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칼럼이상열 선교사의 원주민 이해하기 카누여정 – 원주민의 공동체 정신

[칼럼:원주민 이해하기] 카누여정 – 원주민의 공동체 정신

카누여정 – 원주민의 공동체 정신

카누여정이 진행되는 중에 우리 부족 대원들과 가까이 지내던 Ron이라는 친구가 여자친구와 함께 방문했다. 그는 그저 우리 부족에 인사를 하러 들른 것이었다. 아무런 야영 준비도 없이 갑작스레 방문한 그들은 우리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이후 저녁 써클 모임이 되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때 엘더인 네케이튼이 론과 여자친구에게 내일부터 카누여정을 같이 하자고 제안을 했다. 친구들 만나느라 잠시 방문한 론 입장에서는 아무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에 매우 당황스러웠을 수도 있고 마음은 있다 해도 여건이 안 되어 곤란했을 것이다. 하지만 론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자 모든 카누 가족들이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다들 최소한의 필요 물품들만 챙겨왔기에 여유가 많지는 않았지만 각자 조금씩 자기 것들을 내어놓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장갑을 내놓았고, 쿠션과 모자, 아쿠아 슈즈를 내어놓는 이들도 있었고, 아예 자기 텐트에서 잠을 잘 수 있게 해주는 이도 있었으며, 조촐한 간식을 가져오는 이도 있었다. 어느덧 론 앞에는 마치 준비라도 되어있던 것 마냥 충분한 물품이 쌓여 있었다. 어느새 론과 여자 친구는 카누 대원으로 탈바꿈하여 우리의 가족이 되어 있었다.

단순한 방문객이었지만 엘더의 요청으로 10일 간의 필요 물품이 금방 채워지는 것을 보며 나는 적잖이 놀랐다. 카누 여정은 매일 노를 저어야 하는 육체 노동이기에 간식이 부족하거나 물품이 부족하면 상당히 곤란할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 것을 기꺼이 건네는 모습을 보며 다시금 그들의 나눔 문화를 배울 수 있었다.

원주민 전통문화에서는 어부 혼자서 잡은 물고기 전부를 차지하지 않는다. 자기가 직접 잡은 물고기지만 공동체 전체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부족의 일원으로서 어부의 직임을 감당하기 위해 물고기를 잡았기 때문에 부족 모든 사람들과 나눠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마을 노인과 아이까지 모두에게 골고루 분배했다.

카누에 참여한 원주민들은 자신이 챙겨운 물품이라고 해도 자기만의 것이라 주장하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이 카누 가족으로 들어오면 그를 위해 내것을 기꺼이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다. 카누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함께 물 위를 떠다니려면 한정된 물품만 실을 수 밖에 없다. 혹 자기 물건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려 한다면 카누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가라앉을 것이다.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려면 자기 것을 비우고 나누어서 생활의 공간을 확보해야 삶의 여유가 생긴다는 개념이었다. 개인 사생활도 존중하지만 한정된 자원과 공간 안에서 개인주의적 소유권을 너무 강하게 주장하는 사회일수록 그 공동체는 침몰할 위험성이 더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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