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칼럼이상열 선교사의 원주민 이해하기 카누여정- 원주민의 공동체성

[칼럼:원주민이해하기] 카누여정- 원주민의 공동체성

카누여정- 원주민의 공동체성

아침마다 각 부족의 카누 대장들이 모여 여러 부분을 논의했다. 카누에 생긴 문제나 대원들에 대한 고민, 그날의 날씨나 물살에 관한 얘기, 그날 하루동안 지나갈 구간의 여러 안전 사항이나 주의할 일 등 매우 다양한 내용이었다. 또한 일부 구간에서는 그곳이 어느 부족에 속한 영토인지, 그곳 전통에 따라 어떤 예의를 갖춰야하는지에 대해서도 매우 세심히 나누었다. 그리고 논의한 사항은 카누 대장이 각 대원들에게 전달했다.

카누 여정이 중반 즈음 지나다 보니, 대원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어떤 부족들은 그 날 카누를 저어야할 대원이 부족한 경우도 있었기에, 아침마다 카누 대장들은 각자 부족에서 승선 가능한 대원들을 점검하고, 인원이 모자란 부족은 몇 명이 필요한지 보고했다. 그러면 가용 가능한 인원들을 모자란 부족으로 보내어 모든 부족이 부족함 없이 하루 여정을 진행하도록 하였다.

카누를 통해 볼 수 있는 원주민의 공동체 의식이었다. 카누여정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기 때문에 한 부족이 힘들면 다른 모두도 힘들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한 부족이라도 뒤쳐지거나 승선 대원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이를 전체가 함께 해결해 나가려 했다. 다른 부족과 나의 부족을 구분하고 분리하는 대신, 내 부족의 사람들을 보내고 힘을 보태어 우리 공동체 전체의 여정을 원만히 움직여가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그러기에 어느 부족이든 어려움이나 도움이 필요하면 부족 회의로 가서 당당하게 요구하였다. 말 그대로 ‘믿을 구석이 있다’는 자신감 같았다. 상대에 대한 신뢰의 마음을 기반으로 단합되어 있었고, 누구든 나를 저버리지 않고 손을 내밀어 주리라는 안정감이 있었기에 서로를 믿고 돕고 격려했다.

나 역시 필요에 따라 다른 부족의 카누로 옮겨타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한 카누에 오래 머무는 것보다 여러 카누로 다니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난 것이 내게는 훨씬 큰 유익이었다. 이렇게 여러 카누를 번갈아 가면서 타다보니 전체 500-600명의 대원들 모두가 마지막엔 한 가족이 되어 있었다. 오랜 여정을 함께 하며 서로의 곁을 내어주다보니, 작별 인사마저도 힘겨울 정도였다. 크든 작든 나를 도와주기 위해 많은 이들이 자기 일처럼 나서줬기에 나는 참으로 수월하게 여정을 마무리했다. 너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받아들이며 모든 이를 한 몸처럼 여기는 그들의 공동체 의식을 카누 위에서 고스란히 체험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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