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향한책읽기, 최종원, [수도회, 길을 묻다], 비아토르, 2023.
한국 교회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교회에 대한 자정의 목소리가 더욱 팽배해지고 있는 요즘 ‘개혁교회는 계속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semper reformanda)는 어거스틴의 말이 무색하다. 물론 바뀌고 개혁되어져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어디에서 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지 몰라 답보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세상적인 영향력을 상실해가는 것에만 발을 동동거리며 어떻게든지 사회적 이슈에 교회의 목소리를 담으려고 악다구니를 하고 있는 현실에 작은 돌이 던져졌다. 최종원 교수의 [수도회, 길을 묻다]라는 책의 발간은 그런 의미에서 시의적절하다. 기독교 출판의 불황에도 현재 판매부수 1위를 기록하는 것은 그동안의 목마름을 해갈할 수 있겠다는 기대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제도 교회내에서 개혁의 의지는 있으나 힘이 없거나 힘이 있어도 교회의 깊은 틀 안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목회자들과 성도들의 고뇌가 표출된 결과가 아닐까. 이번 저자의 책을 통해 어쩌면 고착화되고 배배 꼬여 있는 교회 개혁의 물꼬를 틀 수 있을 대안이 되기를 바라는 이들의 바람이 투영된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에 대한 해갈일까. 저자는 정치화된 종교라고 할 수 있는 제도교회가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는지를 아파하고 고민하는 역사학자임에 틀림없다. 국가의 이념과 지향에 무비판적인 동조를 하거나 이용당하는 교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는 인문학자이기도 하다. 자칫 한국 교회가 나치제국에 무릎 꿇었던 독일교회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쓰라린 마음이 있는 것이다. 당시 독일교회는 홀로코스트와 같은 잔인무도한 폭력을 수수방관하였다. 제국의 가치를 보편적 가치로 착각할 때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런데 21세기를 살아가는 작금의 한국 교회가 그런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 저자는 [수도회, 길을 묻다]라는 답을 내놓는다. 역사학자이며 인문주의자라는 자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한국 사회와 교회를 읽어내려고 노력하는 저자는 학자의 양심에서 품어져 나오는 내용을 정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왜 수도회를 다시 소환하고 있는가. 루터의 종교개혁을 통해 수도사 제도를 없앤 것이 아니던가. 그러나 아기를 목욕시킨 물을 버려야지 아기까지 버리면 안 되듯이, 저자는 수도회의 삶이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 여기 우리의 현실 속에서 다시 재생시켜야 하며 수도사의 삶이 바로 오늘, 여기, 나와 우리의 삶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그리스도인들이 전통적인 수도사가 되어야 한다거나 그럴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의 강조점은 그리스도인의 삶과 수도사의 삶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교회가 더 이상 경쟁과 성취, 배제와 혐오를 부축이지 않고 또한 개신교라는 열광적이고 분주한 이미지와 게토화되고 있는 교회의 폐쇄성에 사로잡히지 않으려면 제국의 중심부로 향하려는 욕망을 던져 버리고 주변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와 타자를 연결하고 내가 자리 잡은 터 위에서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자리가 수도사가 서야 할 자리’이기에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단순한 수도사의 삶을 살아볼 것을 종용한다. 단순하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성찰과 종교성 그리고 삶의 근원적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 가려고 하는 것이 수도사라면 ‘제국의 중심부를 향하려는 욕망을 벗어버리고 주변으로 가는 이런 삶에 도전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신수도회주의야 말로 ‘교회의 세속화를 자각하고 자발적으로 사막으로 들어간 수도사들의 자취를 따라’ 21세기 제국 문화 속에서 많이 말하지 말고 거룩한 독서로 듣고 읽는 일에 몰두하며 멈춤의 반성이 있는 수도사처럼 그런 순례자의 길을 걷기를 저자는 종용한다. 이런 삶을 살기에 도전한다면 어쩌면 현대가 잃어버린 그리스도교의 영성의 핵심에 교회와 성도가 더 가까이 가게 되는 날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수도회에 길을 물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신윤희 목사(하늘향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