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과 천둥새(Thunderbird)
한국문화에서는 봉황은 용과 학 사이에서 태어나 실제로 존재하지는 새이지만 대통령이나 국가기관의 문양들에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사용되듯이 원주민들에게 있어서 천둥새 또한 실제로 존재하진 않지만 상당한 영향력과 권위를 상징하는 새다.
원주민 설화에 의하면 오래 전, 캐나다 동부지역 원주민인 오지브와(아니시나베) 사람들에게 있어서 천둥새는 하늘, 천둥, 번개를 몰고 다니는 강력한 존재였으며, 흑표범은 심해의 위협적인 동물이었다. 심해 흑표범들이 자주 자연의 균형을 어지럽히고 원주민들을 괴롭혔다. 이에 자연과 영혼과 조화롭게 살았던 오지브와족은 균형을 회복하려면 천둥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천둥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특별한 의식을 행했다.
이에 천둥새가 하늘에서 내려와 땅과 물, 하늘을 가로지르는 엄청난 힘으로 심해 흑표범들과 전쟁을 하게 되었다. 천둥새(Thunderbirds)와 심해 흑표범(Underwater Panthers)이 싸우는 동안 천둥이 울부짖고 번개의 번쩍거리며 세상을 밝혔다. 오지브와 사람들은 이것이 세상의 조화를 유지하기 위한 천둥새의 전투임을 알게 되었고, 이에 이 전투를 경외심과 존경심으로 지켜보았다. 결국 천둥새가 승리하여 심해 흑표범을 바다 깊은 곳으로 몰아넣고 땅에 평화를 회복했다. 오지브와(Ojibwa) 사람들은 노래, 춤, 의식을 통해 감사를 표하고 천둥새의 자연 세계와의 관계를 재확인했다고 한다.
천둥과 번개와 관련된 신화 속 생물인 천둥새의 개념은 특정 지리적 위치나 부족에 한정되지 않고 북미의 다양한 원주민 문화, 구전과 신화에서 나타난다.
원주민들은 천둥새가 날개를 퍼덕여 천둥을 일으키고, 눈을 깜박이면 번개를 일으킨다고 생각하며, 강력한 힘으로 보호하는 존재로 인식하기도 하며 악령으로부터 보호해준다고 믿는다. 그래서 천둥새 이미지가 보호의 상징으로 전통 옷이나 토템폴(스토리폴)에 나타나기도 한다. 원주민들은 천둥새는 종종 세계의 자연 질서와 균형을 지켜주는 존재로 여기기도 한다. 천둥새는 신체적인 영역과 영적인 영역 사이에서 조화를 유지하는 존재로 생각하기도 하며, 신과 인간 사이의 메신저로 중재를 하기도 한다고 믿는다.
또한 천둥새가 일부 원주민 문화에서는 리더십과 연관되어 지도와 지혜의 상징으로 여겨져 그 이미지가 권위의 표시로 사용되기도 한다. 천둥새는 특히 오대호와 대평원 지역의 원주민공동체에 있어서 문화적, 정신적 정체성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자주 발견된다.
천둥새 상징과 모양은 원주민 부족이나 공동체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많은 원주민 지역에서 상당한 권위를 가진 존재임은 분명하다. 마치 한국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봉황을 국가기관이나 대통령 문양에 넣어서 존중하며 권위를 부여하듯이 원주민에게 있어서 천둥새야말로 봉황과 같은 존재임으로 그들의 상징에 대해 인정하고 존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