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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가본것 같은 성지순례] 수태고지교회 (Church of the Annunciation)

수태고지교회 (Church of the Annunciation)

나사렛에서 무든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요 1:46). 나다나엘의 이 질문은 일반인들이 생각할 때 나사렛 마을이 전혀 중요한 동네가 아니라는 사실을 한 문장으로 정확히 말한 것이다.  예수님은 실제로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지만 헤롯의 핍박 때문에 애굽으로 피신했고, 헤롯이 죽은 후 나사렛으로 돌아와 정착하셨다. 예수님은 30세 즈음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까지 나사렛에서 자라나셨기 때문에 그가 가버나움으로 사역 본부를 옮기신 후에도 줄곧 ‘나사렛 예수’로 불리게 된다.

무리가 가로되 갈릴리 나사렛에서 나온 선지자 예수라 하니라(마 21:11)

따라서 2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를 따르는 예수님의 제자들 그리고 기독교인들을 가리켜 유대인들은 히브리어로 ‘노쯔림(Notzrim)’이라고 부른다. 바로 ‘나사렛 사람들’, 즉 ‘나사렛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수태고지교회

수태고지교회는 이즈르엘 골짜기 바로 북쪽, 하부 갈릴리 시작 지점인 나사렛에 위치한 교회이다.  나사렛은 해발 347미터에 위치해 있으며 레바논 산맥의 가장 남단 언덕에 자리잡은 스불론 지파의 땅에 속해 있던 땅이었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를 연결하는 해변길은 지중해 해변길을 통과해 므깃도 골짜기를 지나 나사렛을 우회해서 수 킬로미터 동쪽에 있는 티베리아스까지 연결된다. 그러므로 나사렛은 그 당시 가장 중요한 해변 길과는 조금 떨어진 산동네라고 볼 수 있다. 1세기의 총인구는 480명을 못 넘었을 것이지만, 현대 나사렛의 인구는 7만 6천명이 넘는 도시가 되었다. 현대 나사렛은 유대인들이 주로 사는 지역에 위치한 나사렛 일리트(Nazareth Illit) 마을이 있고,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사람들이 주로 사는 구 나사렛(Old Nazareth)이 있다. 이곳에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의 집, 예수님이 약 28년동안 사셨던 요셉의 집, 예수님이 설교하시다가 사로잡힌 회당, 그리고 그 외 서기 1세기 나사렛 사람들의 생활 현장의 모습을 간직한 나사렛 빌리지가 있다. 마리아 수태고지교회는 전통적으로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의 집이라고 여겨지는 동굴 위에 지은 교회이다.  교회로 들어가면 좌측편 아래쪽에 동굴을 포함한 마리아의 집이 있으며, 그 안쪽 제단 아래 라틴어로 글이 쓰여있다. “이곳에서 말씀이 육신이 되다”   

서기 427년 비잔틴 시대에 교회가 지어지기 전에 회당 교회가  있었고, 파괴된 교회 건물 흔적 위에 12세기 십자군들은 교회를 재건축하였다. 지금 현대의 교회는 이탈리아 건축가 안토니아 바루치가 1951년 설계했고 기오바니 무지오가1969년 완공했다.  서방교회의 전승에 의하면 마리아가 정혼한 상태에서 자신의 집에 있을 때, 가브리엘 천사가 나타나 메시아의 탄생을 예고했다고 해서 교회의 이름에  ‘선포’ 혹은 ‘고지’(annunciation)라는 말이 붙었다. 

보라 네가 수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눅 1:31)

마리아는 유대교의 결혼 풍습에 따라 정혼한 상태였다. 유대인들의 결혼은 두 단계로 나뉘어 졌는데, 첫번째 단계는 두 명의 증인 앞에서 ‘케투바’라는 결혼 서약서에 서명 날인을 하고 부부로 인정을 받지만 동침은 하지 않는 단계이다. 두번째 단계는 7일동안의 결혼잔치와 함께 신랑이 마련한 신혼집에서 동거 단계에 들어가는 기간이다. 마리아는 첫번째 단계, 즉 정혼(betrothal) 단계였고, 신랑이 신혼집을 준비하고 다시 찾아오기까지 기다리는 기간이었던 것이다. 이 기간은 짧게는 1년, 길게는 야곱처럼 최장 7년이 걸리기도 했다. 첫번째 단계에서 신부는 자신의 처녀성을 보존해야 했고, 신랑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 결혼은 파기될 수 있었다.  그러나 천사는 마리아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처녀임에도 불구하고 성령으로 잉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눅1:35). 마리아가 임신하자, 남편 요셉은 파혼하려고 했으나 결국 주의 사자의 지시에 따라 결혼 두번째 단계에 신부 마리아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던 것이다.  마리아와 요셉은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자들이다.  그러나 그들 주위의 나사렛 동네 사람들은 마리아와 요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했을까?  결혼 두번째 단계에 들어가기도 전에 배가 불러오는 마리아를 보고 요셉은 주의 사자의 계시대로 마리아를 데려왔지만 (마 1:20), 동네 사람들은 이해를 못했을 수도 있다. 실제 예수님이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신 후 고향 나사렛에서 설교하시는데 동네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 사람이 ‘마리아의 아들’ 목수가 아니냐?”(막 6:3). 아버지를 알 수 없는 마리아의 아들이라는 뜻일 수도 있다. 그리고 예수님은 회당에서 설교하시다가 동네사람들에 의해 낭떠러지로 끌려가 죽임을 당할 뻔 하셨다(눅 4:29). 어떻게 보면 그는 나사렛에서 자라나는 동안 출생의 근본이 의심스러운 손가락질의 대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의 평생에 따라다닌 이름은 ‘나사렛 예수’ 였다. 바로 나다나엘이 말한 ‘선한 것이 날수 없는 동네’ 나사렛 출신이었던 것이다. 그 보다 더 위대한 자가 있었던가? 그 모든 것을 이룬 배경은 하잘것없는 나사렛이란 마을로부터 시작됐던 것이다. 나의 배경이 남보다 못하고, 나의 부모의 재산과 학식이 다른 잘나가는 부모의 것보다 못하기 때문에 현재의 나는 이럴 수밖에 없다고 탓하지 말라. 나의 출생이 이상해서 이 세상은 절망이라고 말하지 말라. 당신을 사랑하셔서 모든 고난을 홀로 감당하신 이는 바로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인 것이다.

그는 멸시를 받아서 사람에게 싫어 버린바 되었으며 간고를 많이 겪었으며 질고를 아는 자라 …멸시를 당하였고…그는 실로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의 슬픔을 당하였거늘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 (사 53:3-5)

글, 사진_ 이호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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