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칼럼이상열 선교사의 원주민 이해하기 카누여정 – 치유로 이어지는 길

[칼럼:원주민 이해하기] 카누여정 – 치유로 이어지는 길

카누여정 – 치유로 이어지는 길

 카누 여정이 오래될수록 서로 익숙해져가고 서로의 아픈 상처들도 드러나고, 한쪽에서는 위로와 격려가 일어나고 있었다. 고된 카누 여정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 엄청난 실제적인 치유들도 일어나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알기로는 원주민들은 술과 마약에 늘 중독되어 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일부는 옳은 이야기다. 그곳에 참석한 500여 명의 원주민 중엔 아마도 이미 술이나 마약에 중독되어 참석한 사람도 일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카누 여정에서는 몇 가지 규칙이 있었다. 

 NO Alcohol, NO Drug, NO Struggle. Respect each other. 

 본인이 마약과 술에 중독된 사람임을 알고도, 그 술이나 마약을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심각한 금단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앎에도 그들은 이 카누에 참석한다. 카누 여정은 힘든 육체노동과 함께 공동생활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많다. 짜증이 날 정도로 날씨나 물살이 어려움을 줄 때가 많이 있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든 사람들이 통제속에 들어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주민들은 함께 지키기로 약속들을 잘 이행해 나가고 있었다. 중독자들이 자신들의 중독을 끊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함에도 불구하고 그 중독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우리 부족의 카누대장이었던 브랜든은 어린시절부터 마약중독자였지만 그가 카누 여정을 10여차례 참석하면서 스스로가 절제하게 되었으며 마약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자기 간증을 하기도 했다. 그는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얼마나 몸부림을 쳤는지 모른다는 과거 이야를 하기도 했으며, 사실 마약을 할때마다 자신의 얼마나 증오스러웠는지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약이 깰때마다 수없이 죽으려고까지 했다라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나눴다. 자신이 카누 여정을 통해서 마약에서 더이상 손에 대지 않은다고 간증하며 여전히 중독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를 하기도 했다.  

 해질 무렵 한켠에서는 자신의 상처를 감당치 못해 울고 있는 한 자매를 다른 자매가 아무 말없이 꼭 안아주고 있었다. 한참을 울도록 다독이며 말없이 함께 안아주고 있었다. 그 누구도 울고 있는 자매의 아픔을 알 수도 없었다. 심지어 안아주고 있던 자매도 울고 있는 자매의 상처를 알 수 없었지만 조용히 침묵으로 함께 서 있어 주는 것이 카누 여정을 통한 치유가 일어나는 모습이었다. 그러다보니 여기저기서 흩어져서 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부족 사람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가까이 가서 기꺼이 안아주며 같이 흐느끼고 울어 주는 일들을 보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닐 정도로 흔했다. 

 카누 여정에서 우리는 의사처럼 누구의 아픈 부위를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상담사처럼 아픈 내면의 상처에 대해서 자세히 들을 필요도 없었다. 정확한 해결책을 내어 줄 필요도 없었다. 카누 여정은 그냥 그 옆에서 묵묵하게 힘든 여정을 함께하며 침묵으로 동행해주기만 해도 훌륭한 치유가 일어나는 시간과 공간이었다. 

 그러므로 카누 여정은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고, 자신을 알아가고, 그리고 공동체를 알아가면서 그 속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스스로에 변화를 가져오는 치유의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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