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칼럼아! 그런뜻이었구나 제거, "완벽한 말소”

[칼럼:아!그런뜻이었구나] 제거, “완벽한 말소”

제거, “완벽한 말소”

페르시아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적고 있는 『the Histories 역사』에서 저자 헤로도토스는 에디오피아 군인들의 외형을 묘사합니다. “에티오피아 군인들은 표범과 사자 가죽을 입었다.  그들의 활은 껍질을 벗긴 종려나무로 만들어졌으며 4큐빗 이상의 아주 긴 활이었다. 그들의 작은 화살촉은 철이 아니라 날카로운 돌로 만들어졌다. 그들은 또한 창 끝에 가젤의 뿔이 달린 창을 소지했다. 창은 말탄 무사들이 사용하는 긴 창처럼 날카로웠다. 그들은 또한 장식이 박힌 곤봉도 가지고 다녔다. 그들은 전투에 나설 때 몸의 절반을 석고로 칠했고, 나머지 절반은 주홍색으로 색칠했다.” 그들은 인간의 약한 모습은 완전히 지워고, 적들에게 위압감과 강인함을 드러내기 위해 표범과 사자처럼 위장했던 것입니다. 

    헤로도토스가 사용한 “색칠하다”는 희랍어는   “엑살레이포”입니다. “제거하다” 혹은 “지우다”는 근본 뜻을 담은 이 낱말은 다양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건물의 거친 외벽에 하얀색칠을 할 때 “페인트 칠하다”는의미로 쓰였습니다.  색을 칠하여 이전의 거친 모습을 없이한 것입니다. 이 낱말은 또한  사람의 마음이나 기억 속에 간직된 경험을 “지우다,” 투표를 “취소하다,”  판정되었던 형벌을 “무효로하다,”  청구나 부채를 “철회하다,” 그리고 가족을 완전히 “말살하다’라는 의미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신약 성경에 사용된 언어의 의미를 생생하게 밝혀주는 이집트의 나일강 주변에서 발견된 파피루스에는 엑살레이포가 함축하는 내용을 모두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 남자가 친구에게 편지를 쓰면서, “네가 쓴 편지의 글자들이 지워졌기 (엘살레이포) 때문에 읽을 수 없었다”는 내용을 적었습니다. 이 낱말은 항상 스펀지로 무언가를 닦아내듯이 “완전히 닦아 없애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이 낱말은 신약성경에 다섯 번 언급되지만, 기독교 신앙의 핵심 정보를 제공합니다.  엑살레이포가 “씻다”는 문자적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는 두 번입니다. 첫번째는 계시록 7:17입니다. “이는 보좌 가운데에 계신 어린 양이 그들의 목자가 되사 생명수 샘으로 인도하시고 하나님께서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실 것임이라.” 두번째는 계 21:4입니다.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이 두 경우는 “눈물을 닦아 주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닦아 주는 주체는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계시록 3.5에서는 생명책에서 사람의 이름을 지우는 데 사용됩니다. “이기는 자는 이와 같이 흰 옷을 입을 것이요 내가 그 이름을 생명책에서 결코 지우지 아니하고 그 이름을 내 아버지 앞과 그의 천사들 앞에서 시인하리라.” 사도행전 3:19에서 이 낱말은 죄를 없애는 데에 사용됩니다. “그러므로 너희가 회개하고 돌이켜 너희 죄 없이 함 (엑살레이포)을 받으라 이같이 하면 새롭게 되는 날이 주 앞으로부터 이를 것이요.” 영어 성경 NRSV은 이 구절을 “회개하라”고 말씀한 후에 “그러면 너희 죄들 말소될 것이요”라고 번역합니다. 이전 삶의 태도를 바꿔서 그리스도를 위한 태도로 돌리는 사람의 죄는 말끔이 씻어집니다. 

   이제 나머지 한 용례, 즉 골로새서 2:14절에 언급된 이 낱말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전달하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곳에서 바울은 우리를 거스르고 불리하게 하는 손으로 쓴 법조문 증서를 지우시고 “제하여 버리사”라고 말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 율법의 기록장을 십자가에 못 박으심으써 우리에 대한 기록을 말소 시킨 것입니다. 이제 바울이 필기에 사용하는 단어는 “손으로 쓴”입니다.  문자 그대로 “자필”을 뜻합니다.  

   결국 이 낱말의 의미는 개인의 “서명” 혹은 “서면 동의서”로 발전됩니다. 인간 상호 관계에서 이 단어는 “채무를 인정하는 서면 합의서,” “채무 증명서,” 그리고 “채권”으로 통용되었습니다. 당시 기록된 파피루스에는 한 남자가 친구에게 “할 수 있으면 디오스쿠루스에게 가서 그에게 빌린 사채를 갚아달라고 요구하라”라고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손으로 쓴 증서는 지불해야 할 부채를 인정하는 문서였습니다.  골로새서 2:14의 뜻은 예수님께서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사채를 우리를 위해 일소하신 것입니다. 쉬운 성경 번역은 이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우리가 어기고 따르지 않은 율법들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빚을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함께 못박아 깨끗이 없애 주셨습니다.”

   신약 시대에 문서들은 파피루스 위에 잉크로 기록되었습니다. 잉크는 검은 숫에 나무에서 추출한 고무와 혼합하여 물로 희석해서 만들었습니다. 이 잉크의 특징은 산 (acid)이 들어 있지 않아 종이에 묻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잉크로 세긴 파피루스는 변색 없이 매우 오래 지속되고 그 색깔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글씨를 쓴 바로 직후 젖은 스폰지로 파피루스의 표면을 닦게 되면, 마치 돌판 위에 쓴 글씨를 지운 것처럼, 파피루스 위의 글씨는 완전히 지워집니다. 

   이제 흥미로운 점은 부채 증명서 취소에 대한 일반적인 단어가 “키아제인”이라는 것입니다.  키아제인이란 문서 위에 희랍 알파벳 “키 χ”의 대문자 모양인 X를 표시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굽에서 재판을 받은 후 총독은 채권을 말소(키아제스따이), 즉 “줄을 그어 지우다”는 명령을 내립니다. 그러나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빚 기록을 “줄을 그어 지우셨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예수님 자신이 지웠다고 표현합니다. 만약에 “십자가를 그려서 지운다”면, 기록은 여전히 누군가가 읽을 수 있도록 십자가 밑에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단지 “지우면” 기록은 사라지고 영원히 지워집니다. 그것은 마치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위하여 우리의 빚을 위해서 “십자가를 그었”을 뿐만 아니라 “지워 버린 것”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가해진 피해를 용서할 수 있지만, 그 사건을 결코 잊지 않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용서하실 뿐만 아니라 빚에 대한 기억 자체를 지워버리십니다. 인간 사회에서는 누군가를 용서하지만 여전히 죄인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용서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용서는 용서하시고 그것을 다시는 기억하시지 않고 완전히 잊어버리시는 최고의 용서입니다. 히브리서 저자는 이 사실을 “내가 그들의 불의를 긍휼히 여기고 그들의 죄를 다시 기억하지 아니하리라”고 기록합니다. 

이남규 목사

spot_img

최신 뉴스

인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