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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가본것같은 성지순례] 막벨라굴(Cave of Machpelah)

막벨라굴(Cave of Machpelah)

그로 그 밭머리에 있는 막벨라 굴을 내게 주게 하되 준가를 받고 그 굴을 내게 주어서 당신들 중에 내 소유 매장지가 되게 하기를 원하노라 (창 23:9) 

‘두개의 굴(Cave)’이란 뜻의 막벨라 굴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대인들의 유산이며, 예루살렘의 성전산 다음으로 거룩한 곳으로 여겨지며, 유대인뿐만 아니라 무슬림과 기독교인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성지에 속한다. 왜냐하면 무슬림에게 아브라함은 이스마엘의 아버지이자 하나님과 교통하던 선지자이며, 기독교인들에게도 아브라함은  ‘믿음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그의 믿음은 갈대아 우르에서부터 시작했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 (창 12:1)

그는 하나님의 명령대로 ‘우르’에서 직선거리로 약 5500km 떨어진 가나안땅으로 이주했다. 그가 가나안에 왔을 때 또 다른 약속의 말씀을 받게 되는데, 그것은 땅에 대한 약속이었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보이는 땅을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너는 일어나 그 땅을 종과 횡으로 행하여보라 내가 그것을 네게 주리라 (창 13:14-17)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땅을 약속하셨으나 그는 100세가 넘어서까지 손바닥 한 뼘의 땅도 없이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는 나그네 같은 삶을 살았다. 그러던 중, 아내 사라가 죽었고 그녀의 죽음은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본토 친척 아비의 집을 떠났지만, 그가 믿음의 시험을 잘 통과 할 때도 있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믿음이 온전히 하나님께 인정받은 것은 바로 아브라함의 나이가 100세였을 때 90세의 아내 사라로부터 얻은 아들 이삭을 모리아산에서 희생 드리려고 했던 사건에서였다. 

사자가 가라사대 그 아이에게 네 손을 대지 말라 아무 일도 그에게 하지 말라 네가 네 아들 네 독자라도 내게 아끼지 아니하였으니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 (창 22:12)

이 사건 이후 아브라함은 브엘세바로 돌아갔지만, 창세기 23장에서 사라가 죽은 장소는 헤브론이었다. 브엘세바에서 헤브론까지는 53km 떨어져 있으며, 60번 족장의 도로를 따라서 걷게 되면 이틀은 족히 걸리는 곳이다. 사라가 왜 이곳에서 죽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창세기 22장에 이삭의 희생사건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 노년에 얻은 아들로 인해 사라는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아들의 이름은 ‘그가 웃는다’란 뜻의 “이삭”이었고, 사라와 아브라함에게 큰 기쁨이 되었다.  아브라함이 수풀에 걸린 숫양을 대신 희생제물로 드리기는 했지만, 사라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이 사건 이후 아브라함은 브엘세바로 돌아갔고, 사라는 127세에 헤브론에서 죽었다. 유대인들의 관습에 의하면, 사람이 죽으면 되도록 빨리 굴에 안장 시키거나 땅에 묻어야 했다. 아브라함이 브엘세바에서 사라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면, 그 소식이 전해져 오는데 하루 이상이 걸렸을 것이고, 헤브론까지 이르기 위해서도 최소 하루가 걸렸을 것이다. 죽은 사라에게 이른 아브라함은 사라를 위하여 슬퍼하며 애통해 했다. 소돔과 고모라를 놓고, 몇 명의 의인이 있으면 멸망하지 않겠냐고 하나님과도 협상을 했던 아브라함이건만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 앞에서는 에브론의 요구대로 그가 달라는 대로 정가에 땅을 사게 되었다. 

내 주여 내게 들으소서 땅값은 은 사백 세겔이나 당신의 죽은 자를 장사하소서…아브라함이 에브론의 말을 좇아 에브론이 헷 족속의 듣는데서 말한 대로 상고의 통용하는 은 사백 세겔을 달아 에브론에게 주었더니 (창 23:15-16) 

아브라함은 마므레 앞 막벨라에 있는 에브론의 밭을 돈으로 사고 그 속의 굴에 사라를 장사하게 된다. 그는 아내 사라의 죽음으로 헤브론의 막벨라 굴과 그 인근의 땅 소유주가 되었고 법적인 정착민인 신분도 얻었으며, 이는 또한 하나님의 약속이 이루어지는 시작점이 되었다. 이 사건 이후로 이집트에서 죽은 야곱과 요셉도 출애굽 때 그들의 뼈가 가나안 땅으로 돌아오는 가족묘 전통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즉 가족묘 전통은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약속한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는 그 말씀에 대한 순종의 표시인 것이다.  현재 막벨라 굴은 서기 1세기 헤롯왕이 건축한 대규모의 건축물 밑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 아브라함과 사라, 이삭과 리브가 그리고 야곱과 레아가 묻혀 있다.  헤롯은 지붕이 없는 건축물을 만들었지만 6세기에 이곳은 교회가 되었고, 13세기에는 모스크가 되었다가 현재는 건물의 반이 회당, 반은 모스크로 사용되고 있다. 이 건물 하나가 작은 이스라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스마엘의 후손이 건물의 반을 사용하고, 이삭의 후손인 유대인들이 1967년 6일 전쟁 후 이곳을 점령한 후부터 막벨라 굴의 나머지를 부분을 회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을 방문하면 회당이 있는 유대인 구역만 보고 돌아갈 수도 있지만, 중요한 부분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기도처인 모스크 안에 있다. 꼬깔콘과 같이 생긴 이삭의 기념묘가 위치한 강당 밑에 동굴이 위치해 있는데, 그 동굴로 내려가는 작은 입구(직경 28cm)가 모스크에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동굴로 내려가는 입구는 꽃 모양의 돌과 그 가운데는 쇠와 플라스틱 판으로 막아 놓고 있다. 이 굴의 존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었는데, 1967년 6일 전쟁의 영웅 모세다이안 장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어느 날 저녁 마이클이란 이름의 12살난 어린 여자 아이를 이삭 강당 쪽에 쇠와 플라스틱으로 막혀진 곳을 열고 굴을 향한 터널로 내려 보냈다. 이후 1981년 헤브론의 몇몇 유대인들도 탐사를 하게 되었고, 그 중 아논(Arnon)이란 사람이 말하길, “굴쪽으로 내려가는 통로는 좁아서, 우리는 기어서 동굴의 기반암까지 갈 수 있었다. 설 수도 앉을 수도 없는 그곳, 둥근 원형의 굴에서 우리는 이곳에 묻힌 족장들을 생각하며 기도를 드렸다.”

사랑하는 아내, 사라의 죽음 이후 아브라함이 구입한 막벨라 굴은 ‘그 땅을 네게 주리라’고 말씀하신 하나님의 약속이 이루어지는 첫 장소가 되었다. 그 무덤은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의 땅에 있는 조상의 묘에 장사되어야 한다는 가족묘의 전통이 되었고, 이스라엘 민족이 애굽을 벗어나 가나안 땅에 돌아오게 하는 신학적 바탕이 되었으며, 비잔틴 시대를 거쳐 2000년동안 방랑하던 유대인들이 조상의 땅 이스라엘로 돌아와 1948년 5월 14일 나라를 다시 건국 할 수 있게 하는 믿음의 근거가 되었던 것이다. 

글, 사진_ 이호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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