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희년 이야기] 세 가지 관계의 회복

세 가지 관계의 회복

희년을 ‘안식일 관련법’의 차원에서 살펴보자. 구약 이스라엘 역법(曆法)에서 제7일이 안식일, 제7년이 안식년, 그리고 제7안식년인 제49년의 이듬해인 제50년이 바로 희년이다. 제7일인 안식일에는 모든 노동을 멈추고 안식해야 한다. 제7년인 안식년에는 농사를 짓지 않고 토지를 안식하게 해야 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진 모든 부채를 탕감해야 한다. 곧 안식년의 두 가지 규정은 ‘토지 안식’과 ‘부채 탕감’이다. 그리고 제50년인 희년에는 농사를 짓지 않고 토지를 안식하게 해야 하고, 가난 때문에 토지와 주택과 자유를 잃고 가족을 떠난 사람들에게 그 토지와 주택과 자유와 가족을 회복시켜 주어야 한다. 곧 희년의 다섯 가지 규정은 ‘토지 안식’과 ‘토지 회복’과 ‘주택 회복’과 ‘자유 회복’과 ‘가족 회복’이다.

이처럼 안식일과 안식년과 희년은 큰 틀에서 ‘7’이라는 숫자를 주기로 돌아올 뿐만 아니라, 그 정신이 모두 ‘안식’과 ‘자유’라는 두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세 가지를 모두 아울러 ‘안식일 관련법’으로 통칭한다. 그래서 종교개혁자 요한 칼빈은 안식일 계명을 주해하면서 안식년과 희년도 함께 포함하여 주해한 것이다. 십계명 가운데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출 20:8)는 계명은, 안식일뿐만 아니라 안식년과 희년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는 말씀이다. 우리 시대에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안식일의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한다면 그만큼 안식년과 희년의 정신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해야 마땅하다. 안식일의 정신만 중시하고 안식년과 희년의 정신은 무시한다면 성경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럼 희년이 왜 중요한지 살펴보자. 안식년과 희년을 합하여 넓은 의미의 희년으로 통칭하는데, 이 넓은 의미의 희년에는 세 가지 관계가 회복된다. 바로 하나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땅과의 관계이다. 먼저 하나님과의 관계는 희년이 시작되는 속죄일에 속죄 제사를 드림으로써 회복된다. 다음으로 이웃과의 관계는 안식년에 가난한 이웃이 진 모든 부채를 탕감해 주고, 희년에 가난한 이웃에게 그가 잃어버린 토지와 주택과 자유와 가족을 회복시켜 줌으로써 회복된다. 마지막으로 땅과의 관계는 안식년과 희년에 토지를 안식하게 함으로써 회복된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이 세 가지 관계가 모두 깨진 후에 멸망했다. 이스라엘은 온갖 우상을 숭배하여 하나님과의 관계를 깨뜨렸고,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여 이웃과의 관계를 깨뜨렸으며, 탐욕 때문에 안식년과 희년에도 토지를 경작하여 토지의 안식을 가로막아 땅과의 관계를 깨뜨렸다. 이 세 가지 관계를 모두 깨뜨린 후에 이스라엘은 전쟁이 일어나 평화를 잃고 멸망했다. 

지금 우리 시대는 어떠한가? 하나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피조 자연과의 관계가 모두 깨어지고 있지 않는가? 우리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하나님을 섬기기는커녕 돈을 섬기고 있고, 가난한 이웃들을 돌보기는커녕 착취하고 있고, 피조 자연을 보호하기는커녕 파괴하고 있는 우리가 바로 우리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장본인들이다. 그럼 이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로 가는 길은 무엇이겠는가? 바로 희년 실천이다. 희년 실천은 하나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피조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희년 실천이 바로 평화의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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