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칼럼세상돋보기 창의성의 비밀, 긍휼

[칼럼:세상돋보기] 창의성의 비밀, 긍휼

창의성의 비밀, 긍휼

패트리샤 무어라고 하는 80대 노구의 할머니가 있었다. 그녀는 건장한 사람 같으면 10분이면 걸어갈 길을 불편한 몸으로 지팡이를 의지하며 걸어 무려 1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했다.  사실, 그녀는 26세의 젊은 여성이다. 그녀가 노구의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80대 노인으로 분장했기 때문이다. 겉모습은 물론이거니와 다리에도 철제 보조기를 착용해서 노인들처럼 거동이 불편하도록 했다. 또 특수 제작한 안경을 써서 눈은 잘 보이지 않았고, 귀에 솜을 넣어서 잘 들리지도 않게 되었다. 반응하고 행동하는 능력이 노인과 같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한 것이다. 

그렇게 노인과 같은 조건으로 살아보니 여러 가지로 불편했다. 버스를 탈 때도 버스가 너무 높아 타고 내리는데 불편했고, 집에 주전자에 물을 올려놓고 끓여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해 물이 끓는지 제대로 분간이 되지 않았다. 섣불리 냄비를 잡았다가 손을 데기도 했고, 불편한 손으로 가위질도 제대로 못했다. 패트리샤 무어는 이렇게 노인으로 분장하고 무려 3년 동안 미국과 캐나다의 116개 도시를 돌아다녔다. 

그녀가 이렇게 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녀는 이 일이 있기 전, 1979년 미국 굴지의 디자인회사 레이먼드 로위에 신입사원으로 취직했다. 이 회사는 코카콜라 병을 디자인했던 실력있는 회사였다. 어느 날 회사에서 신제품 냉장고에 대한 디자인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때 패트리샤 무어는 ‘관절염을 앓거나 손힘이 약한 노인들도 쉽게 열 수 있는 냉장고 손잡이를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러자 상사는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하지 않는다’며 패트리샤의 제안을 묵살했다. 패트리샤는 이 대답에 상당한 충격을 받고 고민했다. 

어릴 때부터 나이든 분들이 많은 동네에서 자라온 패트리샤는 과연 저렇게 연약한 이들을 위한 디자인을 하지 않는다면, 회사가 추구하는 디자인은 모든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유지시켜주는 것을 소홀하게 여기는 것이라 생각했다.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느꼈다. 결국 고민 끝에 그녀는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노인이 되어 노인의 삶을 경험하기로 결단했던 것이다. 

그녀는 이후 3년간 이렇게 직접 온 몸으로 노인들의 불편한 삶을 다양하게 체험하며, 이들을 위한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바퀴 달린 가방이다. 여행할 때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지 않는가? 또 오른손 왼손 구분없는 양손잡이용 가위도 디자인했다. 손다칠 걱정을 줄이고 안전하게 감자를 손질할 수 있는 일자형 감자칼도 있다. 

여기에 물이 끓으면 요란한 소리를 내는 주전자, 출입문에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 고무 손잡이 달린 냄비, 누구나 쉽게 열 수 있는 냉장고 문 등 획기적인 제품들을 많이 디자인했다. 많은 이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이런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디자인은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 노인과 불편한 이들을 향해 깊이 공감하고 긍휼히 여기는 마음에서 나왔다. 기억하라, 창의성의 비밀은 긍휼과 사랑에서 온다. 예수께서는 긍휼이 풍성한 사람은 복이 있다고 하셨다(마 5:7). 왜냐하면 자신도 하나님께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에게는 하나님의 창의적인 사랑과 능력을 맛볼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spot_img

최신 뉴스

인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