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원주민 이해하기] 카누여정과 눈물

카누여정과 눈물

네케이튼 장로는 카누에 참석한 우리를 모두 둘러 앉게 한 후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른 뒤 그는 우리에게 이 카누 여정에 참가한 동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여러분 중에는 가족이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가난한 이들도 있을 것이며, 가벼운 마음으로 캠핑을 즐기러 온 사람도 있을 것지만 반드시 기억할 것이 있다. “ 그는 여러 상황을 열거하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네케이튼은 무엇보다도 이 카누 여정이 치유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자신도 어린 시절 강제적으로 기숙학교로 끌려 들어가 오랜 동안 그곳에서 거칠고 어두운 시간을 보내면서 심각한 자아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지만, 훗날 사람들과 더불어 카누를 타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고 마음의 깊은 상처가 하나씩 치유되었다며 회복의 간증을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26명의 참석자 중 몇몇이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어린시절 기숙학교에서 학대를 당한 사람, 부모가 누구인지 알수 없어서 괴로워 하는 사람, 원주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아야 했던 사람. 서로의 상황과 마음을 아는 그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서로를 감싸 안으며 한참을 울었다.

네케이튼이 말했다, “우리의 아픈 상처를 보듬으며 함께 울 때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충분히 울라.” 어느 정도 울음이 잦아들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눈물과 슬픔에 대해 예전부터 내려오는 조상들의 말씀이 있다. 혹 울더라도 그 눈물이 흘러 넘쳐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 슬픔의 물이 넘쳐 땅으로 흘러가면 식물에 흡수되고 그 식물은 슬픔을 머금고 자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슬픔의 물이 강물이 되어 흘러가게 되면 물고기 역시 슬픔을 먹고 자라게 될 것이다. 그래서 결국 그 슬픔을 우리가 다시 먹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금 네케이튼은 마음의 상처와 아픔을 어떻게 카누여정을 통하여 씻어낼 수 있었는지 얘기했다. 어린 시절의 아픔을 시작으로 삶의 순간마다 시련은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고통 속에 갇혀 있지 않기로 결단을 했다. 그리고 생활하던 곳을 벗어나 약 20여일 동안 카누 여정을 떠났다. 낮에는 온 힘을 다해 노를 젓고 밤에는 비와 이슬을 맞으며 잠을 청하면서, 동료들과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지냈다. 이들과의 연대와 나눔을 통해 그는 마음을 열고 생각을 열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회복해갔다.

“치유는 쉽지 않은 여정이다. 몸으로는 동료들과 함께 카누를 젓고 마음으로는 서로의 회복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슬픔 속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지 말라. 슬픔에 전염되지 않도록 조심하라.”

눈물은 치유의 과정에서 흘러나는 아름다운 선물이다. 하지만 한탄과 자기 연민에 빠져 흘리는 눈물은 침체의 산물이 될 수도 있다. 지혜롭게 눈물의 한계를 그어주는 그의 현명함에 다시금 탄복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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