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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하늘향한책읽기] 앨런 노블_나는 나의 것이 아니다

하늘향한책읽기_ 앨런 노블, [나는 나의 것이 아니다], 두란노, 2022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구절은 “내가 나의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것이라면”이다. 저자는 현대의 인류학과 기독교 인류학을 비교한다. 현대의 인류학을 ‘나는 나의 것이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면 기독교 인류학은 ‘나는 그리스도의 것이다’라고 정의할 수 있다. ‘내가 나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현대의 인류학은 자신이 이 세상의 최고 결정권자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기독교 인류학은 인간은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우리의 정체성은 주관적이고 불확실한 뜻이 아닌 하나님께 속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대인의 문제의 뿌리를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현대의 인류학에서 찾는다. 언뜻 보면 좋게 들리고 이 시대를 대변하는 사상처럼 여겨지지만 자기 삶의 주인이 자기라는 말을 들으며 살게 되는 현대의 인류는 엄청난 폐해 속에 노출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나의 것이고 나에게 속했다면 무엇이 내게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책임도 전적으로 인간의 몫이 된다. 그래서 인류는 무겁게 짓누르는 책임감, 번아웃과 우울증, 불안증과 외로움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목적 있는 삶을 살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거나, 의미있는 사건을 해석하거나 자신의 가치를 선택하거나, 자신이 어디에 속할 지를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이 모두 자기 책임이 된다. 모든 행동을 제한할 수 있는 주체도, 자신을 정의하거나 자신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거나, 자신을 판단하는 권리도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버튼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딜레마가 생기기 시작한다. 사회적, 도덕적, 자연적, 종교적 가치에서 해방되는 것 까지는 바라던 바이지만 자기 삶의 모든 의미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져야 하고 결국에는 자신이 심판자가 되어야 하고 또한 어느새 자신이 구속자도 되어야 하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된다.  

자신이 심판자도 되고 구속자의 역할도 하게 되면 두 가지 인간상이 나타난다. 긍정형과 포기형이다. 긍정형은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최적화하고 계속해서 더 좋은 선택을 하고 쉴 새 없이 더 나은 길을 찾으려고 한다. 그에 반해 포기형은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아예 생각하고 깊은 절망에 빠져들어 중독성이 강한 것들에 빠져 시간을 보낸다. 이런 긍정형 인간형과 포기형 인간형이 만들어 낸 결과가 인간을 병들게 하는 개인주의, 테크노크라시(technocracy), 소비지상주의의 모습으로 드러나게 되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명확한 대안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한다. 그 대안은 바로 ‘우리가 그리스도께 속했다’는 기독교 인류학이다. 우리가 그리스도께 속했다는 사실에 바탕을 둔 인류학은 현대의 개념과 정면으로 상충한다. 저자는 기독교 인류학을 하이델 베르크 교리 문답의 첫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찾는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당신의 유일한 위안은 무엇입니까?” 이에 대한 답변이 “살아서나 죽어서나 나는 나의 것이 아니오 몸도 영혼도 나의 신실한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것입니다.” 이다. 기독교 인류학은 “내가 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께 속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것은 다름 아니라 예수님의 은혜 안에서 우리의 존재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세상이 말하는 효율성을 우리의 노력의 최대 가치로 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삶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의미있고 중요한 이유는 사랑의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셨고 자기 자신의 삶을 중요하게 보든 보지 않든 상관없이 우리 자체가 우리를 만드신 그분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혹시 우리는 항상 불만족과 불충분하다고 느끼며, 뭔가를 해야 할 것 같고, 필요하지도 않은 것이 필요하다고 착각하여 사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자신이 채워져야 하고 자신의 삶에 의미를 더하려면 계속해서 무언가를 손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가. 어느새 내가 나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불쾌하거나 다른 누군가에게 속한다는 것을 생각만 해도 몸서리치게 싫어지지 않는가. 이러한 것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 유일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오직 그리스도께 속한 것뿐이라는 진리를 붙잡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 신윤희 목사(하늘향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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