 듣는 이들은 아예 처음부터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거나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자학적으로 수용 한다는 것이다. 즉 자신이 흠씬 두들겨 맞았을 때 누리는 카타르시스적인 해방감을 경험함으로 쓰디 쓴 약을 먼저 삼킨 뒤에야 받는 알사탕 정도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전통적인 복음과 구원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를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신에게 문제가 있음으로 그리스도가 답이라는 쪽으로 가지 말고, 그리스도가 답이심으로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인간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는 순서를 취하라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은 “아니, 별반 다르지 않는데…?”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있다. 저자는 이 단순한 순서를 바꾸는 것이야말로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구원받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행하신 일을 기뻐하는 것에서 부터 첫 단추를 시작함을말한다. 

예수님이 답이라는 것에서 시작하게 될 때 그 답으로부터 새로운 방향이 시작된다. 칼 바르트는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는지 알게 된 사람만이 자신이 그동안 그 사랑을 얼마나 배신했는지 인식할 수 있다’고 했다. 즉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 지 알게 될 때에라야 비로소 자신이 그 사랑에 대해 어떠한 것도 갚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님이 보이게 된다.

‘어 다르고 아 다르다’라는 말처럼, 이런 사고의 전환이야말로 “고맙지만 그런 건 내게 필요 없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증거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제는 부족한 것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의 능력과 힘, 성숙, 자기 훈련, 자유가 기독교 신앙을 살아내는 걸림돌이 아니라 이타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선물로 작용하게 된다. 

가진 힘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선물에 하나님의 섭리와 목적이 있음을 깨달을 때에야 비로소 고마움을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족하지 않음을 부족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특별한 기회로 바꿀 수 있음도 알게 된다. 질문의 시작점이 달라지게 될 때 구원의 복된 소식은 자신이 받은 선물에 감사하며 그 선물에 대해 책임있게 응답하는 행위로 바뀌게 된다. 이런 바뀐 삶이 궁금한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 신윤희 목사(하늘향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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