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향한책읽기, 폴라 구더, [마침내 드러난 몸], 도서출판 학영, 2023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고대, 중세, 그리고 현대의 철학자들과 사상가들은 나름대로 육체(body)와 영(spirit), 혼(soul)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저마다의 의견과 생각을 피력해 왔다. 신학자들도 또한 영, 혼, 육에 대한 정리를 통해 신학적 토대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이를 정리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오고 있다. 특히 육체(몸)에 대해서 명확한 이해를 내놓아야 이유는 이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어떠한 철학적인 기반이나 사상적인 체계도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은 현실적인 난관에 맞닥뜨리게 된다. 인간이 영혼과 육체(이분설)로 구분된다거나, 영과 혼과 육(삼분설)으로 분류해야 된다거나, 아예 육체는 실제하는 것이 아니라거나 뇌 속에 전기적인 작용이 육체를 지배한다고도 한다. 이런 여러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딱 떨어지는 설명을 내놓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기독교적인 사상에서 몸(육체)을 대하는 일반적인 태도는 육체는 죄악으로 가득찬 몸뚱이로 온갖 유혹과 시험에 취약하여 넘어지는 존재임으로 처음부터 멸시와 경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었다. 특별히 기독교는 몸에 대해 최대한 침묵으로 응대하거나 부수적인 주제로 전락시키거나 아예 몸과 관련하여 말하지 않는 방법을 택하였다. 왜냐하면 기독교 전통의 관점에서 몸과 대척점에 있는 것이 선한 것이며 육체를 높이려는 행위는 저속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성적 절제, 극도의 빈곤을 쫓는 청빈, 몸을 예속시키는 금욕을 어쩌면 절대적 선으로 여겼던 것이 기독교가 몸에 대해 가졌던 일반적 세계관이었다.
‘제 2의 톰 라이트’ 라고 불리어지는 여성신학자 폴라 구더(Paula Gooder)는 이런 몸(육체)에 대해 온전한 이해를 제공하고자 이 책의 집필을 결심하게 된다. 저자는 몸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고 표현해 줄 수 있는 인물로 바울을 특정한다. 적어도 몸에 대한 바울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진정한 성경에서 몸이 어떤 의미를 지니며, 무엇을 말하고 싶은 지를 알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저자의 전작인 [마침내 드러난 하늘 나라]에서 하늘과 땅에 대한 구체적인 핵심을 드러내려 했다면, 이번 [마침내 드러난 몸]에서는 인간을 구성하는 영(혼)과 몸에 대해서 깊숙이 파헤쳐 진정한 몸에 대한 이해라는 파묻힌 보화를 찾아내려고 한다.
일반 철학자들이나 기존 신학자들이 추구하는 것과는 달리 저자는 바울의 관점에서 몸에 대해서 성경이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는 지를 파헤쳐 나간다. 기독교 진영 내에서도 바울의 육체에 대한 이해가 많이 오해받고 있었기에 이를 불식시키고 이제까지 지배적이었던 바울의 부정적인 몸에 대한 이해를 정정하려고 노력한다. 저자는 이 파헤침을 통해 그동안 무시하고 방만했던 기독교계의 몸에 대한 이해를 바울 서신을 통해 제공된 몸에 대한 온전한 시선을 제공하려고 한다. 몸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정리를 읽으면서 저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최종적으로 바울이 몸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 지를 드러내 주었다. 혼의 본질이 무엇이며 영(spirit)이 내포하는 실제 의미가 어떤 것이며 몸의 부활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차근차근히 그러나 집요하게 이해되게끔 설명해준다.
이런 과정은 사실 바울에게서 배운 것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저자는 몸에 대한 바울의 이해와 성경의 기록을 면밀히 살펴보도록 안내한다.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로서 인간이 어떠한 존재인가에 대해 바울이 제공하는 초점을 알아야 한다. 바울은 몸이 우리의 신앙의 중심이어야 하며,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다면 우리도 영원히 존재할 몸으로 부활하게 된다는 사실이 핵심 중에 핵심이라는 것이다. 바울이 몸에 대해서 이해한 출발점은 ‘몸의 부활’ 로 수렴한다. 몸의 부활이야말로 우리 신앙의 핵심이며 정수라는 것이다.
이런 시작점에서 출발해야 비로소 하나님이 인간에게 육체를 주신 이유와 함께 이 몸(육체)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참된 구원이 무엇이며, 이 구원은 결국 육체의 부활로 말미암아 최종 완성을 이루어 낼 것이라는 바울신학의 정수와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침내 드러난 몸]이라고 저자가 이 책의 제목을 정한 이유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변죽만 울리는 신앙이 되지 않기 위해서 영과 혼에 대해서 강조하는 만큼이나 육체를 통해 이루어질 몸의 부활을 심도 깊게 생각하고 연구하고 체화하라고 종용하는 저자의 일성이 귀에 맴돈다. 바울 사도를 몸을 탐구하는 안내자로 삼아 ‘몸의 부활’의 깊이와 넓이를 더욱 탐험하고 체화하기를 소망하는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