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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하늘향한책읽기] ‘먹다 듣다 걷다’_이어령

하늘향한책읽기_이어령_[먹다 듣다 걷다], 두란노, 2022

이 책은 고 이어령 박사의 유작이다. 암투병 중에 저자는 자신의 죽음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염두에 두었기에 이 땅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정리하려는 의지가 컸을 것이다. 인생을 총정리하며 마지막으로 남길 유언 같은 글을 남기고 싶지 않았을까. 특히 무슨 말을 해도 한가롭게 들리는 진리 존폐의 시기에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를 향하여 남기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복음의 절대 진리의 메시지가 심연까지 곤두박질 쳐버린 21세기의 현실에서, 저자가 인생의 마지막까지 고민하며 씨름했던 “교회여,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고뇌와 답을 찾는 각고의 노력이 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위기라고 표현되어지는 이 시대 속에 과연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저자는 ‘먹다, 듣다, 걷다’라는 세 가지 동사를 예수님의 생애에서 찾는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압축적인 명사가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 적용 가능한 역동성의 동사였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셨다. 인간이 되신 예수님은 인간처럼 먹고, 듣고, 걷는 행위로 뛰어 드셨다. 그러면 이제 답이 보인다.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도 이제 예수님의 동사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나 교회 내부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는 절대 보지 못하는 부분을 외부에서 진단해 줄 때 얻을 수 있는 지혜와 단초들이 분명히 있다. 저자는 그런 차원에서 최적의 인물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리스도인들과 교회에 할 말이 있다. 저자에게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아마도 그가 세계적인 인문학자이기에 풍부한 식견과 함께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이유도 있지만 또한 철저하게 성경에 기초하려는 모습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인간들이 명사로 돌아가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명사로는 논쟁이나 불필요한 싸움을 일으키지만 이제는 동사로 접근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정신차리라’는 말을 학자답게 세 개의 동사와 연결시켰다. 깨어야 할 때가 되었다. 모든 돌들이 일어나서 언성을 높이는 것을 보지 않으려면 이제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바꾸라고 종용한다. 

접근이 신선하다. 저자는 이런 명사의 인간상을 버리고 동사의 인간상을 회복해야 함을 강조한다. 예수님께서 온 평생을 다해 걸으며 복음을 전하며 씨앗을 뿌리신 것처럼, 우리도 함께 빵을 떼고 포도주를 나누며 사회 속으로 세계 속으로 온 몸으로 걸으며 참된 생명을 전해야 한다. 예수님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사셨기 때문이다. 

새로운 전환의 관점에서 우리에게 무엇이 요청되는 지 묻게 된다. 이 책에는 우리가 보통 명작 또는 명화들이라고 부르는 많은 그림들과 사진들이 삽입되어 있다. 모두 풀컬러(Full colour)로 실려 있는데 그림과 사진 하나 하나에 부여하는 저자의 설명으로 ‘아 저 그림이 저런 뜻이었던거야’라는 이해와 함께 감탄의 탄성이 흘러나온다. 특히 명화들과 사진들을 보면서 ‘먹다, 듣다, 걷다’의 동사의 각도로 새롭게 조명되는 감동이 가슴 속에서 터져 나온다.   

저자의 어조는 무엇보다 부드러우나 관점은 상당히 날카롭다. 왜 먹다, 듣다, 걷다 일까. 수많은 동사들을 제쳐두고 3가지가 뽑힌 이유를 저자는 밝히고 있다. 그리스도인들과 교회가 이 사회 속에 누구와 먹고, 무엇을 들으며, 어디를 걷고 있는 지에 대해 대학자의 번뜩이는 혜안이 책을 읽는 내내 곳곳에서 뭍어 나온다. 이 시대를 동사로 살아야 할 이유가 궁금한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신윤희 목사(하늘향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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