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칼럼이상열 선교사의 원주민 이해하기 카누 - 개인만큼이나 중요한 공동체

[칼럼:원주민이해하기] 카누 – 개인만큼이나 중요한 공동체

카누 – 개인만큼이나 중요한 공동체

장장 며칠 동안 호수를 가로질러 마침내 다른 부족 마을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피로가 몰려왔지만 그 부족이 준비한 의식에는 참석해야 했다. 이 모임에는 정해진 종료 시간이 따로 없었다. 저녁 식사 후 7시 경 시작했지만 11시가 다 되어도 계속 진행되었다. 추장이 자신과 부족원들을 한명씩 소개하고 있었는데, 추장의 가족들이 모임 장소로 들어오자 그 중 한 사람을 연단에 세워서 그와 관련된 다른 분야에 관해 소개를 시작했다. 그렇게 한 사람씩 소개를 하던 중 추장의 아버지가 나타나자, 그를 다시 연단에 세워 말씀을 나눌 기회를 주었다. 도저히 마칠 줄 모르는 가족 소개였다. 

다들 각자의 생각와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살아온 삶을 얘기하기도 했다. 자리에 앉아 듣고만 있던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었다. 본래 마치기로 한 시간도 훌쩍 넘겼거니와, 추장 이외에 모든 가족 구성원이 돌아가며 얘기를 하다못해 다른 엘더와 그의 가족까지 소개하고 인사시키고 얘기를 들어야 하는 것이 상당히 불편했다. 하지만 나외에 다른 이들은 모두 불만 없이 잠자코 듣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한 개인이 가진 지혜도 중요하지만 그 지혜가 가족이나 공동체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도 중요한 거 같다. 한 개인의 지식은 가족과 공동체 안에서 함께 축적한 것의 결과라는 의미다. 나를 소개할 때는 나를 만들어준 내 가족을 함께 거론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가족의 대표일 뿐, 가족을 빼고 나를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원주민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에 하나가 가족이라는 단어인 것 같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원주민의 가족은 기숙학교 등의 여러 역사적 사회적 참사를 당하며 많이 일그러져 있다. 그래서 이들은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강조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가족에서 더 확장하여 같은 부족의 한 핏줄임을 기억하기 위한 노력인 것 같다.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공동체와 가족이 붕되괴는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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