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원주민 이해하기] 카누와 동전

카누와 동전

카누 팀을 맞이하는 부족은 어느 곳이든 첫날 저녁에 환영식과 같은 의식을 열었다. 부족 마을에 도착하면 모든 이가 그곳에서 준비한 식사를 했고,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항상 엘더 한 분을 초대해 식사기도를 하게 했다. 식사를 한 이후 저녁이면 환영식이 시작되었는데, 환영식에서는 먼저 추장이 다시금 이 여정동안 자기 부족을 찾아준 것에 환영의 인사를 했다. 그런 후에는 각 부족 대표들이 그날 자신들을 맞이해준 호스트 부족에게 감사를 전하며 자그마한 선물을 추장과 부족의 장로들에게 일일이 한 사람씩 전달을 했다. 이 행사에 20여개의 부족이 참여했으니 20여개의 선물을 받게 되는 셈이다.

한 장로가 말해주기를 과거에는 부족을 상징하는 물건과 음식물을 선물했다고 한다. 많은 인원을 며칠간 보살피기에 충분한 음식이 없을 수 있으니 미리 음식을 준비한 것이란다. 어떤 경우에는 가을에 방문한 손님이 겨울 한파에 움직일 수 없어서 이듬 해 봄이 되어서야 마을을 떠난 경우도 있다고 한다. 기약 없는 방문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서로 가진 것을 나누면서 가족처럼 지냈다고 한다.

환영사 이후에는 각 부족별로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며 함께 어울려 놀았다. 어떤 부족은 흥겹고 신나는 노래를 부르지만 어떤 부족은 다소 우울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어떤 음악이 되었든 이들은 상대의 노래를 귀담아 들어주고 노래가 끝나면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 부족을 떠날 때는 송별의식도 있었다. 떠나기 전날 저녁 식사 이후 부족의 장로가 나와서 축복을 비는 노래도 불렀고, 내일이면 출발할 그들을 위해서 가장 낮은 단위의 동전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나도 얼떨결에 그 동전을 받았다. 물론 그 동전은 물건을 사기에는 너무 적은 금액 이었으므로, 나는 동전이 그 부족의 상징인가 싶었다. 이후 한 장로가 내게 설명해주었다.

원래 원주민들은 주변의 모든 부족을 하늘 아버지와 땅 어머니 사이에 있는 존재이기에 모두 한 형제자매라 여겼다. 따라서 이들이 방문하면 언제든 환영했고, 일단 환영을 하면 그때부터는 가족과 같은 사이가 되기 때문에, 음식을 먹을 때도 손님이 아니라 가족을 대하듯 함께 나눠먹는다고 한다. 떠날 때에도 가는 길에 혹 굶주리지 않도록 음식을 싸주는 것도 전통이었으나, 오늘날은 음식을 싸줘야할 정도로 먼 길을 가거나 힘겹지는 않기에 그 의미를 담아 동전을 건네는 것이라 했다.

내 가족, 내 가문만 챙기려는 이기적 생각 대신 하늘 아래 모든 이를 형제로 여기며 돌보려는 이들의 전통이 그들이 건네는 동전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받아든 금속 동전이 따스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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