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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하늘향한책읽기] 크리스토퍼 라이트_이것이 너희 신이다

하늘향한책읽기, 크리스토퍼 라이트, [이것이 너희 신이다], IVP, 2022

저자인 크리스토퍼 라이트는 정통한 구약학자인 동시에 선교사이다. 그의 부모는 브라질 선교사였으며, 저자 또한 인도에서 5년간 신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선교지’의 상황을 직접 몸소 체험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영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타문화선교사를 훈련하는 열방기독대학(All Nations Christian College)에서 학장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현재는 랭엄 파트너십(Langham Partnership International)에서 국제 사역 디렉터로 제3세계에 속한 목회자와 리더들을 교육하며 문서 사역으로 섬기고 있다. 

이 책은 “정치적 격동의 시대에 예수님을 따르는 삶”이라는 주제로 준비했던 그의 강연을 정리하는 과정으로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이 강연의 의뢰를 받고 제목의 두 부분을 결합시키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고 한다. 예수님을 따르는 삶에 대해서 말해야 한다면, 성경 본문에서 제자도로 알려진 성경 구절을 선정하여 몇 가지 도전으로 권면을 하면 되었다. 정치적 격동에 대한 부분에서는 공적 강의에서 다룰 정도의 내용만 선별해서 다루고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이나 관점을 밝히지 않는 것이 어느 정도 공공연한 약속과도 같은 것이기에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두 주제를 함께 다루어 달라고 했으니 오늘의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성경적으로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저자는 정치적 격동이 일어나는 현장의 주체를 우상숭배에서 찾는다. 우상숭배야 말로 성경에서 언제나 중요한 주제로 다루었지만 오히려 상반되게도 복음주의 그리스도인들이 제일 등한시하는 주제가 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이 책의 제목을 “이것이 너희 신이다(Here Are Your Gods)”라고 정한 이유는 정치적 격동의 시대를 지내는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상숭배를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저자는 구약학자답게 구약의 역사를 가로지르는 크고 작은 제국들 가운데 로마제국은 700년 동안 존속하였지만 영원한 제국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 제국들의 흥망 성쇠를 계속 지켜보면서 우리들에게 하나님은 “아직도 깨닫지 못하느냐?”고 묻고 계신다는 것이다.  

우리는 국가라는 울타리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듯이 국가의 영향력과 함께 살아가게 된다. 그 속에서 살아가다보면 우리는 어느덧 폭력과 유혈 사태가 일어나고 빈곤과 불평등이 증가하며 국가와 국가가 서로 대적하며 결혼과 가족의 토대가 해체되며, 생태계의 파괴와 같은 것에 대해 무뎌지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존스토트의 말을 빌려 바깥에 고기를 놓으면 상하는데 고기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소금이 어디에 있었는가를 물어야 하며, 저녁에 방이 어두워지면 방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등(램프)이 어디에 있는가를 물어야 하고, 사회가 부패하고 타락하고 악해져 가면 사회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이 어디에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이런 물음에 과연 어떤 대답을 하고 있느냐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눈에 보이는 우상에게 절하지 않고, 경배하지 않음으로 자신들이 우상숭배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대적인 사회에서 무슨 우상숭배를 자신들이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우상을 섬기는 미개한 민족과 어떻게 자신들을 비교하냐고 큰소리친다. 그러나 조금만 껍질을 벗겨내면 번영에 사로잡혀 있고, 국가라는 큰 brother를 등에 업고 자부심에 한껏 드높아져 있으며, 자기 자신을 높이는 것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자기 추앙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를 저자는 번영의 우상, 국가적 자부심의 우상, 자기 예찬의 우상이라고 일갈한다. “이것이 너희 신이다.” 이것이 우리가 우상으로 섬기는 우리의 신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먼저 우상을 선택하고 그 우상을 추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상숭배는 탐욕이 선한 것이며,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 영리한 것이고, 국가의 폭력이 더 증가하게 하며, 터무니없는 경제적 격차로 인하여 사람들 간의 마음의 간격이 벌어진 세상속에서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살아가게 한다. 저자는 여호수아 24장에 “…너희 조상들이 섬기는 신들이든지, 또는 너희가 거주하는 땅에 있는 아모리 족속의 신들이든지 너희가 섬길 자를 오늘 택하라.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라는 말씀으로 우상숭배가 만연한 이 세상에 도전한다. 

우리는 오직 주인 한 분께만 속해야 한다. 이 말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사회에서 물러나야 함이 아니라 그 사회에 침투해야 하며 침투하되 구별됨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상숭배의 근원과 이유를 찾기 위한 저자의 집요한 파헤침이 이 책을 통해 성경 속과 현 시대를 두루 망라하며 펼쳐진다. 우리 삶을 잠식해 들어오는 거짓 신들과 우상 숭배의 시대에 그리스도의 제자로 사는 법을 저자는 적시한다. 이 방법을 함께 찾아가길 소망하는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신윤희 목사(하늘향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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