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김재유 선교사와 함께하는 원주민 선교 이야기] 2. 원주민의 세계관 (1)

김재유 선교사와 함께하는 원주민 선교 이야기

2. 원주민의 세계관 (1)

세계관은 우리가 바깥 세상을 바라보는 안경과 같고 창문과도 같은 관점입니다. 그런데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면 안경의 색깔에 따라서 실제와 완전히 다른 세상이 보여지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관점(시각 또는 세계관)에 따라 세상과 사건을 다르게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행동합니다. 그래서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을 통한 잘못된 인식에 얽매이지 않도록 조심하여야 합니다. 나아가서, 사람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세계관은 가치관을 형성하고, 가치관은 행동을 결정하며, 행동은 문화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삶과 문화를 바르게 이해하려면, 먼저 그 사람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세계관을 아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오른쪽의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세계관이라는 뿌리에 따라서 각기 다른 나무를 자라게 합니다. 그 사람의 세계관에 따라, 그 사람의 삶과 삶의 열매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주민을 바르게 이해하려면, 그들의 속 마음인 그들의 세계관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캐나다 원주민들은 부족이 다양하고 (약 850개 부족), 각 부족의 환경과 생활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세계관을 한가지로 정의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제가 말씀드리는 내용은 1900년대의 원주민들의 기록을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의 원주민들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주민들의 깊은 내면에는 그들의 조상들로부터 전수되고 있는 전통과 풍습과 문화를 통한 그들의 세계관이 살아서 숨쉬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오늘날 우리 주변의 원주민들을 바르게 이해하려면, 먼저 그들의 전통적 세계관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영적 유산을 통해서 오늘날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시간개념은 과거, 현재, 미래가 단선적으로 연결된 타임라인(Timeline)의 개념이지만, 원주민들은 시간을 돌고 도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공존하는, 원의 개념으로 이해하면서 그 한가운데에 위대한 정령이 존재하면서 세상을 다스린다고 인식했습니다. 시간을 선으로 보는 것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달려가는 개념일수 있지만, 시간을 원으로 보는 것은 늘 제자리로 돌아가는 부동의 개념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현재에서 미래로 마냥 흘러가지만, 원주민들의 시간은 조상들로부터, 오늘도 있고, 내일도 사라지지 않고 함께 존재하는 그런 하나된, 돌고도는 그런 융합된 개념으로 함께 존재합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서 소멸되었고, 미래는 아직 우리들의 것이 아니며, 오직 현재만이 확실하게 존재하는 우리들과는 달리,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순환하면서, 서로 조금 다른 형태로 항상 함께 존재하는 그런 세상을 원주민들은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주민 언어의 대부분에는, 과거나 미래를 나타내는 동사의 변화가 없습니다.  

“인디언들의 시간 개념은 백인들과 사뭇 달랐다. 백인들은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의 직선적인 것으로 이해하지만, 인디언들은 시간을 하나의 순환으로 이해했다. 지나간 것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곳에 존재한다고 그들은 믿었다. 사람 역시 죽으면 멀리 가버리는 대신, 조상들의 영혼과 하나가 되어 우리와는 조금 다른 상태로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다. … 이 대지에 살아있는, 또는 한때 이곳에 모습을 갖고 살아간 모든 존재들은 우리와 함께 여전히 이곳에서 삶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인디언들의 믿음이다. 모두가 하나로 연결된 채.”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pp104)

그리고 원주민들은 조상들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 되어있다고 생각하면서, 세상은 정복하고 소유하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나누며, 함께 공존하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인간과 자연, 생물과 무생물을 포함한 이 세상 만물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가족과 같고, 친척과도 같은 공동 운명체라는 사상입니다. 백인이나 흑인이나 황인이나 우리 모두는 형제이고, 심지어는 새와 동물과 물고기와 산과 바위와 강까지도 우리모두는 서로 친척 같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할 소중한 존재들이라고 원주민들은 받아들입니다. 에밀리라는 원주민은, “All My Relation” 이라는 글에서, “모든 살아있는 생물들은 각기 서로, 그리고 최고 권능의 창조주에게 연결 되어있다. 나는 너 없이는 존재할 수 없고, 너 또한 나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나는 너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너는 나에게 영향을 준다. 모든 것에 우리는 서로 영향을 끼치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것은 모든 것에는 혼이 있고, 우리가 창조주에게는 물론이고, 우리가 어떻게 서로서로 연결 되어있는지를 알게 해 준다. 원주민은 이 자랑스러운 사실을 실천하고 믿고 있다. 어떻게냐고? 우리는 어머니 대지와 아버지 하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을 존중하며 서로 존대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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