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김진수장로의 성공적인 실패] 모르면 용감하다(9)

성공적인 실패 (9) – 모르면 용감하다

내가 일하던 LRS사는 장래의 성장과 자금조달을 위해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상장회사가 되면서 회사 분위기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매 분기 실적에 치중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직원들의 불만도 높아가기 시작했다. 또한 내게 주식을 배당해줄 것처럼 말하던 일도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신뢰를 잃어갔다. 

사업을 시작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나는 사업을 시작할 만한 그 어떤 여건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자본도 없었지만 무엇보다 경영지식도 없었다. 하지만 모르면 용감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때 내 나이 서른다섯이었다. 미래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기회는 때가 있다는 것과 그 때를 놓치면 그 기회가 다시 오기는 어렵다’ 는 것이었다. 만약 사업을 시작해서 실패할 경우 내가 가진 기술이면 재취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 자신감이 뒤를 돌아보지 않고 새 일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자신감이 없으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내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결정을 하기에 앞서 나는 나의 그러한 계획을 회사 부사장에게 먼저 알렸다. 그는 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으므로 내게 하루 일과가 끝나면 얼마든지 개인적인 일을 해도 무방하니 계속 직장에 다니면서 개인 사업을 준비하라고 권했다. 나는 그의 제안을 일단 수락했지만 며칠이 지나자 두 가지 일을 병행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임을 깨달았다. 어느 것 하나에도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 나는 결국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너무 안전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 배수진을 쳐야 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일을 하려면 100%의 시간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200%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는 없다. 

1992년 8월 20일 나는 뉴저지 주에 이미지솔루션스 (Image Solutions Inc. ISI)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라고 해 보았자 나의 집 2층 방이 사무실이요 직원은 나 혼자뿐이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한국에 있는 한 대기업으로부터 제법 큰 프로젝트가 수주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우리가 맡기로 했던 프로젝트가 다른 회사로 넘어가는 바람에 나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고 새 출발은 처음부터 곤경에 빠졌다. 나는 이미 이전 회사에서 사임한 상태였다. 결국 나는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 개발 쪽에 전력을 쏟기로 결심했다. 이전 회사에서 쌓은 경험을 통해 새롭게 시작할 경우 보완해야 할 점들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비록 보장되지 않은 장래였지만 나는 2만 달러를 처가집에서 빌려 개발 장비를 구입했고, 봉급은 전에 받던 8만 달러의 채 절반도 되지 않는 3만 5천 달러로 조정했다.

창업을 한다는 이야기는 광야의 삶을 선택하였다는 이야기이다. 퇴로가 막힌 홍해를 건넜다는 이야기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를 건넌 후 아마 기뻐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돌아갈 길이 없어진 것이다. 육로로 왔다면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지만 바닷물이 갈라져 건너왔기에 이제 돌아갈 길을 없어진 것이다. 이제는 광야에서 재대로 살아가는 방법 이외에는 없다. 나는 돌아갈 길이 없는 홍해를 건넌 것이다.

창업회사와 대기업은 큰 차이가 있다. 대기업은 철저하게 계획을 하고 그 계획을 실천한다. 그런데 창업기업은 그렇지 않다. 창업기업은 많은 것이 계획한 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철저한 계획이 별 의미가 없다. 어차피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혀 계획도 하지 않은 새로운 일들이 또한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게 새로 발생하는 일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하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일은 벌어지게 되어있다. 그것이 계획한 일이든 계획하지 않은 일이든 일은 벌어진다. 때로는 계획하지 않은 일이 더 큰 일일 때가 많다. 그러므로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로 결정 할 때는 완벽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어느 정도 마음에 확신만 생기면 결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날 수 없다. 가만히 있으면 하나님께서 역사하고 싶으셔도 아무것도 하실 수 없다. 믿음이란 아브라함과 같이 갈 곳을 알지 못하고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새로운 일을 하는 데는 믿음이 필요하다.

숙제 중 하나는 나의 직책에 대한 타이틀이었다. 회사 직원이 한 명밖에 없었을 때라 나를 무어라 불러야 할 지가 쉽지 않았다. 사장(President) 라고 부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사용한 타이틀이 연구개발 부사장(V.P R&D)이었다. 나는 한 회사의 사장이 되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나는 경영에 대한 지식도 없었고 리더십에 대한 자신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 비록 그 새로운 일이 명확하지는 않아도 말이다. 아내는 집에서 한 시간 반 떨어진 네일 가게로 매일 아침 출근했다가 밤 10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 동안 나는 집에서 홀로 프로그램 개발에 전력했다. 그 길밖에 내게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때가 내게는 가장 힘든 시련의 기간이었다. 뚜렷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대화할 상대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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