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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희년이야기] 희년 실천과 하나님의 임재

희년 실천과 하나님의 임재

나는 20대 후반에 몇 달 동안 조현병(정신분열)과 뇌전증(간질)을 앓고 있던 20 대 초반의 청년 한 명과 함께 논밭이 펼쳐져 있는 과천 외곽의 외딴 시골집에서 함께 살았었다. 그 청년은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재혼한 후, 할머니 와 함께 서울에서 가장 가난한 달동네인 신림동 난곡에서 가난하고 외롭게 자랐다. 그는 청소년 시절에 학교 친구들에게 몽둥이로 심한 폭행을 당해 머리를 크게 다쳤고, 그때부터 자기가 병을 앓기 시작했다고 내게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먹는 약 때문에 남들처럼 일을 빨리 하지 못해 욕을 먹기도 하고 일자리를 잃기도 한다면서 그 답답한 마음을 내게 토로했다.

그는 내가 살던 형제공동체에 놀러왔다가 형제들의 밝고 웃음이 넘치는 모습을 보고 공동체에 들어와 함께 살고 싶어 했지만, 공동체의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나는 이 문제를 놓고 고민하면서 하나님께 기도하던 가운데, “하나님은 고아의 아버지 시다”(시편 68:5)라는 말씀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고아처럼 외롭게 자란 그를 조금이라도 돕고 싶어, 그 동안 살던 공동체를 떠나 그를 데리고 과천의 그 시골집 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집은 그가 다니던 교회의 원로 목사님이 이북에서 월 남하신 무의탁 할아버지 한 분이 살 수 있게 배려해 주신 곳이었다.

그래서 그 집에서 그 할아버지와 그 청년과 나, 이렇게 셋이 함께 살게 되었다. 그 할아버지는 아침마다 일자리 정보가 기재된 <벼룩시장>을 가지고 일자리를 찾 아 집을 나서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저녁에는 힘없이 들어오곤 하셨다. 나이 때문에 자신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는다고 그 분은 내게 그 힘든 마음을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말씀을 듣고 처음으로 노인 차별과 노인 빈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나는 그 집에서 그 청년과 함께 아침마다 예배를 드렸고, 그의 병이 치유되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밥상을 차려 함께 식사를 했다.

두어달 지나 11월 하순이었을 것이다. 무척 추운 날이었는데, 보일러가 고장 났다. 그런데 당시 그 할아버지도 그 청년도 돈이 없었고, 나도 간사로 일하던 희년 단체에서 단체의 재정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에 선배 간사들처럼 자발적으로 사례 비를 받지 않고 희년 사역에 매진하고 있었으므로 수중에 돈이 없었다. 그래서 보일러를 수리하지 못하고 냉방에서 잘 수밖에 없었는데, 자리에 누워 “후~”하고 불 면 입김이 하얗게 올라가는 것이 보일 정도로 추웠다.

다음날도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일하고 퇴근한 후에 과천 그 집에 도착하니 밤이 깊었다. 그날 밤, 나는 마음도 몸도 모두 지쳐있었다. 그 청년과 할아버지는 모두 불을 끈 채 잠이 들어 있었고, 나는 그 차갑고 어두운 방에 털썩 무릎을 꿇고 이렇 게 아주 짧게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다 아시지요?” 이 짧은 기도만 드리고 더 이상의 기도를 드리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자리에 누워 잠을 잤다.

그런데 다음날 사무실에 출근했는데, 아침 일찍 한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분은 내 계좌를 가르쳐 달라고 말하고 내게 거액의 돈을 송금했다. 전날 밤에 드린 내 짧은 기도에 대해, 너무나 즉각적인 응답이었다. 내가 마음과 몸이 모두 지쳐서 그 어둡고 차가운 방에서 그 짧은 기도를 드릴 때, 하나님은 거기 임재 하셨고 내 기도를 들으셨던 것이다. 나는 하나님께 감사했고 또 그 분에게 감사했다.

내가 몸담고 있는 기독교 단체인 희년사회의 지난 정기총회 감사예배에서 회원 들과 함께 희년 정신 실천 본문인 이사야 58장을 읽었는데, 그 본문에 이런 말씀이 있다.

이사야 58:6-9, 6. 내가 기뻐하는 금식은 흉악의 결박을 풀어 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 주며 압제 당하는 자를 자유하게 하며 모든 멍에를 꺾는 것이 아니겠느냐 7. 또 주린 자에게 네 양식을 나누어 주며 유리하는 빈민을 집에 들이며 헐벗은 자를 보면 입히며 또 네 골육을 피하여 스스로 숨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8.그리하 면 네 빛이 새벽 같이 비칠 것이며 네 치유가 급속할 것이며 네 공의가 네 앞에 행 하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뒤에 호위하리니 9. 네가 부를 때에는 나 여호와가 응답하 겠고 네가 부르짖을 때에는 내가 여기 있다 하리라.”

“네가 부를 때에는 나 여호와가 응답하겠고 네가 부르짖을 때에는 내가 여기 있다 하리라.” 희년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이 하나님을 부를 때 하나님이 그 부름에 응답하신다는 약속의 말씀이다. 희년 실천은 우리의 기도에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확실한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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