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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하늘향한책읽기] 러셀 무어, [십자가를 통과한 용기], 두란노, 2021

하늘향한책읽기, 러셀 무어, [십자가를 통과한 용기], 두란노, 2021

책 제목은 참으로 중요하다. 이 책의 한글 제목은 [십자가를 통과한 용기]이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책 제목에서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하다 보니 오히려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이나 관심을 반감시켰다고 생각했다. 책제목만 보고서 본인은 이 책을 다 읽은 것처럼 느꼈었기 때문이다. “십자가를 지려면 용기가 필요하겠지, 그러니 너희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용기를 배양하는 7가지 방법”과 같은 내용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였다. 그런데 책의 첫 장을 펼쳐보면서 나의 선입견은 산산이 부서졌다. 

자신의 집에 걸린 두 장의 지도를 소개하며 저자는 책을 시작한다. 자신의 인생에서 길을 잃게 될 때마다 이 두 장의 지도가 길을 찾는 데 큰 도움이 주었다는 것이다. 지도 중 하나는 자신의 고향인 미시시피의 지도이고 또 다른 하나는 C.S. 루이스의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 나오는 나니아 땅의 지도이다. 저자는 이 두 장의 지도 덕분에 10대 시절 자살로 생을 마감할 뻔했던 자신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이 두 장의 지도가 그냥 종잇장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현실로 들어가게 하는 문이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그 문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고 손짓한다. 그 문을 따라 들어가니 엘리야라는 인물을 보여준다. 엘리야는 사나이 중에 사나이며, 선지자의 불호령으로 사자후를 낼 때에 갈멜산이 쩌렁 쩌렁 울렸다. 불이 붙어야 할 제물 위에 오히려 물을 바가지로 흠뻑 끼얹게 한다. 그곳에 불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모든 것을 태운다. 이런 카타르시스야 말로  스트레스가 완전히 연소되는 쾌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정도 읽었을 때 본인은 ‘그럼 그렇지, 드디어 용기 백점인 엘리야가 나오는구나.’ 역시 뻔한 내용이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저자는 갈멜산에서 승리한 엘리야를 더 이상 보여주지 않고 오히려 이세벨에게 쫓겨서 온전히 절망의 늪에 빠진 엘리야를 확대해서 보여주기 시작한다. 깨어짐과 외로움과 약함과 실패를 겪으며 곤비할 대로 곤비해지고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르짖는 엘리야의 모습을 클로즈업시킨다. 이런 나약해져버린 엘리야를 우리는 마음 속으로 피하고 싶지만 저자는 그 엘리야의 모습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 보따리를 열기 시작한다.  

그 보따리에서 꺼낸 것은 용기라는 단어이다.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용기와는 다르게 저자는 ‘일어설 용기’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일어설 용기’라는 단어는 이 책의 영어 제목(The Courage to Stand)이기도 하다. 이는 ‘이 세상에서 절대 두려워하지 않는 법’과 같은 내용이 아니라 “두려운 가운데서도 일어서는 법”에 대한 내용이다. 

‘일어설 용기’는 두려움조차 느끼지 못할 것 같은 강철 같은 심장의 소유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데이비드 와이트의 “진정한 용기가 강한 취약성에서 비롯된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용기는 엘리야가 갈멜산 정상에 의기양양하게 서 있을 때 찾아오지 않으며 오히려 광야에서 쓰러져 “엘리아야,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라는 말을 들을 때 생긴다고 한다. 엘리야가 의기양양 할 때는 자신이 모세의 뒤를 잇는 존재로서 시내산으로 가는 줄 알았다. 그러나 엘리야는 갈보리산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용기로 가는 길은 두려움이 없는 길이 아니라 두려움을 통과해 그리스도께로 가는 길”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래서 그 길로 가는 이들이야말로 필요한 것이 바로 지도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도 엘리야처럼 우리 앞에 놓인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피하는 것으로 이 지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골짜기를 통과해야 하고 어려움이 시작될 것을 영적인 지도에서 펼쳐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어두운 골짜기를 혼자 걷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에 라도 그 길을 먼저 걸으셨던 예수님이 우리와 함께 걷고 계심을 지도에서 볼 수 있도록 알려준다. 

목적지를 알고 또한 가는 길을 알고 가면 일어설 용기가 생긴다.  지도를 보는 이유는 일어설 용기를 북돋아 주기 때문이다. 그 지도에는 엘리야가 힘들었지만 걸었던 그 영적인 길이 표시되어 있다. 또한 예수님께서 직접 걸으셨고, 이제는 우리와 함께 걸어가시는 그 길이 지도에 표시되어 있다. 이제 우리도 지도를 보면서 함께 가는 것이다. 아니 그 지도 속에 들어가 그 길을 먼저 걸으셨던 예수님이 이제는 나와 함께 걷고 계시다는 사실을 온전히 경험하길 원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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