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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희년이야기] 병자 치유와 희년 선포

병자 치유와 희년 선포

온 몸에 나병 들린 사람이 예수님을 보고 엎드려 치유해 주시기를 구하였다(눅 5:12). 그런데 그가 예수님께 “주여 원하시면 나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나이다”라고 말씀드릴 때 “원하시면”이라고 말한 것은, 그가 예수님의 치유 능력은 믿었지만 예수님의 치유 의지는 의심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병으로 고통 받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병자는 죄인이라는 당대의 편견과 고정관념으로도 고통 받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이 죄인인 자신의 나병을 치유하실 의지가 있으신지 의심한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 의심하는 나병환자를 치유해 주셨다. 예수님이 치유해 주신 것은 단지 그의 육체만이 아니었다. 병자는 죄인이라는 편견과 고정관념 아래 고통당해 온 그의 영혼도 어루만지시고 치유해 주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서 제사장에게 네 몸을 보이고 또 네가 깨끗하게 됨으로 인하여 모세가 명한 대로 예물을 드려 그들에게 입증하라”라는 말씀으로 그 동안 나병 때문에 단절되었던 그의 사회적 관계까지 치유해 주신 것이다.

특히 이 말씀은 희년법적인 복귀 명령이라고 할 수 있다. 구약 율법에 의하면, 나병환자들은 격리되어 혼자 살아야 했다(레 13:45-46). 그것은 자기 땅과 집과 가족을 떠나 나병의 고통 가운데 홀로 지낸다는 뜻이다. 그러다가 나병이 치유되면 제사장에게 보이고 예물을 드려 입증한 후에 자기 땅과 집과 가족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구약 율법에서 자유를 되찾고 땅과 집과 가족에게 돌아가는 때는 바로 희년이다(레 25장). 희년이 오면 가난한 사람들은 그 동안 잃어버렸던 자유를 되찾고 자기 땅과 집과 가족에게로 돌아간다. 이와 같은 희년 이해를 가지고 이 치유 사건을 보면, 예수님은 그 나병환자를 치유하심으로써 그에게 나병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자유를 주시고, 또 치유하신 후에 그의 땅과 집과 가족에게로 돌아가게 하심으로써, 그에게 희년을 선포해 주신 것이다.  

예수님은 그 나병환자의 영혼도 어루만져 치유하여 주셨고, 그 육체도 질고에서 치유하여 주셨으며, 그 사회적 관계도 회복시켜 치유하여 주신 것이다. 이처럼 예수님의 치유는 온전한 치유이다. 사람의 영혼과 육체와 사회적 관계를 모두 회복시켜 주시는 치유이다. 사람은 영혼과 육체를 가진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예수님의 치유 역시 사람의 영혼과 육체와 사회를 모두 치유하는 전인적 치유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과 교회도 사람의 영혼과 육체와 사회에 모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한국 교회는 영혼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고, 육체에는 관심이 덜하며, 사회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영혼을 구원하고 영혼을 돌보는 사역에만 집중하고, 사람의 육체를 돌보는 구제 사역은 조금 하고, 사회적 관계를 정의롭게 바꾸는 사회 개혁에는 별로 참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예수님이 영혼의 회복뿐만 아니라 육체의 회복과 사회적 관계의 회복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시고 전인(全人)을 치유해 주신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도 그렇게 해야 한다. 교회는 교회만이 할 수 있는 고유 사역에 힘을 써서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고 영혼을 돌보는 사역에 힘을 쓰되, 사람의 육체를 돌보는 구제 사역과 사회를 개혁하는 사역에도 관심을 가지고 동참해야 한다. 특히 사회의 불의한 제도가 사람의 영혼과 육체와 사회적 관계를 파괴하는 것을 목도할 때, 우리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고통 받는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그 불의한 제도를 혁파하고 희년 정의를 세우기 위해 사회 개혁에 나서야 마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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