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본것같은 성지순례] 다볼산 (Mt. Tabor)

다볼산 (Mt. Tabor)

다볼산은 이즈르엘 골짜기 북동쪽 하부 갈릴리에 위치한 중요한 산이다. 해발 587미터 높이 밖에 되지 않지만 가까이서 올려다보는 다볼산은 꽤 높아 보인다. 평평한 이즈르엘 평야에 툭 튀어오른 모습은 티컵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것처럼 보이며 나사렛에서 9.7 km 동쪽에 위치해 있다. 잇사갈 지파땅에 속한 다볼산은 북쪽의 하솔을 지나 해변길에 놓인 남서쪽의 므깃도를 통과해 지중해로 나아갈 때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하던 산이다. 즉 해저 210미터 갈릴리 바다 인근에서 서쪽에 보이는 유일한 산이 다볼산인 것이다. 그 산을 바라보며 걸어가면 해변길이 나오게 된다. 겨울이 되면 밴쿠버 주변의 산들이 하얀 눈으로 덮이듯 갈릴리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눈덮인 헤르몬산이 보이고 남쪽에는 푸르는 다볼산이 보인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남북을 주께서 창조하셨으니 다볼과 헤르몬이 주의 이름을 인하여 즐거워하나이다 (시 89:12) 

이스라엘 최대 곡창지대이며 넓은 평지를 자랑하는 이즈르엘 평야는 병거와 수많은 병사들이 모여 누가 진정한 승자인가를 가름할 수 있는 땅이다. 그러므로 모든 나라의 머리라고 불리던 하솔성읍의 군대장관 시스라는 900승의 병거를 이끌고 이즈르엘 평야에 속한 기손 강가에 모여들었다 (삿 4:13). 이스라엘의 군대장관 바락과 사사 드보라는 스불론과 납달리 자손 일만명과 함께 이즈르엘 평야를 동서남북으로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 다볼산으로 올라갔다. 드보라와 바락처럼 다볼산에 올라가기 위해서 오늘날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걸어서 올라가는 방법과 미니버스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다. 한국 순례자들이 탄 버스는 다볼산의 중턱 버스 정류소까지만 올라갈 수 있다. 다볼산 정상에 올라가는 것은 인기가 많아서 아침 8시 전에 도착하더라도 이미 먼저 도착한 다른 순례자들이 미니 버스를 기다리고 있어 줄을 서야한다. 일부 러시아 정교회 순례자들은 걸어서 다볼산까지 올라가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 초기 순례자들이 만든 4천 3백개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된다. 보통 순례자들은 정류소에 도착한 순서대로 번호표를 받고 미니 버스로 갈아타고 20분 정도 올라가다 보면 서쪽에 위치한 나사렛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보인다. 이스라엘의 하늘은 참으로 푸르다. 여름에 하늘을 바라보면 구름 한점 없고, 뭉개 구름이 있다면 우기에 접어들었다는 뜻이 된다. 이스라엘에서 6개월은 여름, 나머지 6개월은 우기이며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구름이 자주 보인다. 그러므로 드로라와 바락, 그리고 1만명의 이스라엘 군사들과 시스라의 900승 병거가 싸울 때도 비가 많이 내린 우기, 즉 겨울이었을 것이다.

상수리 나무로 가득한 다볼산을 미니버스가 서둘러 정상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안전벨트를 단단히 메야 된다. 다볼산 정상에 도착한 후에는 교회의 정문을 향해서 걸어간다. 다볼산 정상에는 서기 326년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 여사가 건축한 비잔틴 시대 교회의 흔적 위에 이탈리아의 건축가 안토니아 바루치가 1920년 디자인한 변화산 기념교회(The Basilica of Transfiguration)가 있다. 웅장한 교회에 들어서면 변화하신 예수님께서 중앙에 계시고, 엘리야와 모세가 양 옆에 있는 모자이크 그림으로 장식된 기념 예배당을 볼 수 있다. 카톨릭 전통에는 이곳에서 예수님이 기도하실 때 변화하셨다고 믿는다 (마 17:1-9, 막 9:2-8, 눅 9:28-36). 그러나 마태와 마가복음 성경 본문에서 예수님은 높은 산에 올라가셨다고만  말한다. 이스라엘의 가장 높은 산은 갈릴리의 북쪽 헤르몬산이다.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걸어 6일에서 8일 정도 걸리는 이스라엘의 가장 높은 산, 헤르몬산에서 예수님이 기도하시다가 변화하셨을 것이라고 개신교에서는 믿고 있다. 

교회에서 나오면 아름다운 꽃들이 십자군 시대의 유적에 가꾸어져 있고, 우측편에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 위에 올라가서 바라보는 지역은 엔돌, 모레언덕, 기손강, 므깃도, 사마리아 산지, 그리고 갈멜산까지 보인다. 아마도 드보라와 바락은 이곳에서 시스라와 그의 군사들의 움직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느날 다볼산에 있던 사사 드보라는 바락에게 하나님께서 승리를 이스라엘에 선사하셨다고 말했다. 

드보라가 바락에게 이르되 일어나라 이는 여호와께서 시스라를 네 손에 붙이신 날이라 여호와께서 너의 앞서 행하지 아니하시느냐 이에 바락이 일만명을 거느리고 다볼산에서 내려가니 여호와께서 바락의 앞에서 시스라와 그 모든 병거와 그 온 군대를 칼날로 쳐서 패하게 하시매 시스라가 병거에서 내려 도보로 도망한지라 (삿 4:14-15) 

시스라는 모든 군대를 잃었고, 도보로 도망하다 동맹관계에 있던 겐 사람 헤벨의 아내 야엘의 장막에 잠시 들렸다가 그녀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한때 모든 나라의 머리라고 불리던 하솔은 모든 군사를 잃었고, 가나안 사람들이 다스리던 하솔은 멸망했다. 이즈르엘 평야에서 바라본 다볼산은 승리의 산이다. 사사 드보라의 리더쉽과 용감한 여인 야엘에 의해 이스라엘은 큰 승리를 얻었던 것이다.

사진, 글_이호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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