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김진수 장로의 성공적인 실패] 회사의 급성장(11)

성공적인 실패 (11) – 회사의 급성장

회사가 이윤을 창출하면서부터 나는 세금 문제로 고민하게 되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세금 제대로 내고는 돈 벌 수 없다는 말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회사의 소득세 비율이 30% 이상이었기에 이익금의 상당부분을 세금으로 내야 했다. 내가 설립한 회사는 C Corporation 이라 회사 소득과 개인 소득을 하나로 합쳐서 세금 신고를 하는 S Corporation 과는 달리 개인 소득세는 물론 회사도 별도로 소득세를 내야 했다. 회사 세무사는 수입을 전액 보고하지 않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다고 했다.

나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나는 제대로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교회 목사님을 찾아가 목사님의 조언을 구했다. 그 때 목사님은 성경의 창세기 23장에 나오는 아브라함의 장지 구입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브라함이 아내 사라가 죽자 헷 족속에게 아내의 장지로 에브론 소유의 땅을 팔 것을 권했고 에브론이 이 땅을 무상으로 주겠다고 했지만 아브라함은 굳이 정당한 대가를 주고 사서 그의 영구적인 소유로 만든 사건이다. 정당한 대가를 치른 후의 것이 진정한 소유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목사님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회사가 이익이 나지 않은데 세금을 내라고 하지 않는다. 세금을 낸다는 이야기는 이익이 났다는 이야기이고 세금을 많이 낸다는 것은 이익이 많이 났다는 이야기이다. 빨리 부하여 지는 것을 포기한다면 세금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약품을 허가하는 세계 각국의 식약청은 신약 신청시 제출되는 엄청난 양의 종이 서류로 인해 고민하고 있었다. 한 약품을 개발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5년에서 10년 이상 소모되고 임상시험 자료를 포함한 서류는 수십 만장의 분량에 이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식약청은 전자문서를 원했지만 어떤 포맷으로 제출해야 하는지를 놓고 유럽과 미국은 상반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독일을 주축으로 한 유럽에서는 TIF 파일포맷을 선호하였고 미국 식약청은 그보다 새로운 포맷인 PDF 파일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내가 처음 PDF 포맷을 알게 된 것은 1994년쯤이었다. Adobe사는 1993년 종이서류를 대신할 전자서류의 대안으로 PDF 파일을 선 보였고 이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이 급증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내 사업에 있어 매우 중대한 위협이었다. 그 당시 나는 이 PDF 포맷이 내가 이미 구축해 놓은 TIF 파일 포맷을 기본으로 한 이미징 프로그램과 경쟁하는 포맷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1997년 노바티스 제약회사로 부터 PDF 파일 포맷으로 식약청에 신약신청을 하기를 원한다는 요청이 들어왔다. 내가 원하는 방향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 프로젝트를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신기술 개발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존재하던 소프트웨어는 스캔한 이미지 파일을 PDF 파일로 효과적으로 변환시키는 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특히 수십만 장의 서류를 북마크와 같이 단시간에 변환시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TIF 파일을 PDF 파일로 변환하는 기술을 자체 개발하게 되었다. 약 6개월의 노력 끝에 우리 회사는 20만 장의 종이서류를 PDF 파일로 전환시켜 여섯 장의 CD에 저장하여 미국 식약청 최초로 PDF 파일 포맷으로 된 신약신청을 하게 되었다.

이 새로운 시도는 미국 식약청으로 하여금 종이문서 대신 전자문서로 신약신청을 하도록 지침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계기를 부여하게 되었다. 1년 후 우리가 한 이 최초의 노바티스의 PDF 파일 신약신청은 미국의 스미스소니언 협회로부터 1998년 기술혁신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이 최초의 신약신청을 계기로 우리 회사는 급성장의 물결을 타기 시작했다. FDA 는 새로운 PDF 파일 포맷을 원하고 있었고 그 해결책을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997년 10명이던 직원이 1년 후에는 30명으로, 그 다음 해는 90명으로 증가해 2년 동안 연속적으로 세 배의 급성장을 기록했다.

많은 경우 회사의 성장은 노력한 양과 평행선을 긋지 않는다. 즉 노력한 결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노력한 양과 결과에는 간격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간격이 크면 클수록 그 사이에 긴장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긴장이 때를 만나면 브레이크가 일어난다. 이것이 회사의 급성장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긴장을 만드는 것은 노력이고 때는 운이다. 운은 내가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산수에서 노력을 더하기라고 가정한다면 운은 곱하기이다. 1보다 적은 숫자에 아무리 큰 숫자를 곱해도 1 이하이다. 아무리 운이 좋아도 노력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반면 아무리 큰 숫자가 있다고 해도 1 이하를 곱하면 그 숫자는 원래 숫자보다 크지 않다. 즉,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노력한 이상을 가질 수 없다. 무언가 큰 것을 이루려면 큰 수에 큰 곱하기를 해야 한다. 열심히 노력한 후 운이 있어야 큰 것을 이루는 법이다. 노력 없이 운 만으로 쌓은 것은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

운을 끓어오거나 지키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정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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