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칼럼가본것 같은 성지순례성 안나 교회(Church of St. Ahn, 베데스타 연못)

성 안나 교회(Church of St. Ahn, 베데스타 연못)

성 안나 교회(Church of St. Ahn, 베데스타 연못)

 “그 후에 유대인의 명절이 있어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니라 예루살렘에 있는 양문 곁에 히브리 말로 베데스다라 하는 못이 있는데 거기 행각 다섯이 있고 그 안에 많은 병자 소경 절뚝발이 혈기 마른 자들이 누워” (요 5:1-3) 

     보통 유대인의 명절이라고 하면 유월절을 말한다. 아마도 예수님은 갈릴리의 가버나움부터 시작하여 데가볼리 지역의 길을 따라 요단강을 건너고 여리고를 지나 베다니, 벳바게를 거쳐서 감람산에 이르셨을 것이다. 그 이후 기드론 골짜기를 앞에 둔 겟세마네로부터 북서쪽 방향으로 15분간 급경사길을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올라가시며 예루살렘 성에 다다르셨을 것이다. 예루살렘 성에는 현재 8개의 성문이 있는데, 그 중 북동쪽에 성경 시대 때의 양문(Sheep Gate)이 있다.  예수님은 아마도 이 성문을 통과 해서 30미터 정도 앞에 있는 연못 곁 행각 다섯 개 아래에 누워있던 38년된 병자를 만나셨을 것이다. 이 베데스다 연못이 있는 이유는 우기 때, 비가오면 모리아산으로부터 흘러내린 빗물이 동쪽에 기드론 골짜기로 흘러 사해로 빠져나가게 되는데, 그때 흘러가는 물이 모인 저장소가 베데스다 연못인 것이다.  베데스다란 “자비의 집” 혹은 “물이 흐르는 곳”이란 뜻이다. 

     베데스타 연못 옆에 파괴된 비잔틴 시대 교회를 대신해서, 십자군들이 1138년 완공한 “성 안나 교회”가 그곳의 공식 명칭이다.  아름다운 교회당 건물보다 더 중요한 장소는 교회 옆쪽의 연못 흔적이다.  그 연못 옆에는 1세기때 고대 그리스 로마의 의술과 건강의 신인, 아스클레피우스(Asclepius) 신전이 있었다. 그 신에게는 두 명의 딸들이 있었는데, “위생(hygiene)”과 “만병통치약(panacea)”이었다. 현대의학의 상징도 지팡이를 감고 올라가는 뱀, 그것이 아스클레피우스 신의 지팡이인 것이다.  그러므로 38년된 병자가 베데스다 연못에 누워 기다린 것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으로부터의 은혜가 아니라 어쩌면 로마의 신으로부터의 자비였을 것이다.

예수께서 그 누운 것을 보시고 병이 벌써 오랜 줄 아시고 이르시되 네가 낫고자 하느냐 (요 5:6)

예수님이 이방인의 신전에 누워있는 38년된 병자에게 찾아오신 것, 그것은 누가 예수님을 초청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예수님은 그 스스로 찾아오셨고, 말씀으로 고쳐주셨다. 그것도 예루살렘 성전과 걸어서 10분거리도 채 안 떨어진 곳에서 말이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하시니

그 사람이 곧 나아서 자리를 들고 걸어 가니라 이 날은 안식일이니 (요 5:8-9)

주님은 말씀으로 38년된 병자에게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고 담대히 말씀하셨고 그 사람은 나아서 자리를 들고 걸어갔던 것이다. 그것도 안식일 날 유대인들의 성전 바로 옆에서 이 사건이 일어났다. 거기 사람이 많으므로 예수님은 바로 자리를 피하셨고, 많은 유대인들이 병자에게 와서 물었다. “너더러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한 사람이 누구냐? (요 5:12).”  처음엔 누가 자신을 고쳤는지 몰랐던 그 사람은 나중에 예수님을 성전에서 만난 뒤 유대인들을 찾아가 “자기를 고친 이는 예수”라 고발한다. 이방인의 신전에 누워있던 38년된 병자는, 병이 나은 다음에도 믿음 없는 이방인답게 행동을 했다. 이 사건 이후로 예수님은 일을 하지 말아야 되는 ‘안식일 법’을 어겼다는 죄목으로 유대인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된다. 예수님께서는 앞일을 아시는 분이시다. 그 분은 자기 사역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38년된 병자를 그냥 지나치셨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분은 자발적으로 그곳에 가셨고, 하나님의 자비를 보여주셨다. 메시야는 누구신가? 바로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똑 같이 비취게 하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리시는 분이시다(마 5:45).  

예수님은 그가 38년된 병자로 인해서 도망자가 될 것을 알았지만 그를 고쳐주셨고, 더 나아가 십자가에서 모든 인류를 위해 죽으셨다.  그는 자신에게 십자가 형벌을 선고했던 본디오 빌라도를 위해서도, 그를 세 번 부인했던 베드로를 위해서도, 두 손과 두발에 못을 박고 창으로 옆구리를 찔렀던 로마병사들을 위해서도 물과 피를 다 쏟으셨다. 그는 진정 하나님이시고, 정의와 공의을 실천하시는 왕 중의 왕이신 것이다. 

글, 사진_ 이호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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