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칼럼하늘향한 책읽기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지성적 회심

[칼럼:하늘향한책읽기]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지성적 회심

하늘향한책읽기_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지성적 회심, 생명의 말씀사, 2021

올해 69세가 되는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그의 나이 22세에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다. 무신론에서 시작한 저자의 지적(知的) 항해는 하나님이 없는 이유를 찾는 것을 넘어 하나님이 없어야 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수순을 밟고 있었다. 의사인 아버지와 간호사인 어머니 슬하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세례를 받고 감리교회 기숙학교 학생이라 주일예배도 참석하였지만 종교를 과학 발달에 의해 망상으로 드러난 과거의 해로운 유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수학과 과학 분야에 확실한 자신감을 갖게 된 저자는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으며 수수께끼처럼 보이는 것을 완전히 타당하고 심지어 예측 가능하게 보이게 하는 과학에 매료되었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과학이라는 기반 자체도 신앙과 같이 그 전제가 믿음에서 출발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의 삶의 근거에 대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 균열은 그의 책 제목에서처럼 [지성적 회심]을 하게 되는 흔들림이었다. 이제까지 복잡한 세계에 대한 젊은 시절의 자신의 탐구가 실패였으며 실재의 복잡성을 인식하는 과정들이 온전한 것이 아니며 지식의 한계였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다. 그러나 신약성경의 가르침인 자기 중심적인 옛 본성을 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변화되고 더 큰 실재들에 의해 살아있고 깨어 있는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엡 4:22-24)에 완전히 무너졌다. 그토록 구축하려고 했던 자기 위주의, 자기 지시적인 지적 세계의 한 요소로서의 무신론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책 [지성적 회심]은 현대 과학을 사랑했던 무신론자였던 저자가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발견하게 된 여정을 자서전은 아니지만 전기적인 요소를 통해 발견과 성찰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읽는 내내 저자의 내면과 정서와 상황이 변해 가는 과정을 담백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보인다. 저자는 과학이라는 것에 자신의 직업적 열망의 중심이 있었으며 지성적인 삶의 기폭제였기에 자신의 젊음을 다 바친 최고의 사랑의 대상을 잃어버려야 하는 것에 심각한 고민을 하였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과학자가 되는 것과 종교적 믿음을 갖는 것은 지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으며 기독교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저자가 사랑했고 그렇게 열정적으로 연구했던 과학의 분야 또한 영원히 결별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고무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종교가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고, 과학이 없는 종교는 맹인이다’라고 했는데 그의 설명은 우리 인간은 세계에 대한 과학적 설명 이상의 것이 필요하고 그것은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충분히 다루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나님은 두 책을 가지고 계시며 성경(특별계시)이라는 책과 과학(일반 계시)이라는 책으로 하나님을 계시하고 계심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과학만을 자신의 무기로 삼는 사람들 중에 대표적인 리처드 도킨스와의 대결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종교를 애매하고 모호하게 일반화시켜놓고 종교와의 전쟁을 선전포고하던 사람이 바로 도킨스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기적 유전자]와 같은 책으로 자신에게 동조하는 것은 역사의 옳은 편에 서는 것이라는 미묘한 암시를 전달했고 도킨스는 현재까지도 대중적인 인기와 영향력은 대단하다. 이에 대해서 자신이 반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저자도 알았고 다양한 학문을 섭렵하고 통찰한 저자의 빛나는 논지는 도킨스의 반격의 칼날을 세우기도 전에 박살내며 기독교 지성의 선봉장의 역할을 해내기에 충분하였다.  

옥스퍼드에서 분자생물물리학 박사학위뿐만 아니라 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문학박사학위까지 3개의 박사학위를 소유한 저자의 능력치를  부각시킬 수 있었던 것은 과학과 신앙의 측면에서 양대 산맥을 깊이 경험하였다는 점이다. 한쪽 산만 올라서 반대쪽 산에 가보지도 않고 비판하고 비난할 수 있지만 양대 산맥에 다 올라가 본 자만이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저자는 가지고 있다. 과학과 신학이라는 두 개의 산을 등반한 끝에 정상의 꼭대기에서 풍부하고 복잡한 전경을 둘러본 사람을 찾는다면 바로 그 사람이 알리스터 맥그래스다.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저자가 기독교 세계관이 진리임을 신실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탐구와 발견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새로운 세계에 대처해 나가는 가운데 치열하게 고민한 한 사람의 인생을 보게 된다. 저자는 신앙의 길을 걷는 타인들의 도움으로 사유하며 그들을 통해 서로 배워 나가는 동행의 여정이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고백하고 있다. 앞으로도 자신의 탐구 여정 가운데 타인들에게 빚진 자로서 살아가며 앞으로도 자신의 실재관을 확대하며 문제 앞에서 지혜를 구하는 여정을 함께 걷고 싶다며 저자는 우리를 이 여정에 초대한다. 이 여정의 여행 동반자가 되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Advertismentspot_img
- Advertisment -

최신 칼럼

인기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