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주민 이해하기] 카누와 신고식

카누와 신고식

첫날 저녁이 되자 약 30여개 부족이 모여 릴루엣 호수 최상 지역에 위치한 스카틴 부족의 캠프장에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저녁 식사 후 카누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500-600여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이 큰 운동장에 모인 뒤 커다란 원 형태를 만들며 부족별로 빽빽이 둘러 앉았다.

그때 15일중 첫 3일 간 캠프그라운드를 제공한 부족의 장로들과 추장이 전통 노래를 부르며 등장했다. 노래가 끝나자 참가한 부족별로 자기 소개를 했다. 우리 팀 카누 대장은 우리를 이렇게 소개했다, “우리는 콴틀란 부족이다. 우리 부족은 다운리버 지역에 살고 있고 가브리엘 가문의 사람들이 주축을 이룬다. 우리는 이곳 스카틴 부족과는 오래전부터 교류해왔다. 이번 우리팀은 25명의 가정이 참석했는데, 이중에는 처음 참석한 사람들도 있고 아이와 노인도 있다. 우리는 지난 16년동안 이 카누행사에 참여해왔고 올해도 이곳에 함께 한 것을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에 우리를 이 땅에 머물게 해 주시기를 정중히 부탁드린다.”

그러자 스카틴 부족의 추장은 이렇게 답해주었다, “콴들란 부족이 지역에 온 것을 환영한다. 당신들의 조상과 당신들과 당신들의 후손들에게 창조주의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 당신 부족과 우리는 비록 멀리 떨어져 있으나 우리는 한 어머니 땅에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며 아픔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들은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곳에 도착했기에 이제 우리의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어머니 땅에 있는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니 우리가 제공하는 음식을 먹고 우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마음껏 즐기길 바란다.”

이런 신고식은 캠프그라운드를 옮길 때마다 매번 열렸다. 새로운 부족의 캠프그라운드에 도착하면 카누에서 내리기 전에 모든 카누가 도열을 했고, 각 카누 대장들은 자기 팀에 대해 보고하고 머물게 해주기를 부탁했다. 그리고 새로운 지역의 추장이 각 대장들의 보고에 일일이 답하며 환영을 해주면 그제야 모든 카누 대원들은 그 부족의 땅에 하선할 수 있었다. 이같은 신고식은 원주민들이 전통적으로 행해 왔던 행사라고 한다. 카누를 타고 다른 부족의 영역에 진입할 때는 함부로 들어가지 않고 먼저 자신들을 소개한 뒤 그곳에 머물 수 있도록 정중히 요청 하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고, 그들이 생각하는 예의와 예법이 무엇인지 볼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과거 콜럼버스가 원주민들이 주인으로 살고 있던 아메리카 땅에 도착했을 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임자있는 땅이었지만 마치 자신이 새롭게 발견한 땅이라도 된 듯 마구잡이로 배에서 내려 그 땅에 자기 깃발을 꽂아 주인들을 죽이고 내몰지 않았던가. 남의 영역을 존중하고 손님을 자기 영토로 기꺼이 받아들이는 원주민의 전통과 예법에 대해 그들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두고 이를 존중했다면 역사는 바뀌지 않았을까.

추장들은 멀리서 도착한 각 부족 팀들에게 항상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곳까지 오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는가, 그러니 이제 힘든 몸을 내려 놓고 우리의 가족이 되어 어머니의 땅에서 맘껏 쉬고 즐기고 누리라”는 초청의 말도 늘 덧붙였다. 원주민이 생각하는 가족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혈연 관계의 가족 범위를 넘어서는 개념이다. 하늘 아버지와 땅 어머니의 사이에 난 모든 존재들이 형제자매요 가족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관 속에서 자기 땅에 들어온 모든 사람을 창조주의 품 속에 있는 한 가족이요 형제로 받아들이는 이들을 보며 보다 넓은 포용력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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