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희년 이야기] 희년의 의미

희년의 의미

‘희년’이란 단어에는 여러 차원의 의미가 있다. 곧 희년이란 단어에는 문자적 의미, 시간적 의미, 근본적 의미, 파생적 의미, 신학적 의미가 있는데, 차례로 살펴보자.

첫째, ‘희년’으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요벨’인데, 그 문자적 의미는 ‘숫양’, ‘뿔 나팔’(숫양의 뿔로 만든 나팔)을 가리킨다. 그럼 왜 희년을 가리키는 단어로 이런 뜻들을 가진 ‘요벨’이란 단어를 사용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속죄일’의 중요성 때문으로 추정된다. 곧 속죄일에 ‘뿔 나팔’(숫양의 뿔로 만든 나팔, 쇼파르)을 불어서 희년의 시작을 공표했기 때문에, ‘쇼파르’란 단어와 같이 ‘뿔 나팔’이란 뜻을 가진 ‘요벨’이란 단어를 사용하여, 뿔 나팔을 부는 ‘속죄일’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또 희년이 시작되는 날이 속죄일이라는 사실에서 잘 알 수 있듯이 희년의 시작이 바로 속죄에 있기 때문에, 속죄일에 대제사장과 이스라엘 백성의 속죄를 위한 번제물로 각각 한 마리씩을 바쳐야 하는 ‘숫양’(레 16:3, 5)에 사용된 히브리어 ‘아일’이란 단어와 같이 ‘숫양’이란 뜻을 가진 ‘요벨’이란 단어를 사용하여 속죄일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숫양’과 ‘뿔 나팔’의 뜻을 모두 가지고 있는 ‘요벨’이란 단어 하나로, ‘뿔 나팔’을 불고 번제물 ‘숫양’을 바치는 희년의 시작일인 ‘속죄일’을 강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요벨’이란 단어는 다름 아닌 ‘속죄’가 희년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드러낸다. 

둘째, 희년의 시간적 의미는 ‘제50년’이다. 구약 이스라엘 역법(曆法)에서 제50년이 바로 희년이다. 

셋째, 희년의 근본적 의미는 ‘자유, 해방’이다. 희년은 ‘자유’(데로르)를 선포하는 해이다(레 25:10). 그래서 에스겔 선지자는 희년을 ‘자유의 해’(쉐나트 하 데로르)라고 불렀다(겔 46:17). 구약 히브리어 성경을 그리스어로 번역한 칠십인역에서도 희년을 ‘해방의 표지’(아페세오스 세마시아)라고 번역하여 ‘해방’의 의미를 강조했다. 

넷째, 희년의 파생적 의미는 ‘기쁨, 복’이다. 이 ‘기쁨과 복’은 ‘자유와 해방’이라는 희년의 근본적 의미에서 파생된 것이다. 희년에 자유롭게 되고 해방되기 때문에 희년은 기쁘고 복된 것이다. 구약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한 불가타역에서는 희년을 ‘유빌라레’(Jubilare)로 번역했는데, 그 뜻은 ‘기쁨’이라는 뜻이다. 또한 영어 성경에서는 희년을 ‘쥬빌리’(Jubilee)로 번역했는데, 불가타역처럼 ‘기쁨’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한자로는 ‘희년’(禧年)으로 번역했는데, ‘복 희(禧)’와 ‘해 년(年)’ 자를 써서 ‘복된 해’라는 뜻으로 ‘복’을 강조했다. 

다섯째, 희년의 신학적 의미는 ‘이웃 사랑의 거룩한 생활’이다. 레위기 전체에서 희년이 기록된 레위기 25장의 위치를 보면, 이 의미를 잘 알 수 있다. 먼저 레위기의 전체 구조를 크게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거룩한 제사(1장-15장)

속죄일(16장)

거룩한 생활(17장-27장)

레위기의 주제는 한마디로 ‘거룩함’이다. 구체적으로는 거룩한 제사와 거룩한 생활이 레위기의 주제이다. 그리고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이 죄 때문에 거룩함을 잃었을 때 다시 그 거룩함을 회복할 수 있는 날이 바로 속죄일이다. 속죄일 본문은 거룩한 제사에 대한 본문과 거룩한 생활에 대한 본문 사이의 한가운데 위치하여 레위기 전체의 중심이 된다. 이것은 속죄일의 속죄 제사를 완성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이 우리에게 거룩한 예배와 거룩한 생활의 중심이라는 진리의 예표이다. 

그런데 레위기 후반부의 거룩한 생활에 대한 말씀은 레위기 19장에 압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에게 말하여 이르라 너희는 거룩하라. 이는 나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레 19:2). 그런데 ‘거룩한 생활’의 핵심은 바로 동포와 거류민을 자기 자신 같이 사랑하는 ‘이웃 사랑’에 있다. “원수를 갚지 말며 동포를 원망하지 말며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레 19:18). “너희와 함께 있는 거류민을 너희 중에서 낳은 자 같이 여기며 자기 같이 사랑하라.”(레 19:34). 이처럼 레위기 19장은 두 번에 걸쳐 ‘이웃 사랑’을 강조함으로써, 거룩한 생활의 핵심은 바로 이웃 사랑임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희년이 기록된 레위기 25장은 ‘이웃 사랑’을 핵심으로 하는 ‘거룩한 생활’의 절정(클라이맥스)에 놓여 있다. 곧 레위기 전체에서 레위기 25장의 위치를 고려할 때, 희년 실천은 자기 이웃을 자기 자신과 같이 사랑하는 거룩한 생활의 절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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