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김재유 선교사와 함께하는 원주민 선교 이야기] 5. 거북섬 이야기 (1)

김재유 선교사와 함께하는 원주민 선교 이야기

5. 거북섬 이야기 (1)

“미타쿠예 오야신 – 모든것이 하나로 연결되어있다, 우리 모두가 친척이다 (4/22/2022 컬럼 참조)”라는 인사말에서, 원주민의 공동운명체적인 세계관을 살펴보았던 것 처럼, 우리는 원주민의 독특한 세계관의 다른면을 그들의 창조이야기 (설화)를 통해서도 엿볼수있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창조되었고, 그들이 어떻게 이 땅에 거주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주는 창조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그들의 뿌리를 찿아볼수 있는것입니다. 우리가 단군신화를 통해서 우리 한민족의 깊은 뿌리를 찿을수 있는것처럼 말입니다.   

원주민에게는 원래 문자가 없었고, 철저히 훈련된 이야기꾼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문화 (Oral Tradition)입니다. 그래서 원주민 마을에는 부족의 전통과 문화를 전승해서 가르치는 사람 (구전 전승자)이 꼭 있었습니다. 그런 구전 전승자는 어릴 때에 선발되어 전해오는 전통 이야기를 토씨 하나까지 틀리지 않고 전승할 수 있도록, 전임자로부터 반복되는 엄격한 훈련과 피나는 노력을 통해서 이야기꾼 (Storyteller)으로 양성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을 통한 기억에 의존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마을마다, 이야기꾼마다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초창기 선교사들이 마을마다 녹음기를 들고 다니면서 이야기꾼들의 이야기를 녹음하여 기록한 자료들이 원주민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저는 제가 원주민 도서관에서 발견한 평원의 크리족과 오지브웨이족에게 전해지는 창조이야기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들에게는 나나부쉬 (Nanabush)라는 신과 같은 조상이 있습니다. 나나부쉬의 출생이야기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한 처녀로부터 시작됩니다. 어머니가 그 처녀에게 바람부는 언덕에 올라가서 다리를 벌리고 앉지 말라고 신신당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처녀는 어머니의 당부를 무시하고 언덕에 올라가서 다리를 벌리고 앉음으로 인해서, 바람이 불어와 임신하게 되었고, 그 처녀가 낳은 아이가 바로 나나부쉬 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성령과 바람은 성경에서 원어가 같은 단어입니다. 흡사 예수님이 성령 (바람)으로 잉태하여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신 이야기와 좀 닮지 않았습니까?

원주민들은 북미 대륙을 거북이 섬 (Turtle Island)이라고 부르는데, 이 거북이 섬이라는 이름은 다음과 같은 홍수이야기에서 유래되고 있습니다. 창조주께서 이 세상 만물을 창조하시고 나서 나나부쉬에게 “세상의 만물들을 잘 돌보고, 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치라. 사람과 동물이 서로 싸우지 않도록 하라”고 명령하셨는데, 나나부쉬는 창조주의 명령에 복종하여 맡은 바 사명을 열심히 감당하지 않고, 그냥 사람들이 마음대로 살도록 내버려두어서 서로 다투고 싸우게 되었고 결국은 땅이 피로 붉게 물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창조주께서는 후회하시고, 분노하셔서 큰 홍수로 모든 생명체를 멸하셨는데, 오직 Loon이라는 작은 물새와 Muskrat (사향뒤쥐)와 Trutle (거북이)만 살아남았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대홍수 사건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나나부쉬가 자신의 잘못을 뼈저리게 후회하면서 “만약 내가 물에 잠긴 흙을 조금만 가질 수 있다면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섬을 하나 만들 수 있을 텐데”라고 한탄하면서, 살아남은 동물들에게 물밑의 흙을 조금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러자 물에 익숙한 물새가 자신 있게 잠수를 시도했으나, 물이 너무 깊어서 바닥까지는 도저히 닿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몇 번을 시도하다가 그만 포기했습니다.  그러자 몸집이 작은 사향뒤쥐가 물밑의 흙을 가져오려고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번번히 실패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향뒤쥐는 포기하지 않고 한번 더 깊은 물속에 들어가서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발톱에 젖은 흙을 조금 찍어 가지고 겨우 물 위로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나부쉬가 기쁜 마음으로 그 흙을 거북이 등에 올려놓고 땅을 넓혀 나가기 시작하여 섬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거북이 섬, 북미 대륙이 창조된 이야기입니다. 그러고 보니 북미 대륙의 모양이 거북이 등을 닮은 것도 같지 않습니까?

원주민의 조상이라는 이 나나부쉬가 어떤 마을에서는 Nanabozho, Weesakayjack라고도 불리고, 등장하는 동물도 Otter (수달), Beaver(비버)와 Muskrat(사향뒤쥐)로 바뀌고, 이야기의 전개도 조금씩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 홍수이야기가 성경의 창조와 홍수사건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저는 듭니다. 다음 호 (2022년 6월16일자)에서는 다른 부족의 창조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김재유 선교사 (알버타 사랑의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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