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진수 장로의 성공적인 실패] 낮아져야 한다(12)

성공적인 실패 (12) – 낮아져야 한다

회사는 급성장을 했지만 나 자신은 그 성장에 비례해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러 곳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모두 나의 경영 미숙에서 온 일들이었다. 나는 체계적으로 회사 경영을 배울 필요성을 절감하고 스티븐스 공과대학에서 경력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개설된 특수 경영학 석사과정에 등록했다. 그 당시 나는 40대 중반이었지만 경영지식에 대한 갈증이 점차 커져가던 무렵이었다. 매주 화요일 오후 세 시에서 저녁 아홉 시까지 계속되는 수업은 나의 부족한 면을 충족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많은 경우 토요일도 강의가 있었으며 여름 방학에도 수업을 받아야 했다. 사업에는 경영지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경영지식이 많지 않다고 해서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단 사업을 시작했으면 이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지식은 언젠가는 습득해야만 한다. 이 과정을 밟기 전에는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 지조차 몰랐다. 하지만 그 과정을 공부하면서 점차 스스로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었고 그 배운 것을 회사에 즉시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사 운영과 리더십에 조금씩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하여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것을 새롭게 배운 경우는 드물었다. 이 과정은 이미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확신이 없었던 것들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었다. 비즈니스 경영은 전혀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상식(Common Sense)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상식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쉽게 얻을 수 있다.

1999년 1월의 일이다. 우리 회사는 보스턴에 있는 Astra 회사의 합병에 따른 전자서류 변환 작업을 맡게 되었다. 이는 그 때까지 우리 회사가 수주한 모든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였다. 거의 일이 마무리가 되어갈 무렵 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주문 받은 방대한 양의 일을 단시간 내에 처리하기 위해 갑자기 고용 인원을 늘린데다가 기술도 제대로 습득시키지 못한 채 그들을 작업에 투입한 결과 문제는 여러 곳에서 노출되었다. 특히 문서를 스캔할 때 스캐너의 문제로 인해 한꺼번에 두 장 이상씩 스캔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바람에 모든 서류를 다시 손으로 세어서 확인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미 작업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더 이상 인원을 충당할 길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서비스 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내가 제일 먼저 그 일에 자원했다. 판매부와 프로그램 개발 담당자 그리고 심지어 직원의 가족들까지 자원자가 생기게 되었다. 긴급 투입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저녁 여섯 시부터 아침 여섯 시까지 각 서류가 몇 장으로 되어 있는지를 수작업을 통해 세는 매우 단순한 일이었다. 자정이 되면서 몰려오는 졸음과 싸워야 했다. 밤 12시를 넘으면 몇 장을 세었는지 잊어먹고 다시 세어야 했다.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밤낮으로 일하자 다른 직원들도 힘을 얻기 시작했고 그 프로젝트를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리더는 때로는 낮아질 수 있는 한 최대로 낮아져야 진정한 리더가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나는 대부분 회사에 한 시간 일찍 출근했다. 그러다 보니 아침 커피는 내가 내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나는 나를 위해 회사 비서를 따로 두지 않았다. 컴퓨터를 통해 내가 할 일들과 모임을 내 스스로 관리하고 있었기에 비서가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손님이 방문을 하더라도 같이 커페테리어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나는 회사 사장이라는 명패도 내 책상 앞에 두지 않았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회사 직원 중 내가 사장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내 방은 밖에서 안에서 하는 것이 보이는 방이었다. 리더는 군림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섬기기 위해서 선택된 자이다. 그러기에 편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면 안 된다. 사업을 시작해 리더가 되는 순간 편하지 않다. 예수는 편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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