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주민 이해하기] 원주민 단기선교준비/1. 초정의식(Invitation Ceremony)

원주민 단기선교준비

1. 초정의식(Invitation Ceremony)

어느덧 여름 단기 선교의 계절이 돌아왔다. 캐나다 내에 있는 교회들이라면 해외뿐 아니라 캐나다 내 원주민 선교에 대한 부담감이 없지 않을 것이다.

교회의 규모와 상관없이 선교에 대한 부르심을 기억하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개척 초기부터 선교에 관심을 두기란 쉽지 않지만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선교에 헌신하는 교회들을 보면 참으로 존경스럽다.

한인교회가 원주민 선교를 시작한지 어언 30년이 되었다. 30년이면 한 세대인데, 기존의 세대가 지나고 새로운 한 세대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서 원주민 선교의 지난 30년을 돌아보고 더 좋은 전략들을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나는 원주민 전통행사인 카누여정에 몇년 째 함께 하고 있다. 카누여정 중에는 여러 부족 마을에 머물게 되는데, 한 지역에 도착해 배에서 내리기 직전에 카누 전체가 해변이나 강변에서 길게 도열한다. 각 카누대장은 도착 지역 부족의 대표자를 향해 자신들이 어느 부족의 누구인지 그 부족과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를 보고한다. 그러면 그 부족의 대표자인 추장이나 장로가 나와서 “당신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니, 어머니의 땅인 이 곳을 마음껏 누리라”며 환영인사를 하고 노래를 한다. 이러한 의식을 “Invitation Ceremony-초청의식”이라고 한다.

원주민들은 소위 의식에 살고 의식에 죽는다 할만큼 의식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타 부족의 영역에 들어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초청의식”이다. 일반적인 경우 선교 여행 팀은 부족의 영향력있는 사람과 연결되어 그의 허락을 받아 원주민 지역에 들어간다. 그러한 경우는 개인적인 초정에 의한 접근이라고 할수 있는데, 앞서 말한 “초청의식”은 이러한 접근이나 환영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

“초청의식”은 개인의 초대가 아니라 부족 공동체의 초청이다. 낯선 사람이 인사도 없이 들어와 우리 집 곳곳을 돌아다닌다면 정상적인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가 아무리 좋은 일을 하고 좋은 말을 한다고 해도, 초청받지 않은 상태로 우리 집에 거하는 그 자체가 불법적일 수도 있는 일이다.

역사적으로도 그러했다. 콜롬부스는 배에서 내려 땅을 밟는 순간부터 정복자 행세를 했다. 그 땅의 주인을 향해 초대를 요청하기는 커녕, 무례하게 함부로 들어와 마음대로 행동했다. 지금도 원주민들은 허락을 받지 않고 이 땅을 점령한 백인 이주민에 대해 증오와 울분을 품고 있다. 초청의식을 행한다는 것은 원주민 공동체로부터 허락을 받는 합법화 과정이자 이 땅의 주인을 존중한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이 땅의 주인인 공동체에 보고한다는 것은 우리가 그 땅애 손님으로 들어갔으니, 주인을 가르치거나 고치려 들지 않고 겸손히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받아들이며 가족이 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여름 단기 선교 사역을 할 때는 먼저 그 지역 공동체에 “초청 의식”을 요청하는 것은 어떨까. 수많은 세월동안 백인들은 그 땅에 함부로 들어가 원주민의 문화와 언어를 말살시켰고, 선교도 그러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너에게 예수를 전해서 너의 그 기괴한 옷과 언어와 생활 방식을 버리도록 만들겠다’는 식의 제국주의적 강압 선교가 아직도 이 땅에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강제로 밀고 들어와 주인을 죽이고 쫓아내어 집을 점령해버린 백인들에 대한 아픔이 여전히 남아 있으니, 우리가 그들이 그 땅의 주인임을 인정하고 우리를 초대해주길 요청할 때 새로운 치유의 여정이 시작이 될수 있다.

그들에게 정식적으로 요청해보자. 우리는 이전 백인들이 했듯 함부로 당신의 땅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전하자. 백인들이 그토록 지워버리려 애썼던 원주민 문화를 인정해주고 원주민 전통 방식으로 Invitation Ceremony를 해주기를 요청해보자. 우리가 처음 캐나다 땅에 들어왔을 때 영어를 배우고 캐나다 방식을 익히려 애썼던 것처럼, 원주민 지역에 들어가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익히려 노력해보자. 과거 개척자들처럼 무례하게 침범하지 않고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관계 회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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