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칼럼김진수 장로의 성공적인 실패 희년의 예언자, 세례 요한

[칼럼: 희년 이야기] 희년의 예언자, 세례 요한

희년의 예언자, 세례 요한

세례 요한이 자신에게 세례를 받으러 나아오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고 촉구할 때, 그가 촉구한 회개의 핵심은 바로 경제적 차원의 회개, 곧 재물에 대한 회개였다(눅 3:10-14). 그런데 이 “회개에 합당한 열매”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구분된다. 

먼저 ‘해야 할 것’은 “옷 두 벌 있는 자는 옷 없는 자에게 나눠 줄 것이요 먹을 것이 있는 자도 그렇게 할 것”이다. 여기서 세례 요한의 가르침은 문자적으로 ‘옷’과 ‘먹을 것’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에 필수적인 모든 것들’에 해당되는 것인데, 그 필수적인 것들에는 대표적으로 땅과 집이 있다. 따라서 우리 시대에 적용하면, 집 두 채 있는 자는 집 없는 자에게 나눠 주어야 하고, 땅이 있는 자도 그렇게 해야 한다. 

다음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세리들은 “부과된 것 외에는 거두지 말” 것이고, 군인들은 “사람에게서 강탈하지 말며 거짓으로 고발하지 말고 받는 급료를 족한 줄로 알” 것이다. 우리 시대에 적용하면, 건물주들은 그 건물에 세를 든 서민들에게 전세나 월세를 폭등시켜 거두지 말아야 하고, 고용주들은 노동자들에게서 비정규직이라고 차별하여 그들이 받아야 할 정당한 임금을 강탈하지 말아야 한다.

세례 요한이 이처럼 재물에 대한 회개를 촉구한 것은, 다가올 새 출애굽을 경제적인 차원에서 먼저 이루기 위해서였다. 세례 요한이 촉구한 재물에 대한 회개가 이루어진 공동체는 다름 아닌 만나 공동체 곧 희년 공동체이다. 광야에서 주의 길 곧 새 출애굽을 준비하는 자로서 그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바로 광야에서 세례 요한은 회개의 세례를 전파하면서 재물에 대한 회개를 촉구했다. 

왜 광야인가? 그것은 바로 광야에서 출애굽 이스라엘이 만나 공동체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세례 요한은 하나님이 광야에서 내려주신 만나를 “많이 거둔 자도 남음이 없고 적게 거둔 자도 부족함이 없이 각 사람은 먹을 만큼만”(출 16:18) 거둔 출애굽 이스라엘의 ‘만나 공동체’를 당대에 재물에 대한 회개를 통해 이루는 것이야말로 머지않아 올 주의 길, 곧 새 출애굽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만나 공동체는 바로 희년 공동체와 일맥상통한다. 출애굽 이스라엘은 광야에서 만나 공동체를 이룬 것처럼, 약속의 땅에서는 희년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 이 둘의 차이는 땅을 기업으로 받지 않았느냐 아니면 받았느냐의 차이이다. 광야에서는 아직 땅을 기업으로 받지 못해 농사를 지을 수 없으므로 하나님이 만나를 내려주셨지만, 약속의 땅에 들어가서는 땅을 기업으로 받게 되어 농사를 지을 수 있으므로 만나가 끊어졌다. 

그리고 하나님은 만나 대신 희년을 제정하여 주셨다. 땅을 잃고 몸이 팔린 가난한 사람이 희년에 땅과 자유를 모두 되찾게 하심으로써, 출애굽 이스라엘의 모든 백성이 희년 공동체를 이루어 자기 기업인 땅에서 농사를 지어 그 양식을 먹게 하셨다. 하나님은 출애굽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만나 공동체를 이룬 것처럼, 약속의 땅에서는 희년 공동체를 이루게 하신 것이다. 

요컨대, 세례 요한은 희년의 예언자였다. 그는 희년 공동체를 이루어 주의 길을 준비하려 했다. 이스라엘에게 ‘죄 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베풀어 그들이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게 하려 했는데, 그 열매는 바로 희년 정신의 실천이었다.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를 한국 교회는 반드시 듣고 희년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 희년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살 길이다.

spot_img

최신 뉴스

인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