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희년 이야기] 오병이어와 성만찬

오병이어와 성만찬

누가복음 22장에 의하면,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전날 밤에,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식사를 하신다(14-15절). 이 성만찬에서 예수님은 떡을 제자들에게 나눠주시면서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주는 내 몸이라”고 말씀하시고, 잔도 나눠주시면서 “이 잔은 내 피로 세우는 새 언약이니 곧 너희를 위하여 붓는 것이라”라고 말씀하신다. “내 몸”, “내 피”라는 예수님의 말씀에서, 성만찬은 예수님의 몸과 피가 드려지는 십자가의 대속적인 죽음을 상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십자가 죽음의 대속적인 의미는 “너희를 위하여 주는 내 몸”, “내 피…너희를 위하여 붓는 것”이라는 말씀에서 확인된다. 예수님은 “너희를 위하여” 곧 우리를 위하여 자신의 몸을 주시고 피를 부으신 것이다. 

그런데 오병이어와 성만찬 본문에는 동일하게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주어’라는 네 가지 동사가 사용되고 있다(눅 9:16; 22:19). 그리고 이것은 엠마오의 식사에도 이어진다. 예수님이 두 제자와 함께 식사하실 때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주신’ 것이다(눅 24:30).

한편 요한복음에서 오병이어 사건이 기록된 요한복음 6장에 의하면, 예수님이 ‘오병이어’ 기적을 베푸시자, 유대인들은 ‘만나’를 이야기하고, 이에 대해 예수님은 인자의 살을 먹고 인자의 피를 마시는 ‘성찬’을 말씀하신다. 곧 ‘만나-오병이어-성찬’이라는 성경의 큰 흐름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흐름은 고린도전서 11장의 성찬 본문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 흐름 가운데 바로 희년 정신이 있다. 이것을 간단하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공관복음에서는 오병이어 사건과 성만찬 사이의 연관성이, ‘가지사, 축사(감사기도)하시고, 떼어, 주셨다’는 네 가지 동사가 공통적으로 사용된 것에 의해 명확하게 드러난다. 

둘째, 만나 사건과 오병이어 사건과 성만찬에는, ‘모든 사람이 골고루 나누어 먹는다.’는 ‘희년 정신’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 희년 정신은 고스란히 교회의 성찬에도 이어진다. 

셋째, 그래서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11장 본문에서 고린도교회 성도들에게 성찬을 제대로 지킬 것을 권면하면서, 가난한 사람들도 함께 먹고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요컨대 만나 사건과 오병이어 사건과 성만찬과 성찬은 한마디로 ‘희년 잔치’이다.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의 백성과 함께, 가난하여 먹지 못하는 사람도 없고 또 부유하여 혼자서만 너무 많이 먹는 사람도 없이 모두가 골고루 먹고 마시며 기뻐하며 하나 되는 희년 잔치이다. 그리고 이 희년 잔치는 바로 ‘하나님 나라 잔치’이다. 

그래서 오늘날 교회의 성찬식에 참여할 때, 우리를 위하여 자신의 몸을 주시고 피를 부어 대속해 주신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 감사하고, 또한 만나와 희년과 오병이어에 담긴 균등 분배의 정신을 생각하면서 교회와 사회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참여해야 마땅하다. 성찬식 가운데 드리는 기도에서 희년의 하나님 나라가 교회와 사회에 임하기를 간구한다면, 그 기도를 통해 성찬에 담긴 ‘희년 잔치’, ‘하나님 나라 잔치’의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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