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칼럼이상열 선교사의 원주민 이해하기 카누여정 – 세대간의 단절과 경청

[칼럼:원주민이해하기] 카누여정 – 세대간의 단절과 경청

카누여정 – 세대간의 단절과 경청

열흘 넘게 카누를 타다보니 지치고 힘들어서 캠핑장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완전히 곯아떨어지곤 했다. 먹는 것도 귀찮고 씻는 것도 힘겨워 그렇게 마냥 쓰러졌다. 그런데 원주민 친구들은 저녁마다 전통의식에 참석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하루는 모든 대원들은이 거의 8시간 이상을 호수 위에서 카누를 저었다. 아무리 노를 저어도 하루 안에 반대쪽에 도달할 수도 없을 만큼 엄청난 규모의 호수였기에 우리는 더욱 지쳤다. 심지어 그날은 점심도 샌드위치로 카누 위에서 때웠다. 그리고 잠시 호숫가에 정박해 볼일을 해결해야 할 정도였다. 이렇게 긴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그날도 어느 엘더가 나와서 자신의 삶과 지혜를 나누기 시작했다. 

당시 영어가 힘들었던 나로서는 더더욱 피곤함을 견딜수가 없었고 무슨 말인지 귀를 기울이기조차 힘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노를 저었던 행크는 내 옆에서 모든 이야기를 주목해서 듣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너무 피곤하다면서 탠트로 들어가서 자면 안될까 하는 농담을 서로 주고 받았는데, 일단 엘더가 연단에 서서 이야기를 시작하자 온전히 집중하며 듣고 있었다. 장로의 말이 끝난 후 행ㅋ에게 그 내용이 정말 중요한 메시지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행크는 그렇게 중요하진 않지만 언제나 모든 장로들의 말에는 지혜가 있기 때문에 경청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로들의 지혜는 삶을 통해 배운 것이기 때문에 들을 가치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보면서 원주민들이 글보다는 구전 방식으로 지혜를 전달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을 통해 문자화된 지식을 습득하는 대신 살아 있는 장로들의 입에서 나오는 지혜를 직접 체감하려 애쓰는 것 같았다. 원주민에게는 이런 말이 있다. 장로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말을 하기 전에, 지난 일곱 세대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할 뿐 아니라 장차 다가올 일곱 세대에게 미칠 영향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그 정도의 무게감을 가지고 말을 하고 결정을 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장로들은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을 뿐 더러 젊은이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세대간 갈등이 심화된 사회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나이든 세대가 꼰대화 되지 않으려면 다음 세대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 내가 내리는 결정은 후 세대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일이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로 무조건 복종을 강조하기보다, 그들이 바라는 바를 듣고 수용하여 더욱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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